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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이제 목소리 내겠다…원내대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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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부겸 "이제 목소리 내겠다…원내대표 도전"

[안터뷰] "386 후배들, 상황을 극단까지 몰아갔다"

"그동안 좀 조용히 지냈다. 그러나 이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

통합민주당 수도권 참패 속에서도 3선에 성공한 김부겸 의원이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김 의원은 2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를) 해보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맞설 사람, 나"

김 의원은 원내대표 도전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의 덩치가 너무 커져서 고도의 전술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며 "대립각을 세울 때는 세우더라도 필요하면 협상을 하는 전략과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연함이 필요한데, 내게 그런 장점이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부겸 의원. ⓒ프레시안

김 의원은 이어 "내가 한나라당을 아는 편"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때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이라는 통나무의 결을 봐서 '어디를 쳐야 할지' 잘 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이끌고자 하는 민주당의 길은 무엇일까. 김 의원이 진단한 바에 따르면 국민들의 요구가 민주화 및 자유, 인권과 같은 정치적 민주주의 달성에서 '삶의 질'의 문제로 국면 전환을 했는데, 민주당이 이 부분에서 대응하지 못 했고 유능하지도 못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실망감에 투표장을 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지지층을 얼마든지 결집시킬 수 있는데, 정풍운동을 한다든가 당의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지금의 옷을 벗어 세탁도 하고 허물을 벗어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제3의 길 아직 실천 못 해봤다"

"손학규 대표의 '제3의 길'이 이번 총선에서 냉소적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아직 민주당이나 손학규 대표가 자신의 얘기를 실천할 공간이 없었을 뿐,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이를 평가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실용'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적 반응을 할 필요가 없다"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실용을 얘기하니까 우리는 이념으로 가자고 한다면 헤게모니를 되찾아 올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제 민주당이 부의 창출에 있어서도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용은 대기업과 일부 부유층을 위한 것인데, 민주당의 실용은 중소기업과 중산층, 서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학원비 걱정을 하고, 집 평수를 조금 늘려 쾌적한 삶을 살고자 하고, 노후에는 자식들 부담 안 주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산층, 서민층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81명의 민주당 당선자들에게 "계보 같은 것 따지지 말고 관심 분야에 따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전공으로는 경제 민주화를 꼽았다. 김 의원은 "금융관련 전문가 수준까지는 안 되겠지만 공정거래 등 시장 경쟁의 질서를 잘 지키도록 하는 분야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사회의 투명성을 확립해 힘센 놈들만 살아남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상생의 정치 평가 받겠다"
▲ ⓒ프레시안

고 제정구 선생으로부터 '상생'의 가치를 배웠다는 김부겸 의원. 그는 "나더러 '맹탕이다', '각을 안 세운다'고 그러지만, 내 방식으로 정치권에 부딪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잘 '안 나서던' 그였지만, 이제 중앙 정치무대에 나서 자신의 스타일을 시험해보고 평가받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좀 더 철저해지겠다. 모든 사안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 분명하게 발언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김 의원. 앞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가 잦아질 것 같다. 그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상생'의 가치가 민주당, 나아가 정치권,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다음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가진 김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수도권에서, 특히 서울에서 7석 밖에 못 얻었는데 (이것을) 참패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 참패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 같나?

김부겸: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 경제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라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최장집 선생님이 말씀하신 민주주의의 확대 과정이라고 할까? 그동안 자유, 인권 등 정치적 민주화라는 거대담론에 대한 요구가 강했다면 새로운 것은 삶의 질 개선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내 놓으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우리가 유능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우리들이 그런 신호를 못 읽었거나 혹은 시간이 부족했다. 가장 단적인 예가 전통적인 정치 투표하던 수도권 강북 벨트의 분들이 뉴타운이라든가 구체적 생활상의 이익 문제로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김근태나, 386의 대표적 정치인인 임종석 이런 분들의 정체성이 부족하거나 삶의 치열성이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유권자들이 바라는 새로운 흐름에 대한 답을 우리가 못 내놓은 것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이 '실용'을 강조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어떤 정책기조를 가져갈 수 있나?

김부겸: 나는 기본적으로 실용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 보이는 것이 불만이다. 시장과 마찬가지로 가치중립적 용어다. 다만 누구를 위한 실용인가로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은 부자, 대기업, 기득권층의 실용일 수밖에 없지 않나. 이런 얘기를 하면 인신공격으로 볼 수 있지만, 어제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고위 당직자들의 재산 공개를 보면 개인적으로 비난하기보다 집단이 갖고 있는 성격 자체를 볼 때 기득권의 대표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열심히 노력하는 중산층이나 사회적인 소외층이나 이런 분들에 대한 구체적 담론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분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희망 주어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 문제가 실용이어야 한다고 한다.

