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광우병 재앙의 '진앙'은 어디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광우병 재앙의 '진앙'은 어디인가?

[기고]MB만 모르는 미국의 황당한 '회전문' 인사

회전문 인사,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기

만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거나, 도둑에게 은행 금고의 열쇠를 맡겨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미국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어이없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의 CNN은 "미국의 검역 체제가 붕괴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가장 강력한 쇠고기 로비 단체인 미국축산협회 출신이 농무부의 고위직에 대거 포진해 있다"고 비판했다. 도축장의 위생 점검을 규제해야 할 고위 공무원 자리를 축산협회 출신이 꿰차고 앉았다가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축산업계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축산업계로 돌아가서 고위 임원으로 활약하게 된다. 이러한 '회전문' 인사 시스템으로 쇠고기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O157 병원성 대장균 및 리스테리아균 식중독, 광우병 같은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앤 스미스와 선진 회수육 허용

미국 농무부와 축산업계 사이에 일어났던 회전문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는 조앤 스미스 여사이다. 그녀는 5대째 소 목축 농장주를 지낸 인물로 미국축산협회(National Cattlemen's Association) 회장, 정육업계를 대변하는 홍보 컨설턴트, 로비스트, 대변인, 정책 입안자로 활동했다. 그러다 미국 축산업계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1989년 5월 부시 행정부의 고위직에 임명되었다. 그녀는 미 농무부에서 마케팅과 검사 서비스를 담당하는 차관보로 임명됐다.

차관보로서 조앤 스미스가 처음으로 한 일은 미국축산협회의 요청에 따라 쇠고기 검사 과정에서 다듬고 남은 고기 조각과 연골을 쓸 수 있게 하고, 이것들도 역시 고기라는 라벨을 붙일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생산된 쇠고기 중의 하나가 바로 최근 수입이 허용되어 문제가 되고 있는 '선진 회수육(Advanced Mest)'이다.

선진 회수육 공정은 고압 기술을 사용해서 뼈에서 쇠고기 조각을 분리하는 것이다. 만일 선진 회수육이 허용되지 않았다면 이 부위들은 동물 사체를 고온으로 압력을 가해 단백질과 지방을 뽑아 사용하는 렌더링 공장으로 팔려갔을 것이다.

조앤 스미스가 선진 회수육을 허용함으로써 이들 고기는 햄버거, 소시지, 피자로 들어갔으며, 미국 축산업계는 소 한 마리당 소 몸통의 가치를 7달러나 더 올려 받게 되었다. 대신 미국의 소비자들은 병원성 대장균과 리스테리아균에 의한 식중독이 증가하여 더욱 고통을 받았으며, 광우병 위험 부위가 들어간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게 되었다.

척 램버트와 광우병 위험 물질 수입
▲척 램버트 미국 농무부 차관보. ⓒ뉴시스

회전문 인사의 또 다른 사례는 2003년 12월부터 한국에 쇠고기 수입 개방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척 램버트 차관보이다. 그의 공식직함은 미국 농무부의 마케팅과 검사 서비스를 담당하는 차관보이다. 2002년 12월, 당시 베네만(Ann M. Veneman) 농무부 장관은 미국 육우협회(NCBA) 출신을 핵심 참모로 기용하여 타이슨푸드, 카길 등 다국적 농식품 거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배려했다.

다국적 농식품 거대기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윤병선 교수(건국대)는 "베네만의 핵심 참모였던 무어는 미국육우협회의 입법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사람"이라고 비판했으며,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에서 미국 측이 제안한 내용의 대부분을 카길의 전직 부사장이었던 다니엘 암스튜트가 작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척 램버트 차관보도 미국 육우협회(NCBA)에서 무려 15년이나 타이슨푸드, 카길 등 다국적 농식품 거대기업을 위해 일했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미국 농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의 농업통상자문위원회(APAC)의 육류산업통상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했으며, 대통령 직속 통상정책·협상자문위원회(ACTPN)의 위원으로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을 줄기차게 대변해왔다.

그는 미 농무부 차관보가 되어 지난 2006년부터 한국 정부의 검역 담당 공무원에게 등뼈의 횡돌기를 광우병 위험물질(SRM)에서 제외시키라는 압력을 행사해왔다. 결국 그의 압력이 통했는지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는 '경추·흉추·요추의 극돌기, 경추의 횡돌기, 천추의 정중 천골능선, 3차신경절'을 광우병 위험 물질에서 제외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보다도 더 완화되었으며, 미국 FDA 규정보다도 더 많은 부위를 예외로 허용했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미국 농무부의 회전문 인사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광우병 괴담은 진앙은 바로 미국 농무부의 회전문 인사 시스템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미국의 이러한 회전문 인사에 눈을 감고 있으며, 오히려 미국 축산업계와 미국 농무부를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고양이에게 맡겨 놓은 생선을 되찾아오기 위해 손에 촛불을 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도둑에게 맡겨놓은 은행금고의 열쇠를 되찾아오기 위해 우리 누리꾼들이 나섰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