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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박지성 장사', 그리고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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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언론의 '박지성 장사', 그리고 불편한 진실

[정희준의 어퍼컷] 만들어지는 영웅

지난 14일 새벽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경기는 축구경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잔디가 패일 정도로 선수들은 치고받듯 부대끼며 쉴 새 없이 뛰어 다니고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원터치 패스가 사방으로 이어진다. 여기엔 사람 대 사람의 경쟁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인간 대 축구공의 경쟁도 보인다. 인간이 더 빠른지 공이 더 빠른지 내기 하듯 선수들은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는 듯 했다. '공보다 더 빠르다'던 차두리의 전설(?)은 헛것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라는 호날두와 루니가 사정없이 나동그라지는 축구, 횡패스 없이 전진패스만 존재하는 축구, 작전도 필요 없는 축구다. 그렇다. 선수교체가 유일한 작전이다. 사실상 '막축구'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막축구를 보는 것은 행운이다. 한국처럼 실수하면 감독 눈치부터 살피는 나라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축구다. 여기에 박지성이 있다. 최근 네 경기 연속 출전이란다. '드림 컴 트루'다. 이쯤 되면 '자랑스런 한국인' 나올 시간이 됐다.

영국은 지금 '박지성 열풍'?

영국에선 지금 "박지성에게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연일 그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고 "맨유에서 그야말로 '박지성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마이데일리)고 한다. 사실 후반 교체출전이 주된 임무였던 박지성이 부상에서 돌아와 지난 주 AS로마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준결승에 선발로 출전하게 되면서부터 '용비어천가' 뺨치는 기사들이 등장하게 된다. "'박지성 아주 훌륭한 선수' 맨유, 칭찬 릴레이(경향신문)," "'승리 보증수표' 박지성(…)맨유 칭찬 릴레이(연합뉴스)," "퍼거슨 칭찬에 '산소탱크' 박지성도 춤 췄다(동아일보)"고 한다. 릴레이에 춤도 춘다니 이거 무슨 오락프로 중계 아닌가 싶다. 사실 이 정도는 양반이다.
▲ 지난 10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007~2008시즌 8강 토너먼트 2차전 AS로마와의 경기에 출전한 박지성이 골키퍼를 제치고 슛을 시도하는 모습. ⓒ로이터=뉴시스

어느 기사는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등 로마전 출전선수들에 대한 평가 절하를 강하게 부정하고 "경고"까지 했다는 아리송한 이야기를 전하고, 어떤 기사는 박지성이 "테베스와 동급"이라 "강변"한다. 건드리면 다치는 분위기다. 또 어떤 기사는 퍼거슨이 "최고의 선수인 루니와 호날두를 박지성과 견줌"으로써 박지성의 진가가 확인됐단다.

심지어는 어느 영국 기자가 박지성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표현을 한 것도, 영국 라디오 중계팀의 입에 그의 이름이 "끊임없이" 오른 것도 뉴스거리가 된다. 덕담 아니면 안주거리 정도의 이야기라도 박지성이면 기사화 되는 분위기다. 눈물겹다. "스타인 웨인 루니의 골을 도왔고, 또 그와 격렬히 포옹하면서 동료들 사이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를 분명하게 알렸다"고도 한다. 낯 뜨겁다. 그가 "전세계 최고 인기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당당한 일원"임을 '깐 데 또 까는 식'으로 줄기차게 증명하고 알리려는 우리 언론의 노력 말이다. 이런 걸 '안습'이라고 하나. 뭘 그렇게 입으로들 증명하려 하나.

나는 축구는 좋아하지만 어느 선수의 팬 되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박지성은 막연하게나마 좋아한다. 잘 하길 바라고 맨유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그가 시즌 중인데도 대표팀 경기 때문에 한국에 오는 것이 달갑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별의별 치졸한 말장난으로 박지성을 띄우려는 언론의 모습은 한 마디로 눈꼴시다.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그에 대한 기사를 수준 미달의 기자들이 써대니 박지성 기사는 분석다운 분석도 없이 현지 언론의 말꼬리만 따라다니는 수준이다. 대부분이 안면몰수 '뻥튀기'에 가깝고 '한민족 띄워주기'에 다름 아니다. 서양인들로부터 인정 받기 위해서 투쟁도 아닌 구걸을 하는 듯 한데 이마저도 우리끼리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코미디인가.

튀겨라, 뻥!