워낙 조심스러운 게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이 논쟁을 본격적 토론도 못해보고 결국 말싸움만 하다 망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앞으로 정치를 이념이나 이념형으로 얘기하는 것은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본다.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는 나중에 판단하다고 하더라도 주택, 교육, 노후 생활 대책, 직업 등 아주 구체적 문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안이 있을 것이고 우리의 대안이 있을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문제 가지고 구체적인 논쟁하고 토론하고 필요한 것은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런 것 모여 거대담론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이명박이 실용이니까 우리가 실용 얘기하면 망한다'라는 것은 너무 소아병적이다. 현장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부족했다. 따라서 그 부분을 철저히 고민하고 더 철저하게 아이디어 모아 나가면 우리 나름대로의 실용의 체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그럼 우리는 이념으로 가야지'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한나라당이 가장 원하는 프레임이다. 그렇게 가는 한 우리는 그분들에게 사회적 헤게모니를 되찾아올 수 있는 찬스가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아무리 실용을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중산층 이하를 위한 정책을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분들이 내놓은 건강보험, 국민연금정책 보면 그렇지 않나. 우리의 역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교육 정책, 우리의 의료 정책 등 발전전략들을 내놓아야 한다.

프레시안: 국민들이 경제에 대한 욕구가 더 커졌는데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여권 시절에 '경제 민주화 부분에서는 소홀하지 않았나'라는 지적도 있다.

김부겸: 바로 그 점이 우리가 여당이었을 때 불철저했거나 서툴렀던 거다. 예를 들면 부동산 문제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 당시 총선에서 공약했던 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인데 노 대통령이 관료들과 논쟁해서 후퇴했다.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말에 가격 폭등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김근태 의장께서는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 그랬는데 말이다. 공공주택기관들 주택공사 토지 공사 공공기관에서부터 공개하자 그랬는데 그것도 못했다. 그거라도 했으면 사회적인 견제역할 할 거 아니냐라고 했는데 그것도 못하고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2년 간 온 국민들이 난타 당했다. 우리들이 가졌던 원칙이나 우리들의 자세라는 게 더 구체적이었다면 노 전 대통령하고 관료들과 논쟁에서 이겨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것이 안타깝다.

프레시안: 비슷한 맥락에서 '17대 국회에서 재선 그룹이 제 역할 못 했다'라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 재선 의원들이 총선에서 많이 낙선하기도 했다. 지금 다시 3선으로 18대 들어왔는데 3선 그룹의 역할이 무엇이 있을까?

김부겸: 우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백드린 대로 시야가 좁았던 것 같고, 문제의식이 철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지역구 구석구석 다니며 어려운 사람들 만나봤는데 그분들의 눈빛에 미래에 대한 희망 사라진 좌절의 눈빛들 보면서 정말 가슴이 많이 내려앉았다. 내가 그런 것에 대해서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것이 비참했다. 결국은 우리는 누구를 비판하며 극복하고 여당이 됐을 때, 그런 문제에서 좀 더 철저했더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룬 평화적 정권교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려 했던 정치개혁을 넘어서는 철저하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지 못 했다. 분명히 국민들은 국가 발전에 대한 전망도 요구하고 IMF 이후에 무너졌던 중산층 꿈 복원시켜달라고 요구했었는데 저희들이 불철저했다. 오히려 그걸 못하고 4대 개혁입법 논쟁을 벌이고 한나라당에 대해 토론보다는 적대감을 원초적으로 드러내는 행태들을 보였는데, 이런 것들이 국민들한테 저희들이 신뢰를 잃은 계기된 것 같다.

