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서울지방노동청 8층은 한마디로 비명과 울음, 그리고 절규로 가득찬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저녁 6시50분경 긴급 투입된 경찰병력은 점거농성 중인 간병인 노조원과 ‘서울대병원 간병인 문제해결 및 공공병원으로서 제자리 찾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간부들 30분 만에 전원 연행했다.
***악몽의 30분, 서울지방노동청 절규와 울음으로 가득차**
공권력 투입은 서울지방노동청 직원이 모두 퇴근한 저녁 7시에 전격 이루어졌다. 저녁 6시를 넘어서면서 간병인 노조가 농성중인 서울지방노동청 8층은 공익근무요원, 관리과 직원 그리고 사복 경찰 등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관리과 직원과 공익근무요원 10여명은 외부인 출입을 막으며, 간병인 노조원과 지지방문 온 학생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을 격리시켰다. 이에 학생들과 노조 관계자들은 공익요원을 사이에 두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저녁 6시 50분경 전경 중대장들이 등장하면서, 농성장은 한층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50여 명의 전경과 여경 그리고 사복 경찰이 일제히 들어와 먼저 노조관계자와 학생들을 완전히 격리시킨 뒤 농성장에 진입, 간병인 노조원 연행을 시도했다.
경찰들은 저항하는 간병인 노조원들의 사지를 잡고 차례로 연행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간병인 노조원이 실신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한편, 어떤 간병인 노조원은 투신을 하겠다며 창문으로 뛰어들기도 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임산부와 함께 당뇨병, 심장병, 신부전증 등 심각한 병을 가진 노조원들도 있었으나, 경찰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보호조치 없이 강제연행을 해 위기를 가중시켰다.
이날 연행된 12명의 간병인 노조원과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은 현재 성동-종암-동부 경찰서로 분산돼 조사를 받고 있다.
***공대위, "서울지방노동청, 공권력 투입 정당성 없다"**
서울지방노동청의 공권력 투입 요청의 정당성에 대해 당연히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노동청이 노동자들을 잡아가 달라고 공권력을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노동청은 공권력 투입에 대해 "시설보호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점거농성의 불씨를 서울지방노동청 측이 먼저 제공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서울지방노동청장이 지난 17일 공대위 대표들과의 공식 면담자리에서, 서울대병원간병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데 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청장은 약속과 달리 약속시한인 20일이 지나도록 어떠한 가시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울대병원의 입장만 대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공대위 및 간병인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청장의 17일 약속에 큰 기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대는 서울대병원 유료간병인 소개소가 지난 2일 강남지방노동사무소로부터 불법으로 근로자를 공급하는 불법업체 판정을 받은 사실도 크게 작용했다.
이와 관련 공대위 관계자는 “이미 (서울대병원유료간병인소개소가) 불법판정까지 받은 마당에 관할 주무부서인 서울지방노동청이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 서울지방노동청장의 약속에 간병인 노조와 공대위 모두 기대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점거농성을 하게 된 것도 이러한 기대가 좌절된 탓이 크다"며 "책임질 수도 없는 약속을 한 서울지방노동청장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반성은 하지 못할 망정, 공권력 투입으로 간병인 노조의 항의를 무마시키려 했다"며 분개했다. 그는 이어 "먼저 (공권력투입에 대해) 사과를 하고, 17일 약속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무책임한 고위 공직자의 발언이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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