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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약한가'가 총선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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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약한가'가 총선을 가른다

[한귀영의 여론읽기]<3> 한나라 과반 청신호, 민주 100석 빨간불

18대 총선이 십 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열어보니 한나라당 일방 우세가 되리라던 당초의 예상을 뒤업고 수도권에서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대거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러다가 한달 전 까지만 해도 200석을 예상했던 한나라당이 과연 과반 의석 확보나 가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혼전과 안개속의 18대 총선,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주목할만한 특징은 무엇이며, 현재 판세는 어떤지 살펴보기로 하자.

18대 총선, 인물전 양상 두드러져

이번 총선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역대 선거와 달리 인물전 양상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현역의원 강세가 두드러지며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이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서울지역에서 정당지지도 상으로는 한나라당이 월등히 앞서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지지도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선거를 정당요인이 차지하는 비중과 인물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구분할 경우, 대선이 정당 요인보다 후보의 인물경쟁력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더 큰 반면 총선은 대체로 정당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반 이상이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정당요인의 비중이 매우 높아 아무리 인물경쟁력이 좋아도 정당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지역에서 무소속 후보가 거의 당선된 적이 없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인물전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지역기반이 약하고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들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반면 정당기반은 없으나 인물력이 뒷받침되는 무소속 현역의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물갈이 공천 효과 낮아
▲ ⓒ연합

18대 총선의 두 번째 특징은 물갈이 공천의 효과가 약하거나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역의원들의 대폭 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물갈이를 명분으로 한 각 당의 공천이 계파공천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오히려 대폭적인 물갈이 결과에 대해 유권자들이 냉소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물갈이를 통해 현역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은 정치신인들이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고전을 하고 있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에 의해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신인들이 대거 당선된 것에 대한 반작용, 학습효과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총선 때마다 반복되어온 물갈이에 대한 피로감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더 강하냐가 아니라 누가 더 약하냐가 잣대가 되는 선거

이번 총선은 누가 더 강하냐 보다 누가 더 약하냐에 따라 결판나는 선거다. 최근 한나라당이 내부 파워게임, 공천을 둘러싼 잡음 등으로 인해 지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할지라도 여전히 과반의석 확보 가능성이 높은 것은 민주당이 더 약하기 때문에 가져갈 수 있는 의석 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 견제론이 급상승하고 있다 할지라도 민주당 지지도 상승은 제한적으로만 나타나고 있다. 견제할 대상(한나라당과 대통령)은 분명한 데 반해 견제의 주체(민주당)는 여전히 모호하며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가 87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양당제가 무너진 바탕위에서 치루어지는 선거로 한나라당에 의한, 한나라당의 선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

정당 지지층의 결집력 현저히 약화되고 있어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또 다른 특징은 정당지지층의 결집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정당지지도 상으로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50%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고, 최근 지지도가 다소 하락했다 할지라도 여전히 30%후반의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 단위로 가면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가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이렇게 약화된 데에는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는 이들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구심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반노무현', '무능정권 심판론' 등으로 인해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사실상 소멸되었다. 그 결과 정당과 유권자들이 따로 놀면서 정당의 대표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획득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이번 총선의 판세는 어떠한가? 한나라당은 과연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획득가능성은 높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선전하면서 접전 지역이 늘어나고 있긴하나 이러한 현상이 아직까지는 서울지역에 국한되고 있다. 인천, 경기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월등히 우세한 상황이다. 또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할지라도 투표율을 고려한다면 민주당 후보가 약 10%P 이상 앞서지 않는 경우엔 한나라당 후보 우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투표참여층에서 50대 이상 고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때문에 이 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하다. 또한 영남에서 친박 무소속 바람이 드세긴 하나 두 자리 수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 현재 선전하고 있는 지역은 현역의원으로 공천에 탈락한 경우로서 기껏해야 6~8명 정도다.

민주당, 서울에서는 예상 밖 선전, 경기 인천에서는 약세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선거는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약한가가 기준이 되는 선거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어느 정도를 획득할 수 있는가를 보면 한나라당이 획득할 수 있는 의석수가 가늠이 된다. 최근 민주당 지지도가 서울지역 중심으로 다소 상승하고 있으나 여전히 20%이하의 낮은 지지도에 그치고 있어 자력으로 개헌 저지의석 확보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기는 하나 민주당이 서울지역 48개 의석 중 40% 이상을 차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역과 인천지역을 통틀어 20석 획득이 녹녹치 않다. 17대 총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내걸면서 싹쓸이 했던 충청지역에서도 5지역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민주당의 세 자리수 의석 확보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다른 야당인 자유선진당도 20석 획득이 쉽지 않다. 충남과 대전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기는 하나 제한적이다. 충청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충청지역 유세를 안 하기로 하면서 자유선진당 바람이 불 가능성은 다소 높아졌으나 인물난, 지역정당 등이라는 한계로 인해 의석수 확보에 한계가 있다.

한편, 진보진영도 상당히 고전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각각 창원을, 노원병과 일산덕양갑 지역 등에서 선전하고 있어 지역구 의석 확보에 관심이 보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당투표에서 3% 이상 획득이 불투명해 17대 총선과 달리 진보진영이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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