기자가 선정적인 제목 붙이고 '오병이어의 기적'에 버금가는 '뭐든 가져다 붙이기'식 기사쓰기에 '오바'를 불사하며 기사를 쓰는 것은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다. 그런데 아예 '왜곡'으로 가버리면 문제가 된다. '박지성 우상화'의 강력한 근거는 아마 퍼거슨 감독의 발언일 것이다. 그는 박지성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는데, 요 며칠 새 그 중 눈에 띠는 것은 "퍼거슨 칭찬 세례, '박지성 뜨면 맨유 불패'(스포탈코리아)," "퍼거슨 감독 '박지성이 나서면 우리는 패하지 않는다'(노컷뉴스)" 같은 것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기사의 출처인 맨유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퍼거슨이 발언했다는 '박지성이 출전하면 우리는 결코 지지 않는다'는 표현은 없었다. 퍼거슨은 대신 "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He never lets us down)"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무슨 심보였는지, 아님 중국말로 영어를 배워서인지 한 언론이 이를 왜곡 번역하니 다른 모든 언론들까지 모두 이를 따라 간 것이다.

이 와중에 누리꾼들 간 시비가 붙었나보다. 지난 11일 MBC해설위원인 스포탈코리아의 서형욱 편집장은 "박지성을 애써 폄하하는 그대들에게"라는 장문의 칼럼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했다. 그는 "나니가 부상이니까 '땜빵'으로 나오는 거잖아", "한국 선수라고 너무 띄우지 마라", "호날두나 루니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선수다" 등의 의견이 못마땅하다고 했다. 너무 "패배주의적" 아니냐면서.

'박지성 진실게임'
▲ 지난 14일 맨유-아스날전이 끝난 뒤 언론이 쏟아낸 기사는 '뻥튀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프레시안

그는 칼럼에서 박지성은 맨유에 걸맞는 선수라는 것을 참으로 많은 사례와 비유를 들어가며 증명하려 한다. 그의 글과 논리는 앞에서 언급한 여느 기자들의 글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읽을 만'하다. 그러나 그의 글도 왠지 읽기에 불편하다.

우선 특정 유명인에 대한 호·불호를 문제 삼는 건 문제가 있다. 누리꾼들이 특정인의 인격이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계도와 질타의 대상이 되겠지만 어떤 선수가 좋다, 나쁘다를 가지고 맞았다, 틀렸다를 판가름 하려는 것은 좀 너무 나간 듯 하다. 서 편집장은 루니, 호날두는 물론 차범근, 나카타까지 등장시켜 박지성의 '탁월함'을 강변하려 하는데 마치 이제 정답 보여줬으니 입 다물라는 듯 보이기도 하고 또 일사분란한 '바른생활'을 강요하는 선생님 같기도 하다. 하여튼 논란을 잠재우려 쓴 것 같은데 오히려 키운 것 같다. 댓글이 2200개를 넘어섰다.

그는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박지성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는 반응들'을 문제 삼았다. 사실 우리에겐 '동족비하' 근성이 있다. 노동자조차 노동자정당 안 찍고 귀족정당 찍는 오랜 근성이나 중국, 일본의 동포는 무시하고 서양사람은 환대하는 그런 근성 말이다. 그러나 나 역시 똑같은 논리로 서 편집장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혹시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박지성에게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박지성을 축구선수라기보다 한국사람으로 먼저 보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할 문제는 박지성이 '그냥 싫은' 누리꾼도 있겠지만 이른바 '박까'들 중 상당수는 앞에서 언급한 수준 이하의 뻥튀기 번역기사들의 결과물이라 보면 된다. 그러지 않아도 유명하면 안티가 생기게 마련인데 기사들이 이렇게 엉망이니 이 기사들 때문에 안티가 생겨난다는 점이다. 아스널전 직후 <일간스포츠>는 "英 기자 '박지성, 긱스를 넘어섰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는 심하게 문제가 많은 기사였다. 1990년 입단한 후 맨유 최전성기, 최고의 선수였던 라이언 긱스를, 이제 곧 은퇴하면 맨유의 전설이 될 긱스를 박지성이 넘어섰다는 내용이다. 한 누리꾼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저따구'로 쓰니 안티가 생기지."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생긴다. 서 편집장은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박지성을 폄하한다고 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차범근, 박찬호, 박태환, 김연아를 놓고는 이러한 논란을 벌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일사분란했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박지성에겐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하기엔 아직 뭔가 부족한 게 있다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 #1 산소탱크

