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 버시바우가 "한국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사실 관계 및 과학에 대해 좀더 배우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
또한 오늘자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월 한국의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참모들 대부분이나 여당 또는 국민들과도 아무런 상의를 하지 않은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고 전했다.
백주 대낮에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미국 대사의 자신에 찬 훈계와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간단하게 사태의 전말을 정리하면서, 새삼 우리에게 미국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화두'가 될 것이다.
우리는 몇 십년 동안 미국의 가치이자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나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명제가 미국 스스로에 의해 끊임없이 훼손되면서 미국 자신의 역사적 가치까지도 망가뜨리는 행동양식을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아이러니를 긴 시간 목격한다.
이제 인류 생존의 기본적인 조건들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문제가 환경재앙, 우발적인 핵전쟁, 여기에 더하여 결정적인 요소는 지금 미국 정부가 이끄는-미국 국민이 아닌 정부-세계전략의 잘못된 방향성이 인류의 위해(危害)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는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에서 그 닥쳐진 현실을 제대로 읽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거대 산업과 산업체들 그리고 미국 정부, 그것들을 떠받치는 미국의 미디어 체제가 한 통속의 그물망(네트워크)을 형성하면서 미국의 국경 밖 대외정책을 조종하고 지배하면서 탐욕적인 경제적 이윤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간단하고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다.
질기고 정교하며 정밀한 프로그램을 동반한, 섬뜩한 이들의 욕망 앞에는 심지어 혈맹(?)인 한국도 결국은 무차별 대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 정부는 성장경제를 얘기하면서 먹을거리는 수입해서 먹고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팔자는 차원에서 또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서 미국과 FTA를 서두르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분명 그 연장에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여기서 이명박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 개개인의 희생은 비용으로 계산되지 않는 셈법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생명에 대한 경시를 넘어서서 '생명 쯤은' 하고, 마구 함부로 사람의 목숨이 취급됐다. 여기에 '국익'이란 어마어마한 '추상적인 경제귀신'이 접목되면 모두 숨죽이고 쳐다보고 있어야만 했다.
오직 돈벌이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면서 이명박의 등장은 너무나 자연스럽기까지 했고 먹을거리, 자연적인 삶의 터전 보전, 국토환경의 원천적 보호라는 측면은 아주 하찮게 마구 취급됐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새로운 식민지 후예'들은 사회 전체를 온통 그들이 듣고 보고 온, 그들 나름대로의 미국식으로 개조하는 작업에 미국인들보다도 더 앞장섰다. 후진적이고 비개발적이며 무식하며 함부로 취급되어도 무방한 열등한 종족이 바로 자신들의 동족이라는 착란으로 치달았고 그 꼭대기에 이명박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경제제일주의, 경제만능주의의 작금의 한국 사회 현실은 소위 얘기하는 '선진국식 = 미국식' 경제방식으로 빠르게 편입되어야 한국인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윽박지르면서 '새로운 식민지 현실'로의 전환을 한국인들 스스로의 손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강박하는 FTA 정점에 이명박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명박을 챙기고 뒤를 봐주는 거대 신문들은 국민들이 현재의 미국 부시 정부를 비판하는 태도와 미국 국가를 비판하는 태도를 구별하지 않고 국민들을 협박하기 시작했고 "아무리 막가는 세상이라도 6.25 때 피를 나눈 혈맹인 미국을 반대할 수는 없다" 는 식으로 몰아 나갔다. 그래야만 또 그들의 뒤를 이명박이 봐줄 테니까.
세계 정세의 변덕과 미국 정치의 변덕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앞서 있었던 역대 정부와 지금 이명박 정부는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집단적인 정신분열적인 삶으로 결국 내몰았다. 한국인들의 일상적 삶은 비닐봉지처럼 조악하고 거칠고 피폐하며, 문화는 잡민적(雜民的)인 수준에서 허덕이고, 삐뚤어진 현실에 치여 저마다 '경제 경제'하면서 힘겹게 살게 돼버린 현국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너무나 놀라운 사실이 10대들의 반란으로 문제의 단서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어떤 부당한 희생을 치르고 있는지, 지금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이제 한번쯤은 제대로 둘러봐야만 한다고 십대의 어린 아이들이 먼저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났고, 그 복판에는 어린 소녀들이 '어른들은 이제 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제히 야단을 치면서 들고 일어난 것이다.
어른들인 당신들이 지금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느냐? 어떻게 위험천만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까지 뽑을 수 있었느냐, 다들 미친 거 아니냐고 본능적인 직감으로 냅다 소리를 질러댔다.
여기에 보태어 가냘픈 몇몇 지성인들이 모기같은 소리로 화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서 특히 '의인 3총사'의 등장은 내 눈과 귀를 깨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박상표·'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정책국장, 송기호 변호사, 그리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이다. 나는 이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무식과 무지에 전율했다.
이들의 말과 글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이명박 정부는 무기력한 정부로 바로 내려 앉으면서 정신적으로는 이미 정권 탄핵이란 해체선고를 받은 것과 진배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압도적일 만큼 무지한 세력들에 현실은 포섭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계 재앙의 핵심에 반드시 미국의 정부가 계속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는 더 어려워 하는 세력들의 준동. 그리고 미국의 경제 이익에 부합될 때만, 다른 나라의 가치가 겨우 용납될 수 있으며, 이러한 행동 방식이 오늘 날 결국 미국 자체를 고립에 빠트리고 미국을 위협에 직면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애써 외면하는 미국정부가 이끄는 세계체제.
아, 우리들의(?) 미국, 그 미국은 과연 어떤 얼굴이 제대로의 모습일까? 미국의 다음 정부는 과연 어떤 모습의 누구일까? 미국, 이명박, 그리고 의인(義人) 3총사와 시민, 그리고 다시 미국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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