따라서 3선, 4선 선수는 의미가 없고, 이제 뭐 합쳐봐야 80여 명이다. 한나라당의 반 토막밖에 안 되는데, 오히려 정말 동료애를 발휘해서 우리들끼리 선수 따지기보다, 보다 철저하게 저희들 나름대로 토론해야 한다. 또 어려운 시절을 같이 겪어야하는 동료인 만큼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동료애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정치행태가 달라져야 될 것 같다. 과거에는 야당의 존재 이유가 정부에 대해 비판 반대 견제하는 것으로서 그 역할이 컸다면, 저는 이제 그것보다는 좀 더 다른 모습 보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타협하고 타협을 할 때는 당당히 타협해야 한다. 국민들 앞에서 당당히 타협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내공을 쌓아가야 한다. 아마 내가 역할을 한다면 그런 데 있어서 거침없이 발언하겠다. 그동안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말을 아꼈었는데 이제는 발언 하겠다. 그리고 그 발언에 대해 책임도 지겠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당에서 영국 노동당을 예로 들며 '제3의 길'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통합민주당이 얘기하는 한국식 제3의 길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김부겸: 제1의 길은 자본주의 일반 발전궤적이었다. 영국 자본주의라는 것이 한계를 드러내자 사민주의가 대체를 했다. 그러다 대처에 오면서부터 보수당이 신자유주의적인 자기 노선 취하면서부터 상황이 바뀐 것 같다. 그런데 이 신자유주의의 배경을 보면 일반 자본주의가 아니라 금융독점자유주의라는 아주 강고한 체제가 성립된 거 아닌가. 그 과정인 대처리즘이 붐을 일으키는 90년대 초반 당시에도 영국 노동당 내에서 보면 보다 근본적인 사회주의로 회귀로 논쟁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 블레어라든가 브라운 같은 친구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왜? 금융독점자본주의 하에서 우리가 사민주의 정도만 표방해도 영국 국민들은 '쟤들은 너무 현실과 멀어진 왼쪽에 간 애들이야'라고 오해하고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3의 길 내세우는 앤서니 기든스라든가 혹은 정치적 구현자인 토니 블레어나 고든 브라운은 우리가 오른쪽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정책도 고칠 것 고치고 접근을 했다. 그게 영국에서의 제3의 길이었는데, 그래서 노동당은 자기 영역 찾았다.

한국에서의 제1의 길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전통적인 반공 보수주의를 이야기한다. 이 전통적인 반공 보수주의가 최근 10년간에 자기 변화를 겪으면서 분명히 이명박 식 효율, 경제라는 한국적 신자유주의 길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보수는 IMF 때 자신들의 허구 들어내긴 했지만 놀랍게도 계속 축적적으로 자신의 기반과 자원들을 쌓아 왔다. 확 무너진 적이 없다.

그것에 비해 한국의 진보들은 계속 단절적이고 분열적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축적된 자신들의 이미지와 토대 갖추지 못한 채 왔다. 운동권 내에 80년대 중반 이후에 NL, PD냐 분열은 차치하더라도 정치권 내에 와서도 우리들은 두 가지 길을 가고 있다. 조금 사민주의적 가치에 강한 희망을 걸던 민노당, 진보신당이 있고. 자유주의적 접근 해왔던 세력들은 당시의 김대중 대통령과 결합을 했고 오늘날 현재 민주당까지 왔다고 봐야 한다. 이젠 우리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보수가 압도하고 신자유주의의 가치를 전사회적으로 관철시키려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 아, 이건 아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 설 자리가 없고, 숨 쉴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훨씬 유연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이른바 한국적 제3의 길이 들어설 여지가 있는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는 상대편의 존재, 상대편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밀어낼 수 있는 힘은 우리에게 없다. 상생을, 공존을 하자. 하지만 정책에 있어서는 분명한 것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정책적 타협을 갖고 구체적 삶의 질을 높이면서 우리들의 공간을 점점 넓혀나가는 전략을 취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한국적 제3의 길이다.

프레시안: 제3의 길을 강조하는 손학규 대표 체제의 총선에서 실패한 것은 국민들이 손 대표의 노선을 냉소한 것은 아닌가?

김부겸: 아직 민주당이나 손학규 대표가 자신의 얘기를 실천할 공간 없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제3의 길을 평가를 해서 표를 준 것 같진 않다. 다만 이번에 살아 돌아온 의원들 특성을 보면 그런 점에서 기존 패러다임 벗어나자는 분들이 많이 돌아왔다. 민주당의 역할은 자기 삶의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학원비 걱정, 집 늘려서 쾌적하게 살고 싶고, 노후에 자식 도움 안 받고 생활 유지하고 싶어 하는 그런 삶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경제 살리기를 보면 결국 대기업이나 대규모 개발사업 이런 이야기들 뿐이다. 성장 가도를 씽씽 달릴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다. 한미 동맹 복원? 미국이 절대 공짜 점심 준 것 없지 않나. 그분들이 말하는 경제는 비판 구호처럼 1%를 살리는 경제는 아니겠지만 최상위층에게 유리한 구도를 짜가자는 건 틀림없지 않나. 그럼 누가 친구가 되고 누가 발언을 해주나? 제 3의 길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평가가 끝났다고 동의하지 않는다. 실천할 시간이 부족했다. 말로만으로는 제3의 길 없다. 실천해야한다.