박지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즉 산소탱크 스토리다. 그러나 그의 체력과 활동반경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발출전하는 미들필더 기준으론 평균치에 가깝다. 14일 아스날과의 경기 종료 직전인 88분 경 호날두는 거의 50m를 상대 수비수 세명에 둘러싸여 혼자 치고 들어가다가 결국 공을 빼앗겼다. 잠시 후 90분엔 루니가 예의 그 무지막지한 달리기로 역시 약 50m를 뛰쳐 들어갔지만 상대에게 빼앗겼다. 놀라운 건 공을 빼앗긴 후 이들의 행동이다. 이들은 국내 선수들이 그러듯 그라운드에 쓰러져 헐떡거리며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장 뛰어서 하프라인을 넘어선다. 루니는 공을 뺏은 상대선수를 30~40m는 쫓아가 기어코 태클까지 걸었다. 불가사의에 가까운 체력이다. 이 동네는 스트라이커라 해서 왕년의 최순호처럼 어슬렁 거리지 않는다. 이동국이 훈련 때 그러다 히딩크에게 잘렸지 아마.

박지성에게 산소탱크라는 별명이 붙은 맥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별명은 PSV아인트호벤의 한 동료가 박지성은 등뒤에 산소통을 둘러매고 경기하는 듯 하다며 농담하듯 이야기한 것이 그 단초였는데 이를 맨유의 팬들이 지금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애칭은 박지성의 한계를 함축한다. 선수의 특별한 재능, 기술, 경기력과 관련된 애칭이 많을텐데 왜 하필 산소통일까. '킬러'도 아니고 '저격수'도 아니고 '프리킥의 달인'도 아니고 '폭격기'도 아니고 '왼발의 마술사'도 아니고 하고 많은 별명 중에 왜 '산소통'일까.

불편한 진실 #2, 이제 선발인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승리로 끝난 대 AS로마 2차전에서의 박지성 선발 출전도 언론에선 깜짝 카드라 하는데 사실 이것도 퍼거슨의 입장에선 대단히 논리적인 결정이었다. 어웨이 경기였던 1차전에서 2대0 완승을 거둔 맨유는 2차전 홈경기에서 루니, 호날두, 스콜스를 빼고 이들을 대체하는 삼각편대에 테베스, 하그리브스, 박지성을 투입했다. 사실 박지성의 선발출전은 많은 현지인들이 의외라 했을 뿐 아니라 염려스럽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복잡한 그림(?)을 단순화시켰다. 바로 1차전 어웨이 경기를 2대0으로 승리한 상황에서 맨유의 준결승 진출 여부였다. 그러면 결론은 간단해진다. 프랑스의 스포츠일간지 <르큅>의 분석에 따르면 챔피언스리그가 정착한 이후 적지에서 먼저 2대0의 승리를 거둔 팀이 결국 탈락한 경우는 이제까지 단 한 팀도 없다고 한다. 시즌 막판 선수들은 녹초가 됐는데 며칠 후 우승을 놓고 아스날과의 대충돌을 앞두고 있는 퍼거슨 입장에선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박지성은 이제 선발을 꿰찼는가.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은 "맞상대 수비수 가엘 클리쉬에 막혀 경기 흐름에 아무런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조용히' 있었다(텔레그라프)"고 한다. <텔레그라프>와 <타임즈>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5점이었고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평점은 이보다도 못한 4였다. (물론 한국의 언론이 경기 후 유일하게 인용했던 <스카이스포츠>의 7점도 있으니 너무 상심 마시라.) 아직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작년 퍼거슨은 테베스, 나니, 안데르손, 하그리브스를 영입했는데 이들의 영입은 모조리 대성공이었다. 특히 포지션이 겹치는 나니와 안데르손 때문에 박지성이 1진의 붙박이 선발이 될 현실적 가능성은 낮다. 기존의 긱스까지 더하면 박지성이 넘어야 할 산은 셋이나 되는데 은퇴를 앞둔 긱스는 몰라도 나머지 둘을 쉽지 않다. 게다가 퍼거슨은 내년 시즌을 대비해 미들필더를 영입하려 하고 있다.

불편한 진실 #3, 멀티플레이어
▲ ⓒ로이터=뉴시스

내 친구 중에 어릴 때 해외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자란 사람이 있다. 그 덕에 이 친구는 영어도, 불어도, 일어도 제대로 못한다. 나는 체육교육학과를 나온 덕에 태권도수업도 들었고 유도수업도 들었고 체조수업도 들었다. 그 덕에 나는 태권도도, 유도도, 체조도 제대로 못한다. 우리는 박지성을 멀티플레이어라 부르며 그가 바로 미래가 요구하는 선수상이라 이야기 한다. 그러나 멀티플레이어는 팀 사정이 엉망인 감독에게는 요긴하겠지만 선수 본인에게 그다지 좋은 게 아니다.

