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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림수로 홈런포…이병규, '후쿠도메 공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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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림수로 홈런포…이병규, '후쿠도메 공백' 없다

이승엽의 요미우리는 개막 4연패

이병규가 요미우리와의 경기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는 4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다. 반면 이승엽이 4번 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요미우리는 개막이래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에이스 우에하라까지 투입해 홈 구장 도쿄돔에서 연패 사슬을 끊으려 했지만 주니치의 홈런포에 고개를 숙였다.

주니치가 1일 도쿄돔에서 펼쳐진 요미우리와의 원정경기에서 이병규, 나카무라의 홈런포에 힘입어 4-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이승엽은 1회초 안타를 쳐냈지만 그 뒤에는 침묵을 지켰다.

주니치가 1-3으로 뒤진 6회초 1사 1루 상황. 볼 카운트 원 스트라이크 투볼. 이병규의 진가가 드러났다. 그는 몸쪽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앞선 타석에서 몸쪽 공에 당했던 이병규는 상대 투수 우에하라보다 수 읽기에서 앞섰다. 또 다시 몸쪽 승부를 할 것으로 예측한 이병규는 오픈 스탠스로 우에하라에 대비했고, 이 같은 노림수가 동점포로 이어진 셈이다.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난 '포크볼의 마술사' 우에하라의 호투는 이병규의 홈런포가 터진 뒤 한 풀 꺾였다.
▲ 시즌 첫 홈런을 폭발시킨 이병규.ⓒ뉴시스

이병규는 경기 뒤 "어떻게든 좋은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기다렸던 공이 그대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이병규에 대해 "일본 진출 2년째를 맞은 그는 일본 투수를 공략하는 방법에도 익숙해 졌고, 타석에 서는 모습에서 여유조차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뛸 때부터 이병규는 일본으로 가면 성공할 재목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워낙 배트 컨트럴이 뛰어나 중심을 빼앗긴 상태에서도 안타를 곧잘 뽑았던 이병규는 일본 투수들의 다양한 변화구를 공략하기에 적임자라는 점 때문이다. 낮은 공을 잘 때리는 그의 능력도 일본 투수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낮은 공에 배트가 잘 나가는 그의 특징은 약점이 돼 버렸다. 이병규의 특징을 간파한 일본 투수들은 이병규를 교란시키기 위해 낮은 공으로 그를 유인했다. 주니치의 주축 선수 후쿠도메의 부상으로 출장 기회를 얻었던 이병규는 코칭 스태프의 조언으로 이 때부터 '낮은 공 버리기'에 집중했다. 지난 해 니혼햄과의 일본시리즈 2차전에서도 높은 공을 의도적으로 노려 홈런을 만들어 냈다.

지난 시즌 일본 정상에 올랐던 주니치는 올해도 센트럴리그 우승후보 1순위다. 이미 후쿠도메는 메이저리그로 떠나 이병규는 주니치의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주니치의 3번 타자 이병규는 우즈, 와다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하고 있다. 모리노와 함께 주니치 선발 타자 중 왼손타자인 이병규의 역할은 크다. 특히 후쿠도메의 공백을 메우는 일은 이병규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마치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이승엽이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뒤부터 메이저리그로 떠났던 전임 4번타자 마쓰이 히데키의 역할을 해내야 했던 것 처럼.

아직 개막 뒤 4경기만을 치른 상태지만 이병규는 올 시즌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4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중인 그의 현재 타율은 3할5푼3리. 시즌 3할을 달성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지금까지는 순항 중이다. 2일 도쿄돔에서는 주니치와 요미우리의 3연전 중 2차전이 펼쳐진다.
한국을 세 번 울렸던 남자 후쿠도메

후쿠도메는 한국 팬들의 뇌리에서 지울 수 없는 일본 프로야구 스타. 일본 고교야구 명문 PL 가쿠엔 출신의 그는 주니치 입단과 동시에 이종범(현 기아 타이거즈)의 유격수 자리를 빼앗아 갔다. 당시 주니치의 호시노 감독은 거물 신인 후쿠도메를 중용했다. 희생양은 이종범이었다. 김응용(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의 말처럼 이종범은 내야에서 활기찬 수비를 해야 공격도 살아나는 선수. 하지만 한 경기에 타구를 두세번 정도 처리하는 외야는 그에게 무덤이었다. 타율도 뚝뚝 떨어졌다. '국민 유격수'였던 이종범은 결국 2001년 국내 프로야구로 U턴 해야 했다.

한 때 이종범을 외야로 보냈던 후쿠도메는 그 자신이 우익수로 전향했다. 우익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그는 강한 어깨를 통한 정확한 송구 능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유격수보다 수비 부담이 덜한 우익수로 옮겨 간 그는 타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한 동안 슬럼프였던 그는 2002년 마쓰이 히데키를 제치고 센트럴리그 수위타자에 등극했다.

2003년 후쿠도메는 아테네 올림픽 예선전에서 한국의 기세를 꺾었다. 2회말 그는 김동주가 친 타구를 점프하며 잡아냈다. 단 1cm만 그의 점프가 낮았더라도 경기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외야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살던 후쿠도메는 완벽한 수비를 보였다. 이 경기에서 일본은 한국을 제압했다. 반면 한국은 아테네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 한국을 세 번 울린 남자 후쿠도메의 시카고 컵스 입단식 장면.ⓒ로이터=뉴시스

3년 뒤 후쿠도메는 한국을 또 한번 울렸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 '엉터리 대진표'로 이미 일본을 두 번이나 이겼지만 또 다시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해야 했던 한국은 6회까지 좋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운명의 7회초 승부의 추는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은 구원투수 전병두가 일본 선두타자 마쓰나카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김인식 감독은 '잠수함 투수' 김병현을 내세웠다. 그는 후속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이 때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은 좌타자 후쿠도메를 대타로 내세웠다. 마쓰이 히데키가 WBC 출전을 못하게 되자 그 대신 이 대회에 출전한 후쿠도메는 2점포로 일본 열도를 흥분시켰다. 후쿠도메의 홈런이 터지자 옆구리에 담이 걸려 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좌완의 일본 킬러 구대성의 빈 자리는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 뒤 한국은 무너졌고, 결국 일본에 0-6으로 패했다.

일본 NHK가 후쿠도메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특집 방송에서도 그가 한국 전에서 때린 홈런 장면이 수 차례 반복됐다. 홈런을 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한호하는 후쿠도메의 모습은 일본 프로야구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후쿠도메는 1일 밀워키와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소속 팀 시카고 컵스의 패배로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후쿠도메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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