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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제주도發 '의료 괴담'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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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의 제주도發 '의료 괴담' 초읽기"

[우석균 칼럼] 3일간 여론조사로 '확정'?

제주도에서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한다고 한다. 8월에 입법하고 시행한다는 것.

정부는 건강보험 민영화는 계획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업 매각'은 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촛불 집회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의료민영화 반대는 건강보험증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리는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허용,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재정 축소 등 한국의 의료체계 민영화에 대한 반대였다.

정부는 '우리가 언제 건강보험공단 판다고 했어?' 라는 사오정식 동문서답을 하더니 드디어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으로 의료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수도 민영화에 대한 반대요구에 '수도 민영화는 없다. 수도관은 매각 안하니까. 단 수도 사업 운영은 기업에 위탁한다'고 말하는 이명박식 꼼수다.

이명박 정부 덕에 이미 정부의 꼼수와 사기를 너무 많이 알아버리게 된 국민들에게 전국적 영리병원 허용을 들이밀었다간 큰일이 날 것이다. 그래서 이 정부의 선택은 '지역화' 전략이다. '낙후된 우리 지역이 발전하려면'의 논리를 들이대면서 일부지역부터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부터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방침이 바로 이것이다.

"낙후한 제주 지역에 관광산업이나 병원을 들어서게 하려면 제주가 먼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제주도가 내세우는 구호다. 제주도가 17일 도내 363곳에서(즉 읍·면·동, 통·반장 다 동원했다는 거다) 임시 반상회를 열고 김태환 제주지사의 TV를 통한 20분짜리 영리병원 찬성 연설을 듣게 하였다. 이러고 난 다음 이번 주 24일(목)부터 26일(토)까지 도청이 주관하는 여론조사를 해서 찬성이 50%가 넘으면 영리병원 허용입법을 8월에 한단다. 이게 뭔 갑자기 1970년대식 관제여론몰이에 여론 조작? 이게 지금 제주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제주도청이 제주도민에게 국내 영리법인 병원 설립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유인물. ⓒ프레시안

제주도청은 임시 상회가 '찬반의견을 듣는 자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일색의 홍보물이 찬반토론을 위한 것? 도지사의 20분짜리 찬성연설에 반대연설이 있었나? 거짓말에도 정도가 있다.

게다가 홍보물에 나오는 제주도청 논리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다. 다 말하기 힘드니 대표적인 거짓말 몇 가지만 지적하자.

첫째, 국내 영리법인 설립을 해도 의료비가 오르지 않는다? 거꾸로 묻는다. 어떻게 의료비가 오르지 않을 수 있지? 제주도청은 홍보물 제일 첫머리에 국내영리법인병원 설립은 "새로운 자본과 우수한 의료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투자 유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다. 그런데 제주도에 지금까지 안 들어오던 '새로운 자본'이 왜 영리병원을 설립하면 들어온다는 말인가? 자본이 돈을 벌 수 있어서다. 근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의료비 말고 있나? 의료비가 오르지 않으면 자본이 벌어갈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영리병원은 이 병원에 투자하는 사람에게 투자한 지분만큼 이윤을 돌려주어야 하는 병원을 말한다. 의료비가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폭등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는 건강보험이 지정되어도 마찬가지다. 보험적용이 안 되는 서비스를 어떻게든 개발할 것이고 의료비는 오를 수밖에 없다.)

둘째, 우수의료기관이 들어온다? 자본이 돈을 더 버는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바로 인력 비용이다. 제조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10%지만 병원은 40~50%다. 병원에 가장 많은 것은 기계가 아니라 하얀 옷을 입은 사람, 즉 직원들이다. 의료기관이 우수하다는 것, 즉 의료서비스의 질은 바로 이 의료 인력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있다. 비용을 줄이게 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곧바로 떨어진다.

미국의 영리병원은 전체 미국병원의 13%정도이다. 그런데 이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한 논문들의 결론은 결국 하나다. 영리병원은 비싸고 사망률은 더 높다. 여러 논문을 종합하여 미국의 비영리병원과 영리병원을 비교하여 메타분석을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 비영리병원만 있다면 죽지 않았을 환자가 1년에 1만4000명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식으로 이 병원에는 안가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동네에 이 병원 하나밖에 없으면 무슨 재주로 안가나? 병원도 '자연독점'이다)

셋째, 의료가 민영화되지 않는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제주도와 법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지닌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곧바로 국내영리병원이 허용된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은 이제 6개 지역으로 확대되어 인천, 부산, 광양에 더해 대구·경북, 평택·당진, 군산·새만금 등 전국에 걸쳐있다. 제주도도 다른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확대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2~3년간의 선점효과"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제주도->경제자유구역->전국적 영리병원허용은 당연한 수순이다. 전국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병원은 자본의 장사판이 된다. 지금도 돈벌이에 치중하는 병원들이 아예 내놓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게 된다. 안 그러면 주식시장에서 퇴출되니 병원은 돈벌이에 사활을 걸게 된다. 건강보험재정이 견딜 리가 없다. 의료민영화가 달리 있겠는가?