그의 플레이스타일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우선 그는 프리미어리그의 공격수가 되기엔 개인기가 부족하다. 이는 드리블하다 공을 뺏기면 감독 눈치부터 살펴야 하고 라커룸에서 쥐어터지는 한국의 축구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이에 더해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신감이 없다. 최고의 선수에겐 찰나의 순간에 승부를 거는 담력이 필수다. 그러나 그는 수비수가 앞을 가로막으면 발재간으로 제치며 치고들어가기보다는 동료에게 패스를 한다. 그의 이러한 플레이스타일은 그가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특히 골을 등지고 공을 받았을 때 잘 드러난다. 그 경우 그는 열이면 아홉 패스한다. 사이드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경우가 아니면 돌파를 하지 않고 패스를 하는 그의 스타일은 현지에서도 익히 알려진 그의 단점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양보는 미덕이 아니다.

불편한 진실 #4, 긱스를 넘어서다? 차범근과 동급?

최근 긱스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감독에게 '쿠사리'를 먹고 언론도 은퇴를 내놓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박지성이 긱스를 넘어섰다는 둥 긱스가 박지성 때문에 은퇴를 고려한다는 둥의 이야기는 '뻥'일 뿐 아니라 그게 만약 기자의 주장이라면 그 기자의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긱스가 어떤 선수인가. 그는 1990년 맨유에 입단해 당시 그저 그런 팀이었던 맨유를 뉴욕 양키즈보다 비싼 팀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세계 최고의 왼쪽 윙플레이어였던 그는 에릭 칸토나서부터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호날두, 루니와 함께 맨유의 최전성기를 이끌며 1999년 이른바 '트레블(FA컵, 챔피언스리그, 자국 리그)'을 달성한다.

특히 그때 FA컵 아스널과의 준결승에서 연장전 10명이 싸우는 절대 열세의 상황에서 중앙에서부터 50m를 치고들어가며 아스널 수비수 4명을 제치고 골을 넣어 경기를 끝낸 맨유의 영웅이다. 그와 지금의 박지성은 한마디로 '비교 불가'다. 박지성은 은퇴를 앞둔 긱스를 넘어설 게 아니라 부상에서 돌아올 나니와 안데르손을 넘어서야 한 다.

또 어떤 이는 박지성을 차범근과 비교하는데 역시 비교 불가다. 차범근은 누군가. 79년 당시 최고의 리그였던 분데스리가(당시 영국축구는 유럽에서도 이류로 추락했을 때였다.)에 입성하자마자 12골로 득점 7위, 80년 세계축구 베스트 11, 85~86시즌 분데스리가 MVP, 키커지 선정 '80년대 가장 위대한 선수,' '20세기 세계축구를 움직인 100인'에 선정됐다. 당시 하도 그의 뛰는 모습을 보도 싶다는 이들이 많아 MBC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공수해 매주 그의 경기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 흑백화면의 '갈색폭격기' 차범근을 기억하는 필자는 박지성을 놓고 최고네 아니네 하는 논란이 귀엽기만 하다. 물론 더 성장할 여지가 있지만 아직 박지성에게는 차범근의 결정력이나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가 보여줬던 지배력이 없다.

축구는 축구다

언론이 여론을 반영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요즘은 언론이 여론을 아예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 만들어도 곱게 만들지 않고 '뻥'을 치고 뒤틀고 살짝 거짓말까지 해 가면서 만든다. 그 바람에 난데 없이 박지성 '안티'가 생기고 누리꾼끼리 치고박는다.

요즘 참 기사 쓰기 좋다.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 이승엽만 쓰면 된다. 현장 취재도 없이 현지 언론 번역만 해서 제목을 간교(?)하게 잡아 내보내면 최다클릭 기사에 걸린다. 요 며칠 박지성이 선발 출장했다고 갖은 의미를 덕지덕지 붙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기사를 써대고 있다. '박태환 장사,' '김연아 장사,' '이승엽 장사'가 파리 날리던 중 박지성 경기가 많아지니까 본격적인 '박지성 장사'에 나서 그에게만 매달리는 꼴이다. 박근혜 치맛자락 붙들고 늘어지는 한나라당 의원들 같다.

적당히 감격스러워 하자. 외국에서 국산차 봤다고 감격스러워 하는 '민족적 호들갑'과는 이제 이별할 때도 되지 않았나. 월드컵에 이어 또 등장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는 사람들 말이다. 그럼 이호성과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건 어떻게 생각하시나.

박지성도 가끔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맨유 입단한지 3년이 넘어가는데도 이제까지 '부진했다'는 경기가 어떻게 단 한 경기도 없나. 마지막으로, 박지성 선수는 여기서 우리끼리 아웅다웅 하는 거 신경쓰지 말고 최선을 다 해 바라는 바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이 다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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