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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올림픽보다 더 '끔찍한' 올림픽이 온다'"

[정희준의 어퍼컷] 중화대관식, 베이징올림픽

이른바 냉전시대, 그 많은 국가들을 편의상 구분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제1세계, 제2세계, 제3세계로 나누는 것이었다. 미국 등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서구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제1세계, 소련을 위시한 동구의 사회주의 국가가 제2세계, 유고와 인도가 주도한 비동맹 국가 집단이 제3세계였다. 중국은 애석하게도(?) 제3세계에 편입됐다. 마오쩌둥 살아 생전, 그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을 '제3세계 국가'라 부르는 것이었다. 중화사상에 투철한 중국의 지도자에게 '제3세계'라는 호칭은 충분히 모욕적이다.

1976년 마오가 사망한 후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체제 완성을 꿈꾸던 마오와는 달리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 먼저 강대중국을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고양이의 색깔이 희고 검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 유명한 '흑묘백묘론'이다. '천지개벽,' '상전벽해'로 묘사되는 중국의 급격한 경제발전은 바로 이 '78년 체제'에 뿌리를 둔 것이다.

중국은 절치부심 드디어 덩샤오핑의 소원대로 경제력을 갖춘 강대중국이 되었고 채 개방 20년이 지나기도 전에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폭등시켰다. 미얀마의 군사 정권의 후견인이 됐을 뿐 아니라 원유 확보의 대가로 원주민 20만 명을 학살한 수단 정부에 무기를 제공할 정도가 됐다. 그뿐이 아니다. 이젠 주변국의 역사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서북공정, 서남공정,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뭐 저런 사람들이 다 있나' 하며 중국인을 다시보게 했던 동북공정이 그것이다.

이제 중국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돼버렸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은 과거 몰락했던 중국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려는 대관식이다. 바로 중화대관식이다. 쿠베르탱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만든 인류의 숭고한 제전 올림픽이 중국의 '슈퍼 파워 프로젝트'로 전락한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세계가 들러리 되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을 완벽한 중화대관식으로 만들기 위해 스포츠대회라기보다는 '쇼'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짰다. 한마디로 알맹이보다 껍데기가 더 많다. 텔레비전 켰는데 광고 보다가 지치는 꼴이다. 우선 중국 정부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긴 성화 봉송을 기획했다. 3월 24일부터 총 130일간 21개국 134개 도시를 거치며 2만 1880명이 장장 13만7000㎞에 걸쳐 성화를 봉송하는 것이다.
▲ 중국 티베트 자치구 쪽에 있는 에베레스트 정상이자 세계 최고봉인 초모랑마(에베레스트 8844.43m)에서 이뤄지는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경로를 표현한 그래픽.ⓒ베이징=신화사·뉴시스

'성화쇼'의 하이라이트 하나는 성화의 에베레스트 정상정복이었다. 중국의 성화등반대는 8일 8848m의 지구상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성화를 올렸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성화 봉송과는 별도로 지난 1년간 '지옥훈련'을 한 등반대가 성공시킨 것인데 등반대장은 티베트인이, 부대장을 중국인이 맡았고 최후 봉송주자는 티베트의 여성 산악인이었다. 그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인다.

성화의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은 에베레스트산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티베트의 독립의지를 누르고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임을 세계에 과시하려는 의지표현이다. 게다가 중국은 이를 위해 해발 5200m에 위치한 베이스캠프까지 108km에 이르는 고속도로를 티베트에 건설했고 이 도로를 통해 정상에 올랐다. 티베트의 반발은 물론 환경론자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말이다. 이 정도면 됐다? 아니다. 여기서 그만둘 중국이 아니다.

'쇼'의 또다른 하이라이트는 성화 들고 티베트 누비고 다니기다. 에베레스트 정복이 흥분을 촉발한다면 이건 긴장감 넘치는 성화 봉송이다. 지난 4일부터 중국 본토에서의 봉송이 시작됐는데 6월 19일에서 21일 성화는 라싸 등 티베트로 쳐들어간다. 저항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것이다. 티베트에 대해 중국이 세계로 보내는 메시지는 이거다. "이제 입들 다물어."

