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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사태'가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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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사태'가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결말

[기고] 왜 조합원의 98.6%가 위원장을 반대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맏형과 처남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 주식회사 다스의 노동조합이 최근 위원장을 탄핵하고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변경했다. 자동차시트를 현대차에 납품하는 다스는 비록 전체 노동자 680여 명의 작은 회사지만, 15년간 노조 위원장 자리를 지켜 왔던 홍모 씨를 조합원들이 쫓아내는 과정은 다시 한 번 민주주의에 대해 곱씹게 한다.

더불어 다스 노동조합이 겪은 일련의 과정은 끝 모르고 타오르는 촛불을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결말을 짐작케 해 관심을 모은다. 다스 노동조합의 위원장 탄핵과 상급단체 변경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이 보내 온 글을 싣는다. <편집자>

홍○○ 위원장.

그는 15일 새벽까지 자동차시트를 만드는 회사인 (주)다스의 노조 위원장이었다. 그는 1991년부터 18년 동안 노조위원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 논란을 일으켰던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맏형인 이상은 씨가 소유한 회사로 경주와 아산에 공장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기간을 장기집권한 그는 지난 15일 오전 조합원들에 의해 탄핵됐다. 경주공장 420명이 투표에 참가해 98.6%가 그를 불신임했다. 반대한 사람은 4명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노조 사무실에서 그를 끌어냈고, '위원장 퇴진'을 요구했다. 결국 그는 총회 결과를 인정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맏형인 이상은 씨가 소유한 주식회사 다스 노동조합이 최근 소속을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변경했다. ⓒ금속노조

노동조합 사무실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책이 아니라 수 백 권의 만화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디에 썼을지 모를 입사원서도 수북했다. 조합원들은 "노조 위원장이 노동자들을 만나러 다니지 않고, 하청업체 사장들과 골프를 치러 다녔다"고 했다.

그도 한 때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처럼 '민주노조'를 말했었다. 1991년 그는 과거 집행부를 어용노조라 부르며 노조 위원장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민주주의를 하지 않았다. 해마다 회사와 임금협상을 했지만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는 찬반투표도 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해 의견을 표출할 권리를 원했다. '말할 수 있는 권리', '투표할 수 있는 권리',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권리를 원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들은 노조의 징계를 받아야 했고, 회사가 아니라 노동조합에 의해 공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노조위원장이 회사와 도장을 찍으면 끝나버리는 '직권조인'은 공장의 민주주의를 질식시켰다.

민주노조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 2004년 노조 위원장 선거에 민주파 후보가 출마했지만 부정선거 논란 끝에 그는 다시 위원장이 됐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조합원들은 "나는 홍○○를 안 찍었다"며 공장 앞마당에 나왔고, 자연스럽게 작업을 거부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경선에 출마했던 민주파 후보들은 그 길로 어딘가로 종적을 감추었다.

노동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2008년 촛불정국 속에 다시 살아났다. 젊은 노동자들이 조합원 총회 소집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고 3분의 1 이상을 모았다. 위원장에게 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그는 거부했고 총회 소집권자 지명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동자들은 규약을 위반한 '불법 총회'를 개최해 그를 98.6%로 탄핵하게 된 것이다.

다음은 회사였다. 입만 열면 '법과 질서'를 떠드는 이명박 대통령의 맏형과 처남이 회장인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공장 안에서 진을 친 정보과 형사들은 공공연하게 공권력 투입을 얘기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게 된 노동자들에게 '공권력'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500여 명의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인정하라며 일손을 놓았다. 불법이었다. 밤새 야간노동을 한 조합원들은 퇴근을 거부했다. 한숨도 자지 않고 공장을 지켰다. 독재에 질식해있던 노동자들에게 민주주의는 생명 그 자체였다. 금속노조의 연대도 그들에겐 큰 힘이었다. 회사는 두 손을 들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맏형과 처남, 조카는 노조 요구안에 '문구 하나 수정 없이' 서명했다.

민주주의를 되찾은 현장은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쳐났다. 노동조합 간부가 지나가면 투쟁을 외치고, 소식지를 왜 안주냐며 노조 사무실로 찾아왔다. 월급을 20만 원 올린 것도 아닌데, 단체협약 체결은 이제 시작인데, 조합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노동자들의 눈빛은 촛불 시위대의 눈빛이었다.

중이 고기맛을 알면 절간의 빈대도 남아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주의의 참맛을 배운 노동자들은 이제 현장 곳곳에 스며있는 권위주의와 독재에 맞서 싸울 것이다. 공장을 넘어 사회민주화를 위해 싸울 것이다.

촛불항쟁을 벌인 시민들은 마음속으로 이미 독재자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했다. 다스의 노동자들은 이명박의 형과 처남, 조카가 소유한 공장에서 독재자를 탄핵했다. 이명박과 그의 무리들은 역사를 되돌리려 하지만 민중이 주인인 나라, 노동자가 주인인 공장은 우리 앞에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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