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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협상' 국정조사가 '광우병괴담' 국정조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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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협상' 국정조사가 '광우병괴담' 국정조사로

민주, 한나라 '설거지론'·'괴담론' 전략에 철저히 말려들어

'미국산 쇠고기협상 국정조사'의 기조를 "광우병 공포 정국 조성 책임자 색출"로 끌고 가려는 한나라당의 전략에 민주당이 완전히 말려든 모양새다. 24일 국정조사 증인 채택을 두고 벌어진 양당의 모습은 '가관'(可觀)이었다.

<PD수첩>이 도마에 오른 경위는?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MBC <PD수첩> 제작진의 증인 채택 여부였다. 지난 22일 양당 간사는 "상대방이 신청하는 증인과 참고인을 최대한 수용하자"고 합의했고, 한나라당 이사철 간사는 <PD수첩> 제작진 8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 김동철 간사는 "너무 많다"며 신청 숫자를 줄이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관련기사: [PD수첩]제작진, 쇠고기 국정조사 증인으로)

하지만 "협상 과정의 진실 규명에만 힘쓰자"며 강기정, 강기갑 의원 등의 국무총리실 조사 요구를 스스로 거둬들인 민주당의 태도를 볼 때 협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PD수첩> 제작진 증인 채택을 수용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태도였다.
▲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제1차 회의에서 최병국 위원장(가운데)이 여야간사인 한나라당 이사철(왼쪽), 민주당 김동철(오른쪽)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발칵 뒤집어졌다. 특히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 합의 당시 <PD수첩>은 제외하기로 양당이 합의했다"며 <PD수첩> 증인 채택 거부를 김동철 간사에게 요구했다. 결국 김 간사는 24일 오전 열린 간사협의에서 <PD수첩> 증인 채택을 반대했고, 결국 간사협의는 결렬됐다.

한나라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이사철 간사는 기자실을 찾아 "홍준표 원내대표가 'PD수첩을 제외하자'고 한 취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게 된 것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이지, PD수첩이 주장한 내용에 대한 조사까지 제외하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반드시 PD수첩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특히 "PD수첩은 이번 광우병 공포 정국의 핵심적 원인제공자"라며 "국정조사의 목표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의 규명과 더불어 국민들이 어떻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PD수첩> 증인 채택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 같은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궤변에 불과하다"며 "약속을 뒤엎고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양당 수석부대표는 24일 오후에 만나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한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는 데는 민주당도 한몫 했다. 김동철 간사는 "22일 간사협의할 때는 (PD수첩 제외에 관한) 양당 합의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덕분에 한나라당은 "1차 간사협의 때 합의해서 증<PD수첩> 증인도 8명에서 6명으로 줄여줬더니 이제 와서 딴 소리냐"며 큰 소리를 칠 수 있게 됐다.

"옛날엔 목숨걸고 독립운동도 했는데"

또 한 가지 논란은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 박 실장은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로 조계사에 피신 중이다. 그런데 국회는 이런 박 실장더러 증인으로 나오라고 한 것.
▲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여야간사인 한나라당 이사철, 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2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실에서 만나 미국 현지조사에 대한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이사철 간사는 "과거엔 독립운동에 목숨도 걸었는데, 자신의 주장이 떳떳하면 체포를 감수하고서라도 증인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실장은 조계사에서 벗어나는 순간 체포영장이 집행돼 국회 근처도 못 올 가능성이 많다. 무책임한 증인신청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 박 실장이 이번 국정조사 증인으로 적절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박 실장은 '상황실장'으로 집회를 관장했지 쇠고기 문제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어떤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원석 실장 증인 채택 논란도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했다. 지난 22일 열린 간사협의에서 한나라당의 증인신청 요구를 수용했다가, 24일에서야 "수배 중인 사람이 뻔히 안 나올 걸 알면서 부르는 것은 혐의 하나만 더 추가시키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은 강경하다.

총리 vs 총리

마지막 대립점은 전·현직 총리의 출석 여부. 처음 양당 원내지도부가 국정조사에 합의하면서 조사대상 기관으로 정한 곳은 대통령실, 외교통상부, 농림수산식품부 세 곳이었다. 그 후 양당 간사협의에서 보건복지가족부와 주미한국대사관이 추가됐다.

그러나 국정조사 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이 "총리도 사실상 협상에 관여했다"며 국무총리실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이 의견은 묵살됐고 결국 22일 증인채택 간사협의에서 한승수 총리 등 총리실 관계자들은 증인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한덕수 전 총리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중 1명 채택"을 요구하며 노무현 정부 말기의 총리급 관료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신청했다.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쇠고기 개방이 약속됐었다"는 이른바 '설거지론'을 펴기 위한 의도가 뻔히 보이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 요구를 수용했다가 24일 "그러면 한승수 총리도 나와야 한다"고 맞받으며 만회를 노렸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덕수, 권오규 둘 다 나와야 한다"고 더 강경해졌다.

"방패 들고 덤비는 사람에게 창 든 사람이 밀리면"

결국 24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국정조사 특위 두 번째 전체회의는 무기한 연기됐고, 특위 간사를 넘어 양당 수석부대표가 만나서 풀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말았다.
▲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갑원, 원혜영, 홍준표, 주호영 의원.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서둘러 체결된 졸속, 굴욕 협상"이라는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선물론' 공세를 펼치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정부의 소극적인 자료제출 등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시켜가고 있는 모양새다.

현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유리한' 답변을 듣기가 거의 불가능한 민주당으로서는 '자료 검증'이 이번 국정조사 성과의 관건이지만, 정부가 '외교 문서'라고 공개를 거부할 경우 민주당이 새로 밝혀낼 것이 거의 없다. 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PD수첩>이나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이번 국정조사 목표는 증인신청 대상을 보면 명확하다. 이사철 간사는 "우리가 신청한 증인은 <PD수첩>과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한덕수 전 총리와 권오규 전 부총리 밖에 없는데 이것도 못 들어주냐"고 말했다. 긴급현안질의에서 이미 선을 보였던 '설거지론'과 '괴담 확산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또 이대로 국정조사가 파행이 된다면 민주당도 정치적 타격이 클 전망이다. 사실상 간사협의 단계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셈이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중진은 "방패만 있고 창이 없는 상대가 방패를 들고 덤비는데 창을 든 사람이 찌르지는 않고 창으로 방패를 막고 있는 형국"이라며 "야당 수업 좀 더 받아야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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