8월 올림픽을 빌어 대관식을 치르고 나면 이번엔 '자축쇼'가 줄줄이 준비돼 있다. 중국은 10월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최초의 우주인 우주 유영에 도전한다. 그리고 12월엔 개혁·개방 30년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열게 된다. 중국에게 있어서 2008년은 78년 체제의 완성을 자축하는 기념비적인 해이다. 부연을 좀 더하자면 올림픽을 빌미로 자신들의 잔치에 세계를 끌어들여 들러리로 전락시켰다. 올림픽이 이처럼 초라해지고 지저분해진 적은 없다.

숭고한 올림픽? 세계평화? '미친 소'도 웃는다

올림픽은 그 자체로서 정치적이다. 팔뚝 솜털에서부터 뼛속까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치적이다. 모세혈관에까지 정치의 피가 싸돌아다닌다. 세계 평화니 인류의 제전이니 모두 헛소리다. 게다가 이제는 올림픽 자체가 거대한 광고판이 되어 거대 기업들의 '돈지랄 한판'이 됐다. 또 지금 이 순간도 올림픽 메달을 위해 검사에 걸리지 않는 스테로이드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고 선수들은 이를 팔뚝에, 엉덩이에 주사할 것이다. 순수하고 숭고한 스포츠의 축제? 광우가 웃다 자빠질 소리다.

지금 이렇게 시끌벅적한 성화 봉송이란 게 도대체 언제 등장했나. 나치올림픽으로 악명 높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다. 베를린 제국 경기장에서 히틀러와 10만 관중이 서로 손을 뻗치며 '하일 히틀러'를 주고받는 가운데 유럽대륙을 돌고 온 성화가 등장했다. 성화는 나치 선전장의 도구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전 <타임스> 서울·평양 주재기자였던 마이클 브린은 <한국인을 말한다>에서 "88올림픽은 나치올림픽보다도 더 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베이징올림픽을 보면 베를린올림픽이나 서울올림픽은 '애들 장난'처럼 보인다.

중국이 올림픽 준비를 얼마나 신경질적(?)으로 예민하게 하는지, 또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하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중국은 아테네에서 채화된 성화의 환영식을 3월 31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가졌는데 외신 기자들에겐 오후에 열릴 것이라 해 놓고는 아침 일찍 해치워 버렸다. 돌발상황에 대비한 것이었단다. 취재 자유를 보장하겠다던 당국의 방침은 무용지물이 됐다. 또 이날 행사는 시민은 통제한 썰렁한 환영식이었다.

성화의 공항도착도 관영 중앙방송(CCTV)에서 생중계하는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사실은 무려 1분 지연중계였다. 보통 돌발상황에 대비해 지연중계 하는 경우도 대부분 5초 정도다. 2003년 미국 수퍼볼 해프타임 쇼에서 자넷 잭슨이 가슴을 드러내 미국을 뒤집어 놓은 적이 있는데 이때 CBS가 50만 달러 벌금의 징계를 당하고 이듬해부터 택한 방식도 5초 지연중계였다. 반중국, 친티베트 시위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예민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올림픽을 대하는 중국의 '무대뽀정신'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바로 짧은 머리에 청백색 유니폼을 입고 성화를 따라다니는 성화보호팀이다. 이들의 첫째 임무는 물론 성화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들은 성화가 시위대에 의해 위험에 처하면 시위대를 물리력을 동원해 차단하는 것이다. 이들은 과연 누굴까. 이들은 인민전투경찰 최정예 요원들이다. 이들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2012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인 세바스찬 코 위원장조차 밀어내 버려 코 위원장은 이들을 폭력배들(thugs)라고 비난한 바 있다. 파리에서 성화봉송에 나섰던 언론인 욜레인 데 라 바인은 티베트 국기가 새겨진 헤드밴드를 이들이 아무 말도 없이 낚아채 갔다고 분개했다.

이러한 중국의 자세는 반 중국시위를 악화시키는 자충수로 작용했다. 아무리 성화가 중요하다지만 해외로 전투경찰을 내보내 시위대에게 물리력을 사용하고 유명인사까지 떼밀어 버리나. 그러니 더 시끄러워질 수 밖에. 그러나 역시 중국은 개의치 않는다.