프레시안: 손학규 대표의 향후 역할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전당대회에 대표 불출마를 말했는데.

김부겸: (웃음)본인이 판단해 보기에 아직 민주당의 전통에 익숙하지 않은 분으로서 총선에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정당의 기본이라는 당원 규정 완전히 백지 상태다. 정당의 토대를 다지는 역할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자기 몫이 아니라고 본 것 같다. 결국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까 국민들의 마음이나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실천하는 시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정치의 소용돌이 내맡긴 채로 여기까지 온 것. 자신이 다시 한 번 거품을 걷어내고, 허영은 닦아내고 알곡을 채울 수 있는 시간 보내겠다고 한다.

프레시안: 호남당과 386 운동권 이미지로는 안 된다고 했다. 호남과 개혁으로 상징되는 기존의 전통적 지지층이 형해화됐다는 뜻으로 들린다. 통합민주당이 새로이 지지를 획득해야 할 전략적 포인트를 말한다면?

김부겸: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덧씌운 호남당이나 운동권 이미지가 있다. 지역주의는 우리들을 노린 전략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이 되어서도 써먹었다. 386 운동권 이미지는 역사를 온몸으로 던져 사회를 진전시켰던 그들인데 과연 국민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끝까지 유지했던가 하는 의문이 있다. 그런 386 후배들에게 아쉬운 것은 어떤 상황을 극단까지 몰고 가더라는 것이다. 상대가 아군이 아니면 적군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내가 살아본 우리 사회는 피아가 그렇게 단순하게 구분될 정도로 갈라진 것은 아니었다. 상대편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식의 접근법에 대해서는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남당이라고 덧씌워졌지만 민주성과 개혁성이 그 안에 살아 있지 깨진 것 아니다. 386 이미지도 부정적 이미지만 벗어내면 386의 희생정신이라는 역사성이 회복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지지층이 형해화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했을 때 동맹과 연대가 있어야 되고 그걸 이룰 수 있는 어젠다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점에서 나는 민주당이 자기 변신을 하고 우리들이 그 동안 잘못했던 부분은 과감하게 국민들 앞에 반성문을 쓰고 모든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내면서 다가가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역당이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당선자 못낸 곳은 대구, 경북, 울산 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제주, 전남북, 광주, 충남, 대전에 한 명도 없고 충북 딱 1명 당선자를 냈을 뿐이다. 한나라당이 동부 벨트는 완성했는지 모르겠지만 서부 벨트에서는 초라하다. 그분들도 국민들한테 겸손하고 공존할 수 있는 자세 나가야지, 한줌도 안 되는 것처럼 쓸어버리려고 한다면 단호히 맞설 것이다.

프레시안: 민주당의 등을 돌린 지지 개혁층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김부겸: 실망은 하셨지만 전통적 개혁 층은 등은 돌린 것 아니다. 중간층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해답을 내놓고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우리 승리의 전망은 대한민국 공동체에 달라진다는 비전 보여주지 않으면 중간층이 안 따라올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창조한국당이 지지층 확인한 것을 보면 저희들이 부족한 보강해야 될 부분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실천하고 점수 받을 수 있는 시간 필요하다. 당장 말 몇 마디 한다고 돌아오실 것 같진 않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민주당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중도 개혁을 얘기하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김 의원이 말하는 중도개혁의 구체적인 것은 무엇인가?

김부겸: '한나라당과 무엇이 다르냐'고 하면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실현 방법, 완성된 그림들을 하나하나 맞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나도 이제 고민의 초입이다.

그런데 정치를 보는 이명박 정부의 시각에 상당히 우려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 프로세스를 아주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는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간 날 때마다 여의도 정치를 비하하는데 뭐 하려고 비싼 돈 들여 국회의원 뽑나? 그냥 대통령 뽑으면 되고 대통령이 국회의원 임명하지. 재판을 오래하는 사법제도는 왜 운영하나. 정치를 없애고 정치의 과정을 희화화 시키고 기업적 효율만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는 데 대해서 강한 거부감이 들고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정치 발전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하고 충원 과정의 불합리한 점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면 된다.

두 번째는 우리가 부의 분배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있는데 부의 창출 분야에선 무능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답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황폐화시킨 후 대기업만 잘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그리고 주거, 교육, 노후 불안 문제에 대한 저희 나름대로 시행착오 정리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된다.

