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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유산'에 무너진 라모스, 이영표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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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유산'에 무너진 라모스, 이영표 쓸까?

[프레시안 스포츠] PSV와 2차전, 이영표 출장 여부에 관심

2007년 초 영국 언론들은 첼시의 감독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를 노골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주제 무리뉴 감독 간의 불화는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게 감독 교체 가능성의 주요인이었다. 실제로 무리뉴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이나 아스날의 벵거 감독과는 달리 첼시에서 전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선수 스카우트는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살 때 도왔던 그의 친구 자하비 또는 프랑크 아르네센이 주도했다. 아인트호벤, 토트넘을 거쳐 첼시의 스카우팅 디렉터를 맡게 된 아르네센은 살로몬 칼루와 존 오비 미켈을 데려왔다. 하지만 이 같은 선수 영입에 무리뉴 감독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더욱이 아르네센이 주도하고 있는 첼시의 유망주 발굴에 무리뉴 감독은 비난의 눈초리를 보냈다.

영국 언론이 보도했던 무리뉴의 후임자들 중에는 히딩크와 라모스 감독의 이름이 있었다. 러시아 축구의 혁명을 꿈꾸는 석유재벌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히딩크를 데려 온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히딩크 감독이 아인트호벤 시절부터 아르네센과는 별로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 무리뉴 감독과 마찬가지로 히딩크는 팀 운영에 있어 아르네센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다. 당시 세비야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라모스는 그의 공격 축구 철학 때문에 더 화려한 축구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아브라모비치의 입맛에 잘 맞는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의 문제는 유럽 클럽 축구의 최고봉인 챔피언스리그의 경험이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두 감독은 모두 첼시의 감독이 되지는 못했다. 히딩크는 그대로 러시아에 남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오려고 했던 라모스는 토트넘의 사령탑이 됐다.

히딩크가 남긴 유산에 고배 마신 토트넘 라모스 감독

이 두 감독은 7일 새벽(한국시간) UEFA컵 16강 1차전에서 맞붙었다. 물론 히딩크는 이 자리에 없었다. 아인트호벤의 감독은 베어호센이다. 하지만 히딩크의 혜안으로 영입한 남미 선수들은 이 경기에서 대활약을 했다. 히딩크가 남긴 유산이 토트넘의 지휘자인 라모스를 압도한 셈이다.
▲ 히딩크 감독ⓒ로이터=뉴시스

이날 결승골을 넣은 헤페르손 파르판과 수 차례 선방을 해낸 골키퍼 고메스는 히딩크의 작품이다. 히딩크 감독은 주포 케즈만과 롬메달이 잉글랜드로 떠나기 몇 년 전부터 남미의 유망주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 중 한 명이 파르판이다. 페루 출신의 파르판의 장점은 상대 수비진을 교묘하게 파고들 수 있는 율동적인 민첩성이다. 여기에다 한 박자 빠른 슛도 지니고 있다.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도 파르판은 수비라인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결정적 골까지 터뜨렸다. 하지만 히딩크에게 있어 파르판의 최대 강점은 그의 몸값이 싸다는 점이었다. 아인트호벤이 '흙 속의 진주' 파르판을 데려오기 위해 그의 원소속팀 알리안자 리마에 낸 이적료는 불과 2백만 유로였다. 항상 "아인트호벤은 유럽 일류 클럽들을 이기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해왔던 히딩크 감독에게 파르판은 선물이었다.

