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정세균, '짝퉁 한나라당' 논쟁

민주 전대, '반 열우당' 연대 전선 단일화 포석

통합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이번 일요일(6일)로 다가오면서 당 대표 깃발을 차지하기 위한 후보들 간의 신경전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점입가경이다. 천정배 의원 등을 등에 업고 대공세를 개시한 추미애 후보가 정세균 후보를 '짝퉁 한나라당'이라고 비난하자 정 후보 측이 발끈했다.
  
  추미애 측 "정세균 짝퉁 한나라당"
  
  추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천정배 의원은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지금 촛불민심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돼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민주당은 이명박 행정부와 함께 동반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의 정책노선과 어떠한 차이도 찾아볼 수 없는 짝퉁 한나라당 노선을 정책목표로 내거는 세력이다"며 "서민과 중산층 장바구니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오로지 계파간 연대를 통해 당내 권력 장악에만 한 눈 팔고 있는 세력이 있다"고 정세균 후보 측을 겨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게다가 정 후보에 대해 "지난 참여정부 시절, 국민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두기는커녕 청와대를 향해서만 눈과 귀를 열어뒀다"며 "그에게 당의장과 원내대표의 모든 권한을 몰아주기까지 했는데, 입각 제안을 받자마자 즉각 당과 입법부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나버렸다"고 아킬레스건을 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위원장인 천 의원을 비롯해 이종걸, 문병호 의원 및 최재천, 노웅래, 우원식 전 의원 등이 참여했다. 추 의원은 "당 내 개혁세력이 추미애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인사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추 의원 측은 또 "민심이 배제된 전당대회라면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며 "당 대표 경선에 여론조사를 일부 반영하도록 당 선관위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추 의원 측에 합류한 인사들이 30일 밤 전체회의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는 등 앞으로 정세균 후보 측에 대한 공세 수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치면 천정배도 짝퉁 한나라당"
  
  이에 대해 정세균 후보 측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추 의원 측의 '사죄'를 요구했다. 정 후보 선대위 윤호중 대변인은 "정세균 후보를 '짝퉁 한나라당'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같은 길을 걸어온 천 의원 본인에 대한 자기부정"이라며 "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30년 동지인 김대중 후보에 대한 '용공매도사건' 이래 최대의 패륜적 배신행위"라고 역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정 후보 측은 또 대의원 상대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한 결과를 퍼뜨리며 '대세론'을 굳히려는 분위기다. <한겨레>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정세균 의원은 '대표 적합 후보' 항목에서 대의원 42.6%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추 후보는 21.1%, 정대철 후보는 15.7%였다.
  
  이대로라면 선거 결과는 보나 마나이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1위 득표자가 과반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를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정세균 후보 측에서는 <한겨레>의 조사를 두고 추미애, 정대철 후보 지지도 다 합쳐도 정세균 후보를 못 따라온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추미애, 정대철 후보 간의 단일화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추미애+정대철>정세균'이 된다는 보장 또한 없다. 현재 '반 정세균' 전선의 색깔이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추 후보 측의 원색적이라 할 만큼의 대대적인 '정세균 때리기'는 "도로 열린우리당은 안 된다"고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정대철 후보 측과의 단일화 포석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따라서 이번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그러했듯이 전당대회 투표 직전까지도 '추미애-정대철 단일화'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대철 후보가 단일화에 부정적인 태도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다. 정 후보 측에선 단일화 게임에서 승산이 별로 없다는 판단과 상대적으로 격차가 덜한 추 후보만 따라잡으면 결선투표에서 대역전극을 노려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