넷째 어쨌든 제주도에는 의료관광산업이 필요하니 전국적으로는 무슨 문제가 있던 간에 영리병원허용이 필요하다? 제주도청 홍보지에 잘 나와있듯 타이와 싱가포르는 의료관광산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왜 가능한가? 의료관광이 된다는 태국이나 인도는 인건비가 우리나라의 각각 10%, 2%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80%가 넘는 국립병원을 갖춘 인프라로 내국인들에 대한 영리병원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 여기에 언어가 같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환자들이라는 주요 고객을 가지고 있고 의료진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여기에 비전문직은 말레이시아인을 고용 인건비가 싸다는 특수한 조건이다.

그런데 말도 안통하고 의료비는 비싼 제주도에서 이들과 경쟁을 하여 '의료관광'이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내국인 진료까지 허용하며 특혜를 주고 온갖 혜택을 다준다는데 왜 외국인 영리병원이 왜 단 하나도 제주도에 안 들어왔을까?

어쩌다 '의료관광'이 된다고 치자. 이게 더 큰일이다. 이 돈이 제주도민들 차지가 될까 아니면 제주 토호나 육지부(본토, 제주도청 표현임) 자본의 차지가 될까? 더욱이 더 문제는 제주도의 의료는 어떻게 될까? 태국은 의료관광 때문에 정작 태국인들은 제대로 된 의사 찾기가 힘들어졌고 그 의사들은 너무 비싸다. 잘나가는 의사들은 다 성형수술이나 지방흡입술로 전업했기 때문이다. 아마 제주도에서 불행히도 의료관광이 성공한다면 정작 제주도민들은 병원이나 의사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가 제주도민들에게 지금 협박하는 내용은 이런 것이다. '자. 지금 제주도에는 제대로 된 병원이 없어 암이라도 걸리면 다 육지부로 나가야 한다. 영리병원이 생기면 조금 비싸더라도 비행기 값이나 왔다 갔다 하는 비용보다는 덜 나올 것 아닌가?'

그런데 제주도청의 협박은 가장 중요하고 간단한 제주도민들의 질문에 답을 못한다. 제주도에 병원을 굳이 안 세워도 잘 찾아오는 제주도민을 위해 누가 제주도에 병원을 새로 짓겠는가? 만일 짓는다면 진짜로 돈벌이가 잘되는 병원 즉 의료비가 엄청 비싼 병원이 들어올 것이고 그것은 제주도민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있는 민간병원들의 의료비마저 턱없이 높아진다면 어쩔 것인가? 라는 바로 이 질문.

이 간단한 질문에 제주도청은 지금까지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주 영리병원 허용의 경우 제주도청이 제시한 가능성보다는 그 반대로 제주의료체계 붕괴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그러다보니 70년대식의 황당한 관제여론몰이를 하려한다. 제주도청이 제주도민의 70%이상이 영리병원 찬성했다고 밝혔던 그 설문지는 다음과 같다. 찬성을 유도하는 지문을 읽어주고 단 두 문장으로 된 질문에 답하는 황당한 여론조사였다(그림2 참조). 그런데 같은 기간 제주도의 한라일보가 조사한 영리병원에 대한 여론조사는 영리병원 반대가 46%로 찬성보다 많았다.
1차 여론조사(갤럽)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의료산업을 4+1 핵심 산업으로 선정하여 우수의료기관의 유치와 의료관광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제주도내에 일정구역을 의료특구로 제정하고 그 구역 내에서 국내영리법인 의료기관이 설립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건강보험제도는 현행처럼 당연히 적용토록 할 계획입니다.

1. OO님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의료산업 육성이 제주도의 발전에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적극찬성, 찬성, 반대, 적극반대, 잘 모른다)

2. OO님은 제주도의 특정지역에 한해 국내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얼마나 찬성하십니까 (적극찬성, 찬성, 반대, 적극반대, 잘 모른다)

제주도청이 해야 할 일은 제주도민들에 대한 관제 여론 몰이나 근거 없는 협박이 아니라 제주도에도 자기 완결적인 의료체계를 갖추어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다. 여우 내쫓자고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일은 그나마 있는 제주도의 의료체계마저 붕괴시킬 것이다.

제주 의료민영화 반대 대책위원회는 충분한 찬반토론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하고 도청과 대책위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여론조사라면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런데 제주도청은 이를 거부했다. 이 황당한 정책을 통과시킬 수 있는 길은 오직 70년대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도청측이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이 문제가 제주도민의 여론조사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료민영화는 전국적 사안이다. 만일 정말로 여론조사로 정책추진을 결정하려면 전국적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당연히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안한다. 20%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의 이명박 정부가 이제 국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추진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것은 오직 폭력과 공안탄압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두 가지를 부탁드린다. 하나는 다음 '아고라' 제주 영리병원 반대청원이다(☞바로 가기) 다른 하나는 제주도청 자유게시판(☞바로 가기)에 제주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시기 바란다(참고로 실명제다). 제주도청이 관제졸속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목요일부터니 이제 사흘밖에 안 남았기 때문이다. 근데 이런 '숙제하기'를 제안해도 잡아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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