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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손가락, 직접 꿰매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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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손가락, 직접 꿰매야 한다면?"

[함께 봐요! '식코' ②] 약사 오민우 씨

최근 미국 의료 시스템의 실상을 고발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가 개봉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묘사하는 미국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산업화 정책이 바로 이 미국 의료 시스템을 본보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공동으로 <식코>를 직접 본 국내 보건의료인의 감상을 몇 차례에 걸쳐 싣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함께 봐요 '식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오민우 회원(약사)이 두 번째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영화 예매 목록을 보았다. 에스에프, 액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에서 <식코>를 발견했다. "가장 잘 산다는 나라의 돈 뜯고 또 돈 먹기! 돈 없으면 죽어야 하는 세상을 고발한다!" 미국의 의료 제도에 대한 비판 영화란다. 이걸 내가 꼭 봐야할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매주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영화들은 잠시 제쳐두고 이번 주는 꼭 이걸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친구들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가서 꼭 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늦기 전에 적어도 4월 9일 투표하러 가기 전에 꼭 보고 투표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국가의 운영하는 전 국민 의료 보험 체계가 없는 미국에서는 노인이나 일부 극빈자들이 국립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뿐 5000만 명은 의료보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민간 의료 보험에 가입한 상태이다. 보험이 없는 '백수'인 애덤은 찢어진 자기 무릎을 자기 손으로 꿰맨다. 더는 빚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폭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 ⓒ프레시안

전직 잡지편집장이었던 도나와 기계공인 남편 래리 부부는 암과 심장병에 걸려 평생 걸려 모은 집을 팔고서도 그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해 결국 딸의 집 창고에 얹혀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 보험 회사에서 갖은 이유로 생명이 관계된 질병의 치료비 지불을 거부하며 결국 수십만 달러의 치료비를 지불하지 못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면 어느덧 우리는 미국 국민들을 동정하며 우리나라는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영국과 프랑스의 상황을 보면 우리는 또 오래된 서구 사회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히게 된다. 전 국민 의료 보험 체계에서도 무상의료를 기본 틀로 가지고 있는 국가의 의료 상황은 우리와 또 다르기 때문이다. 돈을 거의 하나도 들이지 않고 치료를 받으며 왜 치료에 있어 돈을 걱정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이클 무어가 놀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분을 똑같이 느끼며 말이다.

우리의 의료제도의 현실은 딱 둘 사이의 중간쯤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공적 의료 보험 체계가 책임지는 실질적 보장 비율이 딱 50%정도 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럼 우리는 아직 희망이 있는 걸까? 중간이니 어느 쪽으로든 바꿀 여지는 남아 있으니까?

이 영화는 어쩌면 암울할 우리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영화는 닉슨 정부가 의료 자본의 로비를 통해 현재의 미국식 민간 의료 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 그 제도를 유지하고자 민간 의료 보험 회사들이 정치를 어떻게 주무르는지 정치권에 쏟아 부은 엄청난 로비 자금을 보여준다. 그나마 미국 정치가 기부금 제도가 겉으로는 투명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그 액수가 일부나마 추산 가능한 것이다.

이미 민간 의료 보험 시장 규모가 10조 원에 육박한 우리나라에서 무상의료 제도가 도입된다면 10조 원의 시장을 잃어버리게 될 장사꾼들은 어떻게 할까? 당신이 직장을 잃어버리게 생겨서 로비를 통해서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연봉에 얼마까지 로비에 쓸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이 몇 년에 한번 씩 가뭄에 콩 나듯이 이슈화 되었다가 결국 흐지부지 실종되고 마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에서 왜 다수를 위한 정책보다 소수 자본을 위한 정책이 통과 되는 것일까? 자본가들에게 돈을 가진 만큼 투표권을 주는 것도 아닌데? 영화에서 어느 똑똑한 프랑스인이 그 답을 제시한다. 정치가가 국민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에 대해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가와 국민이 절망하고 싫증이 나서 정치에 눈을 돌리게 하는 정치가.

많은 국민을 두려워하며 만인을 위한 정책을 펴기 보다는 더 많은 자금을 들여 보수 일간지 기자들을 접대하며 더 그럴싸한 텔레비전 광고를 제작하는데 쏟아 부을 돈을 쥐어줄 기업인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더 쉽지 않겠는가? 아니 절대로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1992년에 히트한 노래가 있다. "더 늦기 전에" 라는 환경 콘서트 노래였는데 거기 이런 가사가 있다.

"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 이젠 느껴야 하네. /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주오."

첨단 의료 산업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건강보험 민영화를 이야기 하는 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놓을 때 그 언제가 아이들이 자라기 전에 우리 몸 누일 자리도 없이 잘려진 우리의 손가락을 스스로 꿰매고 싶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처음에 말한 대로 4월 9일 이전에 <식코>를 꼭 보시고 더 늦기 전에 이젠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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