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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 뒤에 숨어 명박복음을 외치는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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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 뒤에 숨어 명박복음을 외치는 자여"

개신교 시국 기도회…"보수 교회 맞불집회 죄송합니다"

"하나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 제1조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절절한 요구를 외면한 이명박 대통령은 '명박산성' 너머에 숨어 한반도 대운하와 747 경제성장의 '명박복음'을 외치며 참된 민주주의를 유린 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왕이신 하나님.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아닙니까. 내가 먹는 음식이 안전한지에 대해 검증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습니다. 음식을 수출하는 나라가 믿을만한가에 대해 판단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습니다. 국민들은 검역주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이 요구가 무엇이길래 이명박 정부는 그토록 거부하고 있는지 온 국민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협상 한 번 잘 못했으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다시 하는 게 국가 간의 관계이고 세계 국가들의 일상적인 일인데, 국민의 종이라고 하는 이 정부는 왜 이를 거부하고 폭력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촛불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역사의 진로를 국민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을 촛불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주인인 이 나라의 백성들이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드리는 애타는 호소를 들어주소서. 이들이 꼭 쥔 촛불이 다시 한 번 승리하도록 도와주소서. 이들이 낙심하지 말고 분열하지 말 것이며, 촛불을 더 굳건히 들고 자신을 찾을 수 있게 지켜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국민주권 선언을 위한 기도문 中)
▲ ⓒ프레시안

"명박복음이 민주주의 유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이어 3일 저녁에는 개신교 목회자와 신자들이 모여 촛불을 켜들었다. 2만여 명의 신자와 시민들(경찰 추산 3500명)은 저마다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고, 거리 행진을 한 뒤 다시 촛불 문화제를 열면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오후 7시에 시작된 이날 개신교의 '시국 기도회'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해명'과 '사과'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들꽃향린교회의 김경호 목사는 "일부 개신교 교회가 국민의 뜻에 반하는 맞불집회로 이 광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국민 여러분들께 걱정을 끼친 대 대해 대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러나 대다수의 개신교 신자들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게 촛불 집회와 함께 해왔고, 오늘은 개신교의 이름으로 여기에 나왔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임명규 목사의 설교에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더욱 두드러졌다.

임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의 태도가 장관고시 강행 이후에는 크게 변했다. 국가의 정체성을 운운하며 촛불 민심을 공권력으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목사는 "이것은 사는 길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을 섬기는 길이 아니다"면서 "진정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작고 여린 촛불들이 왜 오늘날까지 이렇게 커져 왔는지, 왜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인지, 불과 수개월 전 많은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 정부가 왜 그토록 불신의 골이 깊어졌는지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임 목사는 이어 "우리 기독교인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촛불을 든다"며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권력자들은 예수를 환영하는 백성들의 입을 막으려 했는데 예수께서는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를 지르리라'고 말씀했다. 예수를 따르는 우리 기독인들도 이런 심정으로 촛불을 밝히는 것"이라고 성경의 누가복음 19장 내용을 인용해 설교했다.
▲ ⓒ프레시안

"장로 대통령이라고 그를 옹호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이여"

임 목사는 "아직 늦지 않았다. 국민들이 인내심이 남아 있을 때, 용서할 수 있을 때 국민들과 소통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를 지르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특히 "일부 빗나간 행태를 보이는 기독교인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며 "대통령이 교회의 장로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그의 정책을 옹호하려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사탄' 발언의 당사자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을 향한 일침을 가했다.

임 목사 역시 '평화와 비폭력'을 강조했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칼로 선 자는 칼로 망한다'고 말씀했다"며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라 할지라도 비폭력을 이길 폭력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평화의 촛불을 밝혀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목사는 "진리가 승리하는 그 날, 빛이 어둠을 이기는 그 날까지 우리 함께 서로의 손을 맞잡고 이 행진을 멈추지 말고 이어가자"고 말하며 설교를 마무리 지었다.
▲ ⓒ프레시안

3일도 평화 행진

이날 기도회에서는 찬송가 외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내용의 '헌법 1조',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의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기도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1시간가량 찬송가와 구호를 외치며 차도의 절반을 이용해 남대문-명동-을지로를 거쳐 가두 행진을 벌였다.

가톨릭 집회에서는 '침묵 행진'을 한 데 반해, 이날은 시끌벅적한 행진을 했다. 김경호 목사는 "개신교는 기도할 때 좀 요란하게 하는 방식도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행진을 볼 지도 모르는데, 거기까지 들리도록 요란하게 행진을 하셔도 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환호를 받아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촛불 문화제'를 열어 자유발언과 찬송가 및 노래를 부르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역시 경찰과 전혀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후 11시가 조금 넘어 모두 자진해산했다.
▲ ⓒ프레시안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목회자는 "그동안 보수 교회들의 대규모 정치 집회와 그들의 배타성 때문에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점점 나빠지고 있어 신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더 심해졌다"며 "예수께서 헐벗고 굶주린 자들의 목자였듯 개신교 역시 사회의 그늘진 곳을 비춰야 한다. 오늘 집회를 통해 개신교의 보수적 이미지가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일엔 불교계가 시국법회를 열고 5일엔 가톨릭, 개신교, 불교가 시청 앞 광장에 모여 합동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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