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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곱창집 노부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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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곱창집 노부부의 눈물

[송기호 칼럼] 경제 망치는 이명박 정부

한국인이 가정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지난 달 27일,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제위원회는 한국인에게 중요한 영향을 줄 결의를 하였다. 이 위원회는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게, 미국과 같은 '광우병 위험 관리 등급'을 부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Resolution No. XXI).
  
  알다시피 이들 나라들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 발생 수에서 모두 세계 1, 2, 3, 4위의 나라들이다. 특히 영국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세계 최초로 발생한 광우병 본국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국제수역사무국 총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위원회의 결의를 정식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검역 기준 문제에서,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은 과학적으로 의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래서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재협상은 결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한국의 입장에 설 때, 광우병 본국의 쇠고기도 미국산 쇠고기와 같은 기준으로 한국에 수입될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더욱이 광우병 본국의 동물성 사료조치는 미국보다도 더 철저하다.
  
  이처럼 광우병 본국의 쇠고기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광우병 발생국가로부터, 30개월 이상의 늙은 쇠고기가, 그것도 뇌와 척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도 30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마구 수입되는 현상은 세계의 주요 쇠고기 수입국에서는 한국이 처음 경험할 것이다.
  
  한국에게 국제수역사무국의 교리를 심어준 미국에서조차 이런 일을 생기지 않는다. 미국은 현재 광우병을 이유로 일체의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예 법령에 위 4개 나라를 포함해 30여 나라를 못 박아, 광우병 원인 쇠고기 수입 금지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9CFR94.18).
  
  그러므로 나는 호소한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검역 문제가 갖는 국제적 의미를 정확히 읽어야만 한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검역 기준은 결코 미국산 쇠고기 하나에 멈추는 그런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 뒤에 있는 광우병 본국 쇠고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내수 경제로서의 농업-식품산업-외식산업으로 구성되는 한국의 푸드 시스템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푸드 시스템은 연간 약 117조 원의 국민지출을 흡수한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푸드 시스템은 내수 경제의 큰 부분이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설업 출신의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관료들에겐, 내수 경제란 곧 대운하와 동격이겠지만, 오늘날 안정적인 국민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내수 경제의 중요한 요소로 푸드 시스템을 꼽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의 법적 기구인 경제 재정 자문회의가 2007년 2월에 낸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 농업이 국제개방에 완전히 노출될 경우, 일본의 푸드 시스템 종사자 중 375여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결코 일본 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한국의 농업-식품산업-외식산업으로 구성되는 푸드 시스템은 많은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런데 만일 광우병 본토 국가에서 30개월 이상의 늙은 소가 수입되고, 뇌와 척수마저 경쟁적으로 한국에 수입될 때, 한국의 푸드 시스템은 극심한 위축과 왜곡에 빠질 것이다. 지금도 이미 이명박 정부의 신뢰성 없는 광우병 검역 기준으로 인해서, 농업과 외식산업은 큰 타격을 보고 있다.
  
  우리 동네 골목에는 어느 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곱창집이 있다. 나는 수년 동안 퇴근 할 때마다 그 집 앞을 지나면서, 그 부부가 성실히 사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곱창집에는 눈에 띌 정도로 손님이 없다. 그 부부의 쳐진 어깨를 보기 안쓰러울 정도이다. 지금의 상황이 더 간다면 그 부부는 폐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푸드 시스템에서 국가가 안전성 기준의 신뢰를 소비자에게 주지 못하면, 소비자의 대안은 하나밖에 없다. 안전성 문제는 개개 소비자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그의 유일한 대답은 의심스런 대상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가 쇠고기와 관련 가공제품을 소비하지 않거나 큰 폭으로 줄이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식품산업-외식산업으로 이어지고 위기는 증폭된다. 이는 내수경제의 한 축을 심각히 위협할 것이다.
  
  이는 한국 푸드 시스템에 대한 국제 신인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세계는 한국의 푸드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려는 대신, 뼈를 고아먹는 식습관을 가졌고, 특정 유전자(MM)를 지닌 한국인들이 용감하게 도입한 광우병 검역 기준의 결과를 주의 깊게 관찰하려 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쇠고기 수입 자율규제니, 수입허가니 하는 것들은 실로 20년 전에 횡행하던 것들이다. 그리고 모두 한국의 푸드 시스템을 낙후시키는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불법이다. 법령과 다른 자율규제를 자의적으로 정해 놓고 이에 따르지 않는다고 음성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이요(48조), 대외무역법위반(5조)이요,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 위반이며(4조), 한미자유무역협정 위반(21.5조, 16.1조, 2.8조)이다.
  
  지금 촛불은 단지 청와대로 가는 행진 이상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마침내 철강과 자동차 등을 이유로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을 하지 않고 민간자율규제로 가겠다고 발언함으로써, 촛불의 뜻을 더 밝게 했다.
  
  통상법을 하는 사람으로 볼 때, 쇠고기 광우병 검역 기준 재협상과 철강·자동차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미국과의 합의에 명백히 국민 의견 수렴 과정(public comment)을 거치며, 한국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고시하지 않으면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황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합의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 합의 과정 재개를 한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이것이 무슨 통상보복의 법적 근거가 될 리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자동차와 철강을 이유로 재협상을 거부함으로써, 이제 촛불은 더 이상 쇠고기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철강과 자동차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경제를 상징한다. 이들 분야에서 이익을 보는 계층은 광우병 검역 기준 신뢰성 상실로 인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계층과 동일하지 않다.
  
  촛불은 이제 우리의 국민경제가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농업-식품산업-외식산업의 내수를 희생시켜서라도 자동차와 철강 수출에 누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그런 낡은 국민경제를 촛불은 거부한다. 만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런 것이라면 촛불은 이를 거부할 것이다.
  
  촛불은 개방화된 국민경제에서, 국민대중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밝히려 하는 기원이다. 나는 촛불이 그러한 국민경제의 길을 찾아 낼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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