고메스는 히딩크 감독이 보내 준 신뢰에 보답한 브라질 출신의 골키퍼다. 그는 2004년 아인트호벤의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브라질 선수는 필드에서 뛰어야지 골키퍼로는 별로..."라는 게 일반적 시각 때문. 하지만 그는 "브라질 선수가 단지 골만 잘 넣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아인트호벤에 입단했다. 이적료는 1백만 유로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히딩크는 고메스에게 무한신뢰를 보냈다. 마치 이영표, 박지성에 그랬던 것처럼. 고메스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히딩크는 기다려줬다. 아직까지도 그는 "나는 히딩크 감독 시절 그가 내게 했던 보살핌을 잊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 아인트호벤의 쿠만 전 감독은 "상대 팀은 오직 골대 좌우의 가장 구석진 곳으로 시속 130Km 이상의 슛을 쏴야 아인트호벤의 골 망을 흔들 수 있다"고 고메스를 칭찬했다. 실제로 고메스 골키퍼는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베르바토프, 로비 킨의 날카로운 공격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UEFA컵 토트넘의 왼쪽 풀백은 라모스의 고민
▲ 토트넘의 후안데 라모스 감독ⓒ로이터=뉴시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의 실점은 왼쪽 풀백 질베르투의 실책에서 비롯됐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에서 질베르투는 페널티 박스 구석에서 우물쭈물하다 파르판에게 공을 뺏겼고, 이게 뼈아쁜 실점으로 연결됐다. 라모스 감독은 "질베르투를 비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의 왼쪽 풀백은 그의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질베르투를 제이미 오하라로 교체했다. 더욱이 대기 명단에 왼쪽 풀백을 맡을 수 있는 이영표와 타이니오를 올려 놓았다. 바로 이게 그의 고민의 증거다.

이영표는 아쉽게도 친정팀 아인트호벤과의 중요한 일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벌써 여덟 경기 째 그는 라모스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의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는 (주)지쎈의 김동국 대표는 "이영표의 마음가짐은 그대로다. 뭐 포지션 경쟁은 토트넘같은 강팀에서 피할 수 없다는 그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영표가 라모스 감독이 데려온 선수가 아니다 보니 더 출장기회를 잡기 힘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라모스 감독은 자신이 데려 온 스코틀랜드 대표인 알란 허튼에게 오른쪽 풀백 자리를 많이 줬다. 그러면서 원래 오른쪽 풀백이었던 심봉다는 왼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심봉다는 왼발을 못 쓴다는 점에서 왼쪽 풀백으로는 부적격이다. 알란 허튼은 글래스고 셀틱 소속으로 올 시즌 UEFA컵에 뛰었기 때문에 규정상 토트넘의 UEFA컵 경기는 뛸 수 없다. 라모스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이날 아인트호벤과의 경기에서는 심봉다를 오른쪽에 썼고, 그가 데려 온 질베르투를 왼쪽에 포진시켰지만 질베르투의 실책으로 실패로 끝났다.

PSV와의 2차전서 이영표 모습 드러낼까?
▲ 이영표ⓒ뉴시스

6일 이영표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네덜란드의 유력지 텔레흐라프는 "유럽 진출을 이루게 해준 아인트호벤으로 다시 돌아가서 뛰고 싶다. 토트넘과의 계약기간은 2009년까지지만 이번 여름까지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이는 사실과는 다른 와전된 보도다. 하지만 이영표가 사실상 라모스 감독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보도라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영표가 아인트호벤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못했다면 그가 토트넘으로 올 수 있었을까?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그에게 아인트호벤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너무 다르다. 그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던 히딩크 감독은 토트넘에 없다. 라모스는 올해 여름 팀 전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선수 영입을 할 가능성이 크다. 왼쪽 풀백 자리에 선수 영입이 없다고 해도 에코토와 가레스 베일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이영표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하지만 이영표에게 기회는 있다. 허튼이 뛸 수 없는 UEFA컵은 이영표가 출장하기 좋은 카드다. 비록 아인트호벤과의 16강 1차전에서는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지만 원정 2차전에서는 나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히딩크가 물려 준 선수들에게 한 방 맞은 라모스 감독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히딩크가 토트넘에 남긴 또 다른 유산인 이영표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이 경기에서도 이영표가 나오지 못한다면 그의 말처럼 올 여름 이적시장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는 13일(한국시간) 토트넘과 아인트호벤과의 경기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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