노동정책은 대기업 노조 잘못된 관행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요구조건을 깡그리 무시하면 노조와 강한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공기업 민영화의 경우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을 돈만 축내는 것으로 보는 것으로 보는데 철저한 경영 진단 해봐야지 민영화가 능사가 아니다.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한전, 가스공사 등은 민영화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건강보험까지 민영화한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투명성은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다 팔아치운다는 것은 논쟁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유지라는 모토가 있어야 된다. 중소기업, 사회적 약자 배려가 없으면 이 사회 유지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앞선 다른 선진국들의 경험이다. 또 남북 평화체제의 가치라는 것 위협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접근법 동의하지 않지만 대북화해 정책이 국내에서 북한에 퍼주다 보니까 경제 어려워졌다는 정치적인 부당한 선동이 먹힐 수 있는 분위기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요약하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정책에 있어서는 서로의 것을 배울 수 있다. 정책에 있어선 중도다.

프레시안: 김부겸의 중도개혁을 그리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김부겸: 정치인들, 언론인들, 전문가들과 많은 토론을 하겠다. 내 스스로 던진 말에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은 공부를 해야 한다.

프레시안: 민주당이 지금 현재 처한 위기로 보면 시끄러워야 할 것 같은데, 총선 이후 너무 조용한 것 아닌가라는 얘기가 있다. 불임정당 되지 않을까 하는데 타결책은 무엇인가?

김부겸: 국민들의 관심이 이명박 정부에 가 있어 앞으로 민주당이 각광을 받을 일은 한동안 없을 것이다. 철저히 반성하고 준비해 국민들이 믿음을 가질만한 단초들을 마련해야 한다. 불임정당이라는 것을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55년 체제가 한국에도 도입되는 것 아닌가 싶다. 한국은 양당체제가 아니라 1.5 정당체제라고도 한다. 불임정당이 그렇게 나타나는 게 아닌가. 그게 가장 두렵다. 국민들의 관심이 한나라당의 권력다툼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과거에 정풍 운동 하듯이 이 방식으로는 안 된다. 우리가 숙명처럼 입고 있는 이 몸을 한 가닥 벗으면서 세탁도 하고 허물을 스스로 벗어야 한다.

20% 초반 정도의 정당 득표율을 볼 때 전통적 지지층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중간층들이 이탈한 것인데, 수도권의 40~50대라고 보여 진다. 계급 계층적으로 보면 중산층들이 떠난 것이다. 그분들을 모셔야와 수권정당 될 것 아닌가.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처절한 재구축 작업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해야 될 일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서 우리의 관점과 우리의 대안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 마음 열리길 기다려야 한다.

프레시안: 원내대표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가?

김부겸: 그렇다. 해보고 싶다. 평상시 같으면 선배 분들 중에서 인품 훌륭한 분들 많아 잘 하실텐데, 지금은 당 기반 자체가 흔들리거나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덩치 너무 커졌다.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때가 아닌 가 싶다. 필요하면 협상도 하고 대립각도 세우는 전략 전술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유연함이 필요한데, 나는 그런 장점도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내 자신의 경험으로 보면 원내 수석 할 땐데 사립학교법 처리할 텐데 개혁입법 사선이든 초선이든 한 몸이 되어 통과시켰다. 그런 내 장점을 살리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한나라당을 잘 아는 편이다. 어디가 약하고 균열이 있는지 안다. 한나라당이라는 통나무에 어디가 결이고 어디를 쪼개야 되는지 아니까 정치력을 발휘해 보고 싶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쇠고기 협상에 대해서 국정조사 청문회 등 당에서 선명하게 입장을 정한 것 같은데 한미FTA에 관해서는 당론조차 없는 것 아닌가.

김부겸: 당론조차 없다는 건 지나친 말이다. 집권할 당시에 협상도 통과시키고 하지 않았나. 다만 시한을 정해놓고 5월 30일까지 통과시키자는 식이면 곤란하다. 우리에게도 이익이 있기 때문에 FTA를 체결한 것 아닌가. 경쟁력이 약해 희생되어야 할 부분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 하는데 시원한 대답이 없다. 그 답을 낼 의무가 이명박 정부에 있다. 국민들을 설득할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계속 무한정 미룬다거나 이달 내로 통과시킨다거나 양극단으로 갈 것 같진 않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 청문회를 하자는 것은 협상 결과를 국민들이 납득 못하기 때문 아닌가. 국민들은 알아야 될 권리 있습니다.

