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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라리 '악플'이라도 있었으면…

전대 코앞에 두고 당대표 선호도 1위는? '무응답'

"이거 사고라도 쳐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요즘 통합민주당 의원들에게서 종종 듣는 자괴감 섞인 말이다. 쇠고기 문제를 정점으로 이명박 정부가 취임 100일도 되기 전에 위기를 맞이했고 한나라당은 민심 이반에 전전긍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민주당의 고민과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특히 다음 달 6일 당 최대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고 당장 오는 19일부터 제주를 기점으로 '전당대회 투어'가 개시됨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12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문학진 의원은 "이거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괜히 목울대를 높인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유리한 정국에도 잊혀져가는 민주당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0~11일 실시한 당대표 선호도 조사(표본 7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에서 1위는 '무응답'(48.7%)이 차지했다. 추미애(15.9%), 정세균(8.1%), 정대철(5.3%) 등 당권 후보들에 대한 선호도와 비교된다.

특히 지난 달 22일 같은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무응답 비율이 23.2%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무응답이 무려 48.7%로 두 배나 뛰었다. 리얼미터는 "민주당 당 대표 선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른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발표된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도 무응답 층은 57.6%에 이르렀고, 정당 지지도 역시 19.2%로 지난 총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도를 기록했다. 민주노동당이 8.9%로 최근 쇠고기 정국을 맞이해 상승한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전당대회 연기론 대두
▲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천정배, 강창일, 이종걸 의원 등 전현직 의원 16명이 현재 쇠고기 정국에 대응을 위해 7.6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민주당이 비상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당대회 연기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천정배, 이종걸, 우원식, 최재천 등 전·현직 민주당 의원 16명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민주당은 10%대의 당지지율, 비전과 리더십 부재, 정체성 혼란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며 "무엇보다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조직 강화 과정에서 '계파별 지분다툼, 자기사람심기'가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온 국민이 촛불집회로 밤을 지새울 때 우리 당 내부에서는 부끄러운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전당대회는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전당대회 연기 및 비상체제 전환과 함께 "국민적 관심과 흥행이 없는 전당대회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국민적 관심과 전 당원의 참여가 보장되는 '전당원 직접참여제'로 치를 것"을 주장했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불거진 지역 위원장 선정 갈등은 그 자체 역시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민주당 얘기에는 그들이 싸우건 말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뾰족한 수가 없는데…

이들의 비판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내용적으로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그렇다고 전당대회를 연기한다고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그 분들의 지적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그럴수록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부 지역은 '계파 심기' 갈등 논란에 휩싸이며 지역위원장을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영남 지역에서는 신청자 '자질 검증'을 이유로 선정을 늦추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19일로 예정된 제주대회도 불투명하다.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

문제는 당이 이렇게 존재감을 잃어가게 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문학진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실용'과 '제3의 길'을 말하는 지도부에 국민은 민주당이 존립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현 손학규-박상천 체제를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현 손학규-박상천 체제는 한계에 달했다"며 "쇄신을 위한 전당대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 했으나 결국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했고, 정부의 시간끌기만 쳐다보고 있다가 18대에서 소수 정당이 된 이후에 하자고 하니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17대 국회에서 정운천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키지 못한 것이 상처가 컸다"고 덧붙였다.

한 중진 의원은 "'민생 국회'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에 맞서 민주당은 '등록금법'을 내놓았는데 결국 17대에서 등록금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한 게 우리"라며 "10년 전의 야성을 찾으려면 한참 먼 것 같다"고 평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길거리에 나섰으나 냉대를 받고, 원내로 들어오기 위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내밀었는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발표로 또 다시 머슥해질까봐 걱정이 된다"며 "쇠고기 정국에서 민주당이 아무런 존재감을 얻지 못한다면 패배주의에 빠져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연예인들이 TV쇼에서 심심찮게 털어놓는 말이 있다. "'악플'(악성 댓글)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댓글이 달리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사고라도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가 언제쯤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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