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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째라' 한승수…'진압사령관'으로 유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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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배째라' 한승수…'진압사령관'으로 유임됐나?

앰네스티 지적은 "찾을 수 없다"…PD수첩에는 "민사소송 검토"

쇠고기 파동 정국에서 수세적 입장이었던 정부와 여당이 한승수 총리를 필두로 대대적인 역공세에 나선 분위기다. 17~18일 열린 쇠고기 협상 및 촛불집회 경찰 진압에 대한 국회 현안질문에서 한 총리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으로 내놓은 발언을 관통하는 태도는 정부의 역공을 진두지휘하는 '진압사령관'이나 다름없었다.

"인권침해? 어디에 있습니까? 찾아지지가 않네요"

18일 오후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국제엠네스티 조사관의 촛불집회 조사 결과 발표 내용 중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 자의적인 구금, 시위대들에 대한 표적 탄압' 등 인권침해 관련 문구를 읽으며 "한 총리는 이 조사결과에 동의하냐"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국제엠네스티 보고서에는 경찰에 대한 폭언과 폭력도 용납이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며 "비교적 균형감각이 있는 보고서인 것 같다"고 답했다.
▲ 18일 오후 쇠고기 협상 및 경찰 진압 관련 긴급현안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민석의원으로 부터 엠네스티 기자회견 관련 질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한승수 총리가 심난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안 의원이 다시 "물대포, 소화기 등의 비살상 군중통제 장비의 남용" 등 국제앰네스티의 발표 자료를 읽으며 "동의하느냐"고 물었으나, 한 총리는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뒤적거리며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다"고 모른척 했다.

안 의원은 답답한 듯 "자의적인 체포나 구금 그밖의 인권침해의 주장에 대해 즉각적으로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철저한 수사에 착수하십시오"라며 '대한민국 정부에 드리는 권고' 부분을 읽자 한 총리는 비로소 "일부는 지금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안 의원이 전반적 평가를 부탁하자 한 총리는 다시 "국제엠네스티 보고서에는 경찰에 대한 폭언과 폭력도 용납이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 비교적 균형감각이 있는 보고서인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이와 같은 지적의 전제였던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집회가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개최되었지만"이라는 앞의 전제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 등 정부 측에 유리한 문구만 강조하고, 정부 측에 불리한 문구는 "찾을 수가 없다"고 응했다.

이날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발표한 보고서는 거의 대부분이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로 채워져 있으나 '유독' 한 총리의 눈에만 그 대목이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PD 수첩 민사소송 할 수도"

한 총리의 이같은 태도는 이틀 동안의 답변에서 일관됐다. 여당 의원들과는 찰떡궁합을 이뤘고,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는 장황한 답변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가장 많이 반복된 것은 <PD수첩>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 촛불집회의 불법성 부각이었다. 경찰이 던진 돌과 쇠붙이, 유모차에 소화기를 분사하는 경찰의 사진을 들고 항의하는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게는 "균형감각을 찾으시라"고 하면서도, 부상당한 경찰 사진만 보여주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물대포가 평화적인 진압 방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도대체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야간에 합법적으로 집회를 할 수 있느냐"는 민주당 조배숙 의원의 질문에는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가장 많은 표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며 각 대선의 표 차이까지 나열하는 '동문서답' 기법을 발휘했다. 안민석 의원의 '경찰 집단 린치' 항의에는 "국과수에서 조사 중"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특히 <PD수첩>에 대해 한 총리는"PD수첩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확대 재생산해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시위대가 길거리에 나오게 하는 원인이 됐다"며 '배후론'을 자신있게 내놓았고, 방송통신심위의원회가 중징계 결정을 내리자 "PD수첩에 대한 정정·반론보도 청구소송과 함께 필요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더 거세게 몰아 붙였다.

"최시중 잘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

'총리직 사퇴' 요구에도 제법 당당했다. 김종률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내각 총사퇴를 했었는데,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총리를 공격했으나, 매번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받았다"며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공직에 임해왔고 앞으로 그렇게 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경질 요구에는 "최 위원장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반격했고,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파면 요구에는 "폭력시위를 안정시키려는 청장에 대한 인사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에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또 미국과의 추가협상 뒤 바로 고시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헛소문이 퍼지고 있어서", "괴담을 줄이기 위해"라고 답하는 등 인터넷에 대한 개입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 총리의 답변 태도와 인식을 질타하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는 "강 의원님이 국민들에게 '나도 정부를 믿으니 여러분도 믿어달라'고 말해줘야 이 문제가 끝난다"고 결코 들어줄 리 없는 농담에 가까운 말을 하는 등 한껏 자신 있고 강경한 태도로 현안질문에 임했다.
무디기만 한 민주당, 한승수에 완패

이같은 한 총리에게 민주당 의원들은 한마디로 '말렸다'.

이강래, 김재윤, 조경태, 조배숙, 김종률, 안민석 등 재선 이상급 의원들을 전진배치시켰으나, 한 총리의 공격적인 답변과 노련한 '회피술'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지적할 때마다 한 총리는 "촛불시위가 당초 평화롭게 진행되다 5월24일부터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적인 폭력시위로 변질됐다"는 말을 이틀 내내 반복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목소리만 높였을 뿐 한 총리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지호, 장제원 등 초선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 실명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불법 폭력시위를 선동하고 집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등 정부에 대한 야당의 칼날보다 야당에 대한 여당의 칼날이 더 공격적이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7일 현안질의와 관련해 그런 평가가 있어 원내에서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 끝에 18일 김종률 의원이 들고 나온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민주주의의 요청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라는 공격은 논란만 불러 일으키고 효과를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

반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첫 질의를 보니 우리 의원들이나 행정부가 참 준비를 탄탄하게 해줘서 원내대표단에서는 안도를 했다"고 흡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질의 도중 '김두환' 이름을 꺼냈다가 그의 딸인 김을동 의원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조 의원은 "안민석 의원이 경찰관들을 폭행했다"는 정부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안 의원이 무슨 김두환이나 시라소니냐"고 말했다. 수십 명의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인 채 어떻게 경찰에게 폭행을 가할 수 있느냐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장군의 손녀' 친박연대 김을동 의원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김 의원은 신상발언을 요청해 "조배숙 의원이 시위대 진압 경찰을 폭력 집단에 비유하며, 김두환입니까 시라소닙니까 라는 발언을 했다."며 "이는 폭력 휘두르는 대표 상징으로 김두환 전 의원 가리키는 것이어서, 고인에 대한 명예 훼손, 유족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발언이다"고 조 의원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조 의원은 "안민석 의원을 김두환에 비유한 것이지 '진압 경찰'을 김두환에 비유한 것이 아니다" 라며 "명예훼손의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함으로써 본전도 건지지 못한 꼴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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