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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외 임신', 엄마·아기 다 위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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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외 임신', 엄마·아기 다 위험해요"

하리하라의 '육아 일기' <15>

지난 주, 별이가 엄마를 찾아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엄마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단다. 사람이 너무 기뻐도 눈물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던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 그런데 막상 별이가 엄마를 찾아왔지만, 아직도 엄마는 맘을 놓을 수가 없었어. 혈중 hCG로 측정한 임신 수치는 45.2mIU/㎖. 일단 10mIU/㎖만 넘기면 임신했다고 여기지만, 안정권은 아니었거든. 보통 수정 14일 정도 지나면 혈중 hCG 농도는 100mIU/㎖를 넘어서기 마련이라고 하는데, 그 절반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hCG 농도가 낮은 경우, 단지 착상 시기가 하루 이틀 늦어서일 수도 있지만, 자궁외 임신이거나 유산이 진행 중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1주일 간격으로 피검사를 더 해서 수치를 보고 정상임신인지 판단한단다. hCG 농도가 낮을 때, 가장 위험한 예후는 '자궁 외 임신'이야. 자궁 외 임신이란 말 그대로 수정란이 자궁 이외의 곳, 난관이나 난소, 자궁의 끝 부분이나 심지어는 복강 안에 착상되어 자라나는 것을 말해. 이런 곳은 임신을 위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착상된 배아는 제대로 자랄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엄마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지. 임신 초기 3개월간의 모성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자궁 외 임신이거든. 그럼 자궁 외 임신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까?
▲'자궁 외 임신'이 일어나는 부위. ⓒaimclub.com

보통의 임신 과정에서 수정은 자궁과 난소를 연결하는 난관(나팔관)에서 일어나. 그리고 이 수정란이 자궁으로 내려와서 자리 잡는 것이 임신이지. 그런데 가끔 수정란이 길을 잃고서 떠돌다가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에 착상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자궁 외 임신이라고 하는데, 자궁 외 임신의 빈도는 연구 보고서마다 조금 다르긴 한데 대개 임신이라고 진단된 경우(화학적 임신 제외)의 10~15% 정도가 자궁 외 임신이라고 해. 수정란은 자궁 내부가 아닌 다른 곳에 자리 잡아서는 정상적으로 자라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상태가 지속되면 모체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해.

자궁 외 임신의 거의 대부분은 난관 임신이야. 이는 앞서 말했듯이 난관에서 수정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정란이 난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자리를 잡으면 난관 임신이 일어나지. 하지만 난관은 수정란이 자라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야. 난관의 내부는 아주 좁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는 태아를 감당할 수가 없지. 따라서 난관임신이 그대로 지속되면 어느 순간, 난관이 태아를 감당하지 못해 파열되고 말아. 난관 파열은 복강 내로 출혈을 발생시켜 그대로 놓아두면 엄마가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응급수술이 필요해. 이렇게 아기가 난관에 자리를 잡게 되면 그 아기는 살릴 수 없어. 아쉽지만 잘못된 인연으로 끝나는 거지.

자궁 외 임신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초기에 발견된다면 수술 없이 약물을 이용해서 난관도 보존하고 엄마의 몸에 무리를 덜 주어서 다음 임신을 기대할 수 있게 하지만, 발견이 늦어 난관이 파열된 이후 알게 된다면 난관도 잃게 되고 엄마의 건강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주게 되니 이런 경우에는 가능하면 빨리 발견해 임신을 종료하는 것이 좋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들도 자가 증상을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는 것이 좋지. 자궁 외 임신의 경우 많은 경우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지고 정상적인 생리와는 다른 형태의 하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아. 요즘에는 초음파 등 진단 기술이 발달하여 초기에 자궁 외 임신을 진단해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너무 겁먹지는 말고 말이야.

난관 임신 외에도 그 밖에도 수정란은 너무 많이 움직여서 자궁의 끝 부분인 자궁 경관에 자리를 잡기도 하고, 반대로 길을 거꾸로 올라가서 난소에 자리를 잡기도 해. 심지어는 난관과 난소 사이의 틈으로 비집고 나가 엄마의 내장 기관에 붙어서 자리를 잡기도 하지. 이런 경우를 복강 임신이라고 불러. 드물지만 쌍둥이 임신 중 하나는 엄마의 자궁 내 무사히 안착하고 다른 하나는 길을 잃고 자궁 외에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어. 이런 경우를 병합 임신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정상적으로 자궁 내 임신이 아닌 경우 태아와 엄마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으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야.

