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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가 못한 일에 도전하고 있는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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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가 못한 일에 도전하고 있는 베컴

[프레시안 스포츠] 베컴의 미국 진출을 보는 시선들

데이비드 베컴이 지난 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미국행을 택했을 때 영국 사람들은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베컴은 이제 스포츠 면보다 연예 면에 많이 등장할 거다"는 얘기였다. "베컴이 잉글랜드 대표로 뛰어야 할 때 그는 거의 매번 대서양 횡단을 해야 한다"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펠레가 못했던 일을 베컴이 도전한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1968년 미국에서는 북미프로축구리그(NASL)가 발족했다. NASL은 축구의 불모지 미국을 축구의 신천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 가운데 핵심은 세계적 슈퍼스타들을 모셔오는 것이었다. '축구황제' 펠레, 베켄바워, 크루이프 등 1970년대 월드컵을 빛냈던 대형 선수들이 속속 미국으로 향했다. 펠레와 베켄바워를 모셔 간 뉴욕 코스모스는 경제적으로 아주 잠깐이지만 성공을 거뒀다. 리그의 다른 팀들도 뉴욕 코스모스를 모델로 '왕년의 스타'를 데려와 중흥을 꾀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리그 소속팀들의 만성적자에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1986년 월드컵 개최지로 미국이 아닌 멕시코를 선정한 뒤 NASL은 힘을 잃었다.

농구, 야구, 미식축구 등의 재미에 푹 빠져 있던 미국의 주류사회는 축구를 그들의 '오락'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스타가 미국의 축구를 발전시키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하는 베컴.ⓒ뉴시스

펠레와 다른 베컴

그렇다면 베컴이 펠레, 베켄바워도 하지 못했던 미국의 축구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까? 물론 힘들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더 크다는 분석이 있다. 축구 선수로서의 실력면에서 펠레와 베컴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펠레가 완전한 축구 선수라면 베컴은 '반쪽짜리 선수'다. 환상적으로 꺾이는 프리킥과 크로스 등은 천하일품이지만 그 외의 능력은 미국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A 갤럭시는 베컴을 데려올 때 "베컴의 국제적 인지도는 타이거 우즈나 마이클 조던보다 한 단 계 위"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구단의 '장삿속'에서 나온 일회적인 표현이라고 폄하했다. 베컴 자신도 27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게 더 중요한 것은 축구이지 패션이나 다른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팝 아이콘'의 이미지가 베컴이 가진 최대의 자산인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때 파파라치를 따돌리기 위해 '짝퉁 베컴'을 2명이나 고용했다는 얘기는 그의 '상품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펠레가 가진 매력은 사실 경기장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많았다. 하지만 베컴은 그렇지 않다. 미국 주류사회가 축구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해도 베컴의 모습은 TV를 통해 꽤 자주 접할 수 있다. 경기장 밖에서의 그의 매력을 전파하는 것은 사실상 '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베컴이 나오는 축구 경기는 안 봐도 그의 기사가 실린 잡지나 그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은 자주 본다는 게 지금까지 미국 언론들의 평가였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4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내 히스패닉들은 이제 새벽에 눈을 부비지 않고도 베컴의 킥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프로축구의 희망도 여기에 있다. 이미 축구에 학습된 수많은 이민세대들의 존재는 리그의 발전 가능성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펠레가 미국에서 뛰던 70년대와 지금의 미국인들이 축구를 보는 눈은 분명 다르다. 미국의 스포츠 구단들은 미국 프로스포츠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그들의 눈에는 수익을 극대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를 주시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이 미국 출신 스포츠 구단주에게 넘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때 그들은 미국 스포츠 시장자체가 '세계 시장'이라는 자만심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화'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스포츠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축구만큼 효과적인 콘텐츠는 찾기 힘들다. 결국 경기자체의 매력이 아닌 마케팅적인 부분에서 미국의 스포츠 자본은 축구를 선택하기 시작했고, 그런 흐름 속에서 축구가 '이방인의 스포츠'라는 꼬리표를 서서히 떼어 내고 있는 시점이다.

베컴은 그 누구보다 자신만의 프리킥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려온 선수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베컴은 프리킥의 세밀함과 정확성을 체득하기 위해 무모하게 생각될 정도로 엄청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베컴도 26일 기자회견에서 "어렸을 때 부터 많은 연습을 했다. 아직도 같은 양의 연습을 하고 있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의 상품성을 돋보이게 하는 명품 프리킥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탄생했다. 그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프리킥은 벽을 쌓은 선수들을 우회해서 골 망을 흔든다. 그는 70년대 펠레와 같이 그동안 축구에 무관심 했던 미국의 문화장벽과 정면승부를 벌일 필요가 없다. 마치 그의 프리킥처럼 그는 '문화장벽'을 피할 수 있는 '헐리우드적 상품성'을 갖고 있다. 이게 바로 그가 미국에 온 이유이고, 미국도 그것을 더 원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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