프레시안: 정국교 당선자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김부겸: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금감위에서 무혐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는데, 일단 당이 답할 성질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총선과 관련해서 비리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

구속 사유는 공천과 관련해서 돈을 줬다고 하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앞으로 검찰이 조사를 다 해서 당에서 책임질 일 있으면 져야 된다. 공천을 돈 받고 판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에서도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검찰도 주가조작 사건과 구분해 밝혀야 한다.

프레시안: 80명의 민주당 당선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김부겸: 국민들이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해주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들 모두다 역사적 사명감과 동지애를 갖춰야 된다. 토론 치열하게 하되 정치적 행동에 대해서 서로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같은 목소리 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계보해서 잘되지 않는다. 각종 관심 분야에 대한 스터디 그룹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본 민주당은 관계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공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노력을 하면서 국민들의 신뢰 되찾을 때가지 믿고 격려하자. 우리도 예비내각 개념을 생각할 수도 있다. 각종 현안에 대응하고 토론하는 준비를 하며 실력을 갖추면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대안 있는 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노력해야 할 때이다.

프레시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김부겸: 정무위원을 좀 했었는데, 아무래도 전문가 수준까지는 안 되지만 공정거래나 경쟁의 질서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 확립과 경제 민주화에 관심이 있다. 힘센 놈만 사는게 아니라 다 살아야 하니까.

프레시안: 부쩍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사건이나 계기 있었나?

김부겸: 제정구 선생이 이 말을 던졌다. 제 의원 돌아가시기 전 두 달 전 죽음 날짜를 받아두고서도 정장 깨끗하게 차려입고 강연을 하셨다. 제정구 선생이 "오늘 내가 차를 타고 가는데 가로수 하나 돌 하나가 새삼스럽게 보이더라. 영원한 이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까지는 형식적으로 지나치던 것들인데 그 자리에 있던 돌 하나 나무 하나가 나랑 정말 인연을 맺고자 서있었던 것 같더라. 남을 죽이거나 남을 짓밟고 나만 잘되는 것이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하면서 상생의 정치 얘기를 했다. 제정구 선생 돌아가시고 한나라당의 있는 분들과 토론도 해봤지만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 못하고 그랬는데, 역지사지 계기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이라크나 그런 나라를 인정하지 않아 테러의 공포 속에 사는 것 아닌가. 제정구라는 사람이 마지막에 던졌던 말이 혜안이더라. 같이 살면 같이 살 수 있지만 상대편 없애려 하면 공존자체가 불가능하다. 내 자신을 변화시켜 왔다. 분명한 건 다른 사물, 다른 사람, 다른 정파를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 나에 대해 '맹탕이다', '각을 안 세운다'는 얘기를 하는데, 앞으로 이 방식으로 정치권으로 부딪혀 볼 생각이다.

프레시안: 한나라당에서 초선, 열린우리당에서 재선을 했고, 통합 민주당에서 삼선을 시작한다. 초선 같은 기분은 없나?

김부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통적 민주당 깨고 갔기 때문에 당시 정치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나라당에서 4년을 있었는데 그 시간이 많은 공부 됐다. 열린 우리당으로 출마했을 때 정치적으로 혹독한 시기여야 하는데, 탄핵 바람에 별 정치적 어려움 겪지 않고 쉽게 재선이 됐다. 그 대가를 이번에 혹독하게 치렀다. 분명히 내 정치적인 컬러와 맞지 않아서 한나라당 떠난 것은 사실이다. 그 것을 비판하면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정치를 하면서 여러분들에게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비판받을 일 있으면 비판받을 것이다.

초심으로 되돌아가라는 뜻의 글을 선배가 보낸 줬다. 학생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면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정치인은 안 될 것 같다. 그 심정만큼은 잃지 않고 정치해야 되겠다 생각한다.

프레시안: 며칠 전 천정배 의원은 이제 독하게 정치하겠다고 하던데.

김부겸: 지금부터는 발언을 하겠다. 현안이 오면 내가 보는 관점에서 입장을 정해 말하겠다. 상대편에게 상처를 주면서 하지 않겠지만 소신을 숨기거나 뭉뚱그릴 생각 없다. 천정배 의원이 독해져야겠다고 말씀하셨나? 나는 좀 더 철저해지겠다고 말하겠다. 막연히 잘 되겠거니 다른 사람이 누가 하겠거니 비겁하게 피할 수 있는 여지를 이제는 남기지 않겠다. 모든 사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준비하고 분명히 발언할 것은 발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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