자궁 외 임신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자궁이나 난관, 혹은 골반 등에 염증을 앓은 적이 있어 난관이 주변 기관들과 달라붙어 있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왜 하필 수정란들이 그 먼 길을 돌아가서 난소나 복강으로까지 탈출(?)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해.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별이처럼 체외수정을 통해 엄마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수정란들은 일부러 착상하기 좋도록 자궁에 직접 넣어주는데도 거꾸로 비집고 올라가서 난관이나 다른 부위에 착상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거야. 기다리던 엄마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오는 것은 고마운데, 너희들이 있을 자리는 자궁이지 난관이나 난소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해.

하여튼 의사 선생님은 엄마에게 일단 임신 반응이 나왔으니, 날짜상으로 따져서 임신 4주가 지나 5주째 접어든다고 하더구나(임신 주수는 수정된 날이 아니라 지난 번 생리가 시작된 날, 즉 배란일 2주 전이니까 2주+2주=4주로 계산하는 거지). 그렇지만 아직은 수치가 낮아 안정적이지 못하니 당분간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어. 그리고는 임신 유지를 도와준다는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처방해주더구나. 아스피린은 원래 해열진통소염제이지만,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작용도 가지고 있어. 그래서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저용량에 위장 장애를 최소화시킨 아스피린 프로텍터를 매일같이 복용하는 경우도 있지. 이런 이유로 임신 초기에 혈액 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조금 섭취하기도 하는데, 단 출혈이 있으면 바로 중단해야 해. 아스피린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하혈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출혈을 더 심하게 할 수 있거든.

그렇게 엄마는 지난 일주일간 가슴을 졸이며 별이를 기다렸단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아스피린을 먹고,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맞아가면서 말이야. 매일 주사를 맞다보니 이제 주사바늘을 꽂을 데가 마땅치 않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별이가 엄마 뱃속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 주사 맞는 게 이전만큼 힘들지는 않아. 그렇게 조마조마한 1주일이 지나고 엄마는 다시 피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지. 담당 선생님은 정상임신이라면 1주일 전의 검사에 비해 hCG 호르몬 수치가 10배 정도 증가해 있을 거라고 했어. 지난번에 약 45mIU/㎖였으니, 오늘은 일단 500mIU/㎖만 넘으면 안심해도 된다고 말이야.
▲갓 태어난 세 쌍둥이를 품에 안은 엄마의 모습. 혹시 나도? ⓒ프레시안

하지만 수치가 2-3배 정도만 상승했다면 자궁 외 임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관찰해야 하고, 수치가 떨어졌지만 화학적 유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다음 시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 마지막으로 수치가 20~30배 이상으로 급격히 뛰었다면 쌍둥이나 세쌍둥이(엄마는 3개의 배아를 이식했으니까) 가능성도 있을 수 있으니 초음파로 정확히 확인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지. 과연 엄마의 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피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몇 시간은 정말 초조해. 누군가 그러더구나.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얻은 엄마들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난자 채취도 이식도 아니고,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그 몇 시간이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엄마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상념들이 다 떠올랐으니까. 계속해서 떠오르는 상념에 지쳐갈 때쯤 검사 결과가 나왔어. 1주일 만에 다시 측정한 hCG 값은 무려 2691mIU/㎖! 지난 번 수치의 10배만 넘으면 안심해도 된다고 했는데, 무려 60배나 증가한 값이 나온 거야! 엄마는 이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 그리고 어쩌면 별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셋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는 정말 가슴이 뛰었어. 드디어 우리 별이가 엄마를 찾아왔구나!

참고 자료

최소영 외, '난관임신 961예의 수술후 임신력과 연관된 요인 분석', <대한산부회지>, 제37권 제12호, 1994.

최대경 외, '자궁 외 임신의 임상통계학적 고찰', <대한산부회지> 제38권 제11호, 1995.

정영환 외, '병합 임신에서의 만기분만 1예', <대한산부회지> 제46권 제10호, 2003년.

이정호 외, '무증상 자궁 외 임신에서 경질초음파의 진단 정확도', <대산주산회지> 제15권 제2호, 2004.

박상혜 외, '비정형 자궁 외 임신의 임상적 고찰', <대한생식의학회지> 제51권 제3호, 2008.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홈페이지(☞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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