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만 할 것인가? 그래도 우리가 나서야 한다"
이병렬 씨의 가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3편의 글은 분신 직전 이 씨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반대하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시국에서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 등 소위 '운동단체'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분신 전 남긴 글에서 "촛불집회가 지역에서도 5월 2일부터 시작되었다. 전선은 불붙었다. (…) 그동안의 방식, 조직대응에 각 조직들이 나서서 소수의 싸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중고생부터 대학생까지 광범위하게 일게 방관만 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씨의 고민은 그의 지인들을 통해서도 이미 알려졌던 내용이다. 지난 2005년부터 그를 알고 지냈다는 이삼용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에 주변의 지인들에게 '학생들마저 저렇게 싸우는데 대체 단체들은 뭘 하고 있는 거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씨는 또 "2선, 3선에서 조심스럽게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순수한 애국심, 감정으로 나선 이들을 보호해야 하고 끝까지 이끌고 우리가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적들은 좌경불순 운운할 것이니 대중은 이탈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대책회의 "죽지 말고 살아서 싸우자"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가 지난 3월 탈당한 이 씨는 운동단체 내부의 분열과 패권 다툼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드러냈다.
그는 감옥에 있는 한 동지에게 보내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에서 "어디 지역은 JTV 농성과 분당 등으로 패권에 분열이 판을 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그는 "민노(당), 민(주노)총 x(아닌) 우리들 세상 건설하길"이라고 희망했다.
이 씨는 이날 새벽 서울광장에서 또 다시 분신한 김경철 씨와 함께 현재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지난달 28일에 이어 4일에도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중태다.
이 씨의 상태에 대해 공공노조 관계자는 "의식은 있지만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낮다"며 "병원에서도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씨에 이어 지난 4일 김경철 씨가 분신하면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침울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대책회의는 6일 "죽지 말고 살아서 싸우자"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 이병렬 씨의 치료비 등을 위한 후원 계좌 : 국민은행 406202-01-339459 안지중(광우병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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