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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MB 지지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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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MB 지지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한귀영의 여론읽기]<5> '욕망의 정치'를 압도한 '생존의 정치'

근래 발생하는 많은 상황들은 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번 6.4 재보선 결과도 그렇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의미가 덧입혀졌지만 뻔히 예상되는 낮은 투표율, 대안부재 상황 속에서 조직표를 가진 한나라당이 우위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문제는 단순 결과가 아닌 그 내용이다. 재보궐 선거를 100미터 경주에 비유하면 한나라당이 다른 정당보다 30미터 앞에서 출발한 경주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한나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기초단체장 9석 중 1석 밖에 못 얻었다는 것은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성적으로 것으로 봐야 한다. 한나라당의 절대 기반인 강남(강동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참패한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불과 6개월 전 과반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로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국민들은 어디로 갔으며, 2개월 전 한나라당이 수도권을 싹쓸이하도록 지원한 수도권 유권자들은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그 많던 지지자들은 어디로 갔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 만에 10%대 지지도로 추락한 데에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전권을 위임했다는 착시현상과 위험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은 투표율 63%와 46%라는 역대 최저치가 말해주고 있듯이 '자조적 투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투표에 불참하거나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소극적 투표행위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대선과정에서 제기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경제성장'이라는 욕망 앞에서 잠시 유보되었을 뿐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조건부 지지', '계약적 지지 관계'에 가깝고 당연히 지지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경제'라는 명분으로 단지 '대통령과 정치세력'만을 교체해주었을 뿐인데, 새 정부는 모든 것을 다 부정하고 바꾸려고 했다. 인수위부터 이명박 정부가 쏟아낸 정책들은 전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들의 욕망과 이해관계도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바뀌었으니 국민들의 생각도 바꾸라는 것이다. 쇠고기 수입 문제는 물론, 교육문제, 대운하문제, 그리고 의료보험을 포함한 기간시설 민영화 문제에서 나타난 정부와 국민과의 충돌은 어쩌면 예고된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 ⓒ프레시안

정권이 바뀌었으니 국민들의 '가치와 인식'도 바꾸라고?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날로 격화되어 가는 경쟁 속에서 국가와 사회의 보호막을 더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데, 새 정부는 이를 걷어내려고 했다. 인수위 출범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정책들 중 대부분이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인수위 시절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은 물론 대운하 문제, 한나라당 공천갈등 문제,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정책 중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정책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반대가 추진 방식을 문제 삼는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 아니라 '정책 내용' 자체에 대한 거부라는 점이다.

이 같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정책을 강행을 하면서 대통령과 국민 간의 대충돌이 일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서민층이 가장 먼저 추위와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지만 미래가 불안한 중산층도 우려와 불안감도 급격히 고조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조건부 지지', '계약관계'를 철회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삶의 문제, 생존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걸려있기 때문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퇴로가 없기 때문에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정권 하나만 바뀌었을 뿐 국민들의 가치와 요구는 그대로 일 뿐인데, 정부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꾸려했다. 당연히 대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유권자의 보수화를 논했던 것이 불과 한 달전인데...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유권자의 보수화를 논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뉴타운, 종부세 등 국민들의 경제적 욕망 위에서 탄생했고, 그 욕망은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보수화는 물론 정치세력 등 사회전반의 보수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횡횅했다.

하지만 지난 100일을 살펴보면 유권자의 사회경제적 욕망을 정면으로 건드린 이명박 정부가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하는 대중들의 사회경제적 욕망아래서 짓눌리고 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민주화' 가치와 달리 사회경제적 욕망은 개인의 삶의 문제, 생존의 문제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더 정치적이고 더 과격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물러설 수 있는 퇴로가 없다. 물러선다는 것은 곧 삶을 포기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탈정치', 'CEO 리더십'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 하에서 삶의 모든 문제가 정치화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나의 건강, 수도세, 운하건설, 학교 문제 등 과거에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간주되던 문제들이 이젠 정부의 정책, 그리고 정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또 삶의 문제 앞에 남녀노소가 있을 수 없기에 전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 되었다.
▲ ⓒ뉴시스

한편 정치권이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인식에 이르렀을 때 국민들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서는 '직접민주주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가 국민들의 삶의 결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또 거리를 통해 표출하는 등 사회 각 곳에서 정치가 풍성히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정당과 정치권에는 정치가 부재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대안부재 상황속, 민주당, 아직 2부리그 팀일뿐

막상 정치권에 정치가 없는 기이한 현상의 한 축에는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의 승리를 얻은 것은 당연히 반사이익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부와 여당이 그렇게 몰매를 맞아도 한나라당 지지도가 30%를 웃돌고, 민주당은 10% 중반대에 머물렀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그러했지만 여당이 잘못하면 야당 지지도가 상승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것이 반사이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문제는 그동안 야당이 반사이익도 못 누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운동경기에 비유하지만 민주당이 관심권 밖인 2부리그 팀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 내 친이세력과 친박세력이 1부리그를 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아직까지 프로가 아닌 실업팀이기 때문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분투한다는 동정여론이 있다. 그러나 1부리그에 있다가 2부리그로 전락한 팀에는 별관심이 없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1부리그가 무너졌기 때문에 갑자기 2부리그 팀이 대타로 차출된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자력으로 1부리그로 올라오지 못한다면 말이다.

정부 여당에게 재보궐 선거 결과표는 사실상 퇴출 직전의 상황이다. 1부리그에서 대안이 없다면 2부리그에서라도 구하겠다, 그래도 안 되면 국민들이 직접 경기를 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민들로선 삶을 건 저항 앞에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팀을 완전히 새롭게 교체하고 전략과 전술도 바꾸어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소통하고 타협해야 한다.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것이 퇴로가 아니라 정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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