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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마저 '비즈니스 프렌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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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마저 '비즈니스 프렌들리'냐"

경제개혁연대 "독약증권, 우리나라에선 진짜 독"

법무부가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도입하기 위해 상법 개정을 검토하고 나서자 "법무부마저 친기업 코드 맞추기에 나섰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특히 법무부가 M&A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포이즌필(독약증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독약증권은 우리나라에서는 말 그대로 독약"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소수지분을 가진 총수가 회사를 지배하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에서 독약증권은 현 지배구조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한 마디로 총수에게만 득이 되는 제도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경영권 방어법제 개선 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0월까지 상법 개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친기업' 인사들로만 구성된 위원회

경제개혁연대는 29일 논평을 통해 법무부의 '경영권 방어법제 개선위원회'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 삼았다. '친기업' 편향의 학자 및 전문가들과 경제부처 공무원들만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얼마나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법제 마련에 기여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법무부가 위촉한 위원들 중 'M&A 전문가'들은 대기업을 상대로 법률 및 금융자문을 수행하는 거대로펌 혹은 금융기관 종사자들이며, 법학교수 대부분이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재계가 주최한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서는 등 친기업 성향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독약증권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독약증권은 회사가 인수를 막기 위해 발행되는 증권을 말한다. 신규 투자자가 한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지배주주가 되거나 경영진을 교체하려고 할 때, 기존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이에 대항해 새 주식을 대량으로 발행하고 기존 주주들만 헐값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독약증권 발행과 배정은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가능하다. 독약증권은 1982년 미국에서 처음 발행됐고, 1985년 법원을 통해 합법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미국 기업과 다르기 때문에 독약증권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의 독약증권 도입 현황을 조사하고 한국과 미국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비교분석한 결과, 독약증권 도입은 글로벌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기업지배구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개혁리포트를 발표했다. 이 리포트는 김우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독약증권을 도입하고 있는 기업(S&P100 소속 기업)의 비중은 1990년 53.8%에서 2006년 27.1%로 낮아졌다. 독약증권을 도입한 기업이 줄어든 이유는 주주들이 독약증권을 원하지 않기 때문. 이는 독약증권이 오용 또는 남용될 여지가 있으며 주주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이 보고서는 독약증권이 바람직한 제도가 되기 위해선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이사들이 개인적으로 소속기업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지배대주주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고 △외부 기관투자자가 존재해야 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KRX100 소속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 비중은 평균 50.1%, 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은 0.3%에 그쳤다. 지배대주주가 존재하는 회사가 75%나 됐으며, 외부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43.3%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100대 기업들은 사외이사 비중은 86.2%, 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은 3%, 지배대주주가 존재하는 회사는 5.6%, 외부 기관투자자 비중은 73.3%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떨어지고, 지배대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이 월등히 많고, 외부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낮았다. 이런 지배구조를 가진 상태에서 독약증권을 허용할 경우 지배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악용될 여지가 크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장인 김진방 인하대 교수도 "미국 회사는 대부분 소유가 분산돼 있으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어 투자자가 주식을 사들여서 의결권 경쟁을 통해 경영진을 교체하고 독약증권을 제거할 수 있다"며 "독약증권이 발행되더라도 회사 가치를 높이는 회사 인수와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총수가 적은 지분을 가지고서도 계열사 지분을 통해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독약증권은 주주가치에는 물론이고 회사가치에도 해롭다"며 "독약증권이 재벌총수에게 보약이 되고 회사와 주주에게는 독약이 된다"고 독약증권 도입을 반대했다.

"경영권 방어제도, 2년간 논의 통해 개정안에 빠졌던 것"

법무부는 또 "상장회사들이 매년 4-7조 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상장회사들이 경영권 방어수단의 부재로 이같은 방법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어 기업역량의 낭비를 초래한다"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법무부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자사주 매입은 기본적으로 현금배당의 대체물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되돌려 주는 행위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갖게 되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경영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정상적인 경영행위"라는 것. 특히 법무부가 '출혈경영'의 예로 제시한 삼성전자, 에스오일, 케이티 모두 현금보유가 늘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출혈을 감수한 것은 아니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상법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면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이들은 "경영권 방어제도는 2년에 걸친 상법개정안 논의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합의에 따라 도입되지 않은 것"이라며 "합의와 준비절차를 무시하고 속도를 강조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기업 코드에 편승하기 위해 국회의 입법기능마저 희생시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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