'One World One Dream'…다시, 제국의 건설을 위하여
▲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그래픽 ⓒ프레시안

7년 전 베이징의 올림픽 유치가 결정될 당시 많은 이들은 올림픽이 중국의 민주주의를 개선시킬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올림픽이 중국인들에게 정치적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중국은 더 억압적이 됐고 중국 내 인권상황은 더 악화됐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탄압이 '올림픽 때문에'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에 있어서는 거의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며 초강공으로 나온다.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외교'가 없다. 34개 언어를 사용하는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베이징올림픽 슬로건은 더 이상 정치적일 수 없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 여기서 'World'는 사실상 가면 쓴 'China' 아닐까. 과거 중화 전성기를 그리며 세계지배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도 중국은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우기고 있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이야기는 여기에 해당된다.

'하나의 중국,' '강대중국'의 완성은 곧 78년 체제의 완성이고 그렇게 되면 잠시 미뤄두었던 사회주의의 건설에 매진할 수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사회주의 건설엔 혹시 억압받는 주변국의 국민들을 압제에서 해방시키는 것은 포함되지 않을까. 미국이 민주주의를 빌미로 여기저기서 그랬던 것처럼.

얼마전 중국인들의 서울 도심 폭력 문제를 놓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논하고 있다. 많은 신문의 사설과 칼럼은 중국의 애국주의 또는 중화민족주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도 결론은 '서로 자제하자'쪽으로 갔다. '일부 극소주의 불법행동'을 '대다수 중국 유학생의 적법한 행동과 구별'하자 하고 또 이를 맹목적 애국주의로만 보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라고 타이른다. 어떤 외신은 티베트 문제를 들출수록 결국 고생하는 것은 티베트 사람들이란 이야기도 한다. 그냥 외교적으로 세련되게, 다른 말로 좋게좋게 끝내자는 의견이 많다. 과연 그럴까. 좋게좋게 끝내면 그게 우리에게도 득이 될까.

"대동아공영론도 중화주의 앞에 서면 어린아이"
▲ 지난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중국의 무차별적인 진압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티베트인들. ⓒ로이터=뉴시스

베이징올림픽은 사실상의 중화올림픽으로 나치올림픽보다 더 심각한 '정치 오염' 올림픽이 될 것이다. 중화사상은 타 민족 지배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이고도 지배적인 민족주의이다. 중국 공산당도 마르크스주의보다는 민족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공산주의는 민족주의와 상극이지만 1921년 중국공산당을 창당한 이들 중 상당수는 학생운동을 했던 엘리트 민족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민지배로 인해 생성된 방어적 민족주의와 중국의 민족주의를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동포'들을 보면 더 심각하다. 사실 중국인들은 CNN을 비판하지만 사실 이들은 CNN을 볼 자유는 없다. 관영방송들이 전해주는 대로 뉴스를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외국의 중국 교민들까지 뭉치고 있다. 젊은이들이라 해서 괜한 희망 갖지 말길 바란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온라인공간에서 통합(unity)를 이야기하고 싸우자(fight)고 한다. 이들은 중국의 성장과 자신감에 겁먹은 서구사회가 공황에 빠졌기 때문이고 당연히 모든 중국인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면서 더 공격적으로 나온다.

한 역사학자는 이론적으로 볼 때 중화사상이 대동아공영론보다 그 질이 더 안 좋다고 한다. 근대 개념인 대동아공영론보다 더 오래된 중화사상이 탈근대를 이야기하는 지금 새로운 괴물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 일본에 대한 과거사 문제에서라도 중국이 우리와 한편이라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이제 중국을 다시 보시라.

그러면 앞으론 좀 나아질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지금 어른이 된 바링하우(80後)세대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그렇다. 78체제의 산물인 이들은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듬뿍 담긴 교육을 받고 컸다. 소황제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해 자기 주장이 강한 이들이다. 아이 하나 넘어지면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6명이 달려 나온다는, 그런 특성을 가진 세대다.

이들은 타협할 줄 모르기 때문에 결혼을 해서도 가정 불화가 극심할 뿐 아니라 자녀양육을 부모에게 맡겨 이로 인한 의견 차이 때문에 3대가 갈등을 빚는다고 한다. 이 역시 중국이 1979년 산아제한을 위해 한가구 한자녀 정책을 편 이후 생겨난 특성이라 한다. 이들 타협할 줄 모르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중국인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상황에서 중국민족주의는 위험천만의 괴물이 될 것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나치올림픽의 뺨을 날려버리는 올림픽이 될 것이다. 중국이 '대국답게' 행동하길 바라시는 분들, 이제 꿈 깨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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