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간병인들이 관련법조차 없는 상황에서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에 처해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간병인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환자치료에도 부정적 영향이 필연적이어서 관련 제도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아울러 제기됐다.
이같은 사실은 간병인과 병원노조, 노동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간병인 실태 면접조사 결과 밝혀졌다.
***간병인유료소개소, 간병인에게 소개료-입회비 명목으로 과다 금액 요구**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보건·노동 단체들로 구성된 '서울대병원간병인문제 해결과 공공병원으로서의 제자리찾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제자리찾기 공대위)는 26일 오전 지난 5월부터 두달간 실시한 간병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정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제자리찾기 공대위는 지난해 9월부터 8개월간의 서울대병원 간병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 경험을 통해 간병인 문제가 비단 서울대병원에 한정되지 않고, 간병인을 고용이 일상화 되어 있는 전국 모든 병원에도 유사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이번 실태조사의 동기를 밝혔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병원에 설치돼 있는 유료간병인 소개소는 소개료, 입회비 명목으로 간병인으로부터 과다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서울대 병원 등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서울지역 22개 병원의 25개 유료 소개소 중 23개 소개소가 3만원 이상의 월회비를 받고 있었다. 간병인 소개료를 정하고 있는 직업안정법 제19조 1항과 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월 3만원 이하의 소개료만 징수하도록 되어 있어 이들 유료소개소는 1만원 이상 과다 징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유료소개소들은 교육비, 의복비, 신발값 등 입회비 명목으로 7~22만원 정도를 간병인 구직자에게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구미영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간사는 "적십자에서 4박5일동안 2만여원으로 받을 수 있는 교육을 K병원의 J소개소는 14만이나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구 간사는 이어 "10~20만원의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중고령 여성노동자의 처지를 유료소개소가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병인,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저임금과 주 1백44시간 장시간 노동**
한편 간병인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병료는 평균 12시간 간병시 3만5천원, 24시간 간병시 5만원이다. 이 금액은 식대, 교통비 모두 포함된 액수로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만6천원으로 최저임금 2만80원(2003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자리 찾기 공대위는 "간병일이 환자 옆에 앉아 있기만 하는 일이 아니고, 더구나 야간근무, 휴일근무를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일임을 고려하면 너무 낮은 액수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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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뿐만 아니라 비상식적인 장시간 노동에도 간병인들은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들은 대부분 일요일 오후 2시에 근무를 시작해 토요일 오후 2시에 근무를 마치고 있어 주6일 24시간, 즉 1백44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이는 보통 근무자들의 3배가 넘는 시간에 해당한다.
제자리찾기 공대위의 면접조사에 응한 한 간병인은 "냉동시킨 밥 1주일치를 싸와서 먹는다. 국물 한 번 제대로 못 먹고 일한다. 그것마저 환자 식사수발 끝난 후 먹어야 하니 제 때 못먹는다"고 말했다.
***간병인 정규직 채용등 법-제도적 마련 시급**
상황이 이렇지만 간병인에 대한 기초적인 제도조차 없는게 현실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대표 강주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간병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대부분의 나라에서 '간병서비스'를 간호사의 역할로 구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같은 사실은 환자가 내는 '입원료'에 간병료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펴낸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을 보면, 입원료는 입원환자 의학관리료(40), 간호관리료(25), 병원관리료(35)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간호관리료에 간병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중환자실의 경우 간병서비스를 간호사가 일임하고 있는데, 이는 간병서비스 업무를 간호사 업무와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간병서비스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일반병실 환자도 중환자실 환자와 마찬가지로 간호사가 간병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간병서비스를 마땅히 병원에서 부담해야 하지만 병원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병원측이 유료소개소를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자리 찾기 공대위는 간병서비스를 간호사가 담당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 간병인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조진원 제자리찾기 공대위 공동대표(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입원환자는 퇴원까지 병원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간병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병원 소속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며 "제도상 한계가 있다면 국공립병원부터 일단 무료소개소 운영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자리 찾기 공대위는 환자 및 보호자들이 직접 지불하고 있는 간병료는 건강보험 수가에 포함돼 정부가 지불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도 아울러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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