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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戰 상처' 간직한 센데로스와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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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戰 상처' 간직한 센데로스와 박지성

작지만 큰 '이미지 메이킹'의 차이

지난 12일(한국시간) 아스날의 중앙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가 고개를 틀며 완벽한 헤딩슛으로 네트를 가르는 순간 아스날의 홈팬들은 열광했다. 아스날의 아슨 벵거 감독도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 때 골을 넣은 센데로스는 특유의 잔뜩 지푸린 얼굴로 포효했다. 2년 전 독일 월드컵 한국과의 경기에서 헤딩 선제골을 넣은 뒤 기세등등하게 그라운드를 돌며 기뻐했던 것처럼.

2년전 한국 울린 '센데로스의 피'

센데로스의 얼굴을 카메라가 클로즈업할 때 왼쪽 눈썹 위에 작은 흉터가 남아있었다. 한국전에서 골을 넣을 때 당한 부상 때문에 생긴 '영광의 상처'다. 오프사이드 논란과 함께 당시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센데로스의 골은 국내 팬들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토고에 역전승을 거둔 뒤 거함 프랑스와 비겨 내심 한국의 16강 진출을 기대했던 팬들은 센데로스의 기습적 헤딩골에 한 번 울고, 오프사이드 판정에 또 한 번 울었다.

하지만 스위스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피가 나는 데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골 세리머니를 했던 센데로스의 투지에 스위스 인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두고 화려한 플레이 이상으로 투지와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에 후한 점수를 주는 영국인들은 "이미 그 순간 한국의 기세가 꺾였었다"는 의미있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스위스 젊은 선수들의 불타는 투지에 '센데로스의 피'는 분명 기름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 12일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고 환호하는 센데로스(右).ⓒ뉴시스=로이터

지금의 센데로스도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브라질 태생의 크로아티아 귀화 선수 에두아르두나 스페인의 신성 파브레가스 등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아스날에서 그의 역할은 경기장의 전사 겸 분위기 메이커다. 그는 성실성과 혼을 다하는 플레이로 아스날의 수비 사령탑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12일 블랙번과의 경기 뒤 그는 "허벅지와 무릎에 다소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결정적 골까지 넣었으니 아스날의 팀 분위기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센데로스의 이날 골은 아스날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두행진을 확고히 해 주는 중요한 골이었다. 이 경기에서 2-0으로 블랙번을 제압한 아스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승점 격차를 5점으로 늘렸다.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노리는 맨유로서는 아스날을 따라잡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월드컵에서 센데로스의 통한의 헤딩골을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던 박지성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당시 스위스 경기가 끝난 뒤 '센데로스의 팀'에 '박지성의 팀'이 졌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미지 메이킹' 작지만 큰 차이

2년 전에 비해 센데로스에 대한 프리미어리그의 평가는 많이 올라갔다. 그는 분명 유망주에서 아스날의 주축선수로 자리잡아 가는 시점에 서 있다. 분명 그의 불굴의 투지는 주축선수로의 상승을 뒷받침하는 자산이다. 박지성은 부상이 있기는 했지만 2년 전보다 크게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지 못했다. 팀에서 박지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사실상 2년 전 그대로다. '맨유의 산소탱크' 이미지를 벗을 필요는 없지만 그것만 같고 세계 최고수준의 축구클럽 맨유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어떤 선수가 박지성의 출장기회를 빼앗아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로 맨유가 리옹의 왼쪽 날개 벤 아르파를 영입한다면 박지성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지성은 1958년 뮌헨 비행기 참사로 8명의 알토란 같은 선수를 잃었지만 다시 최고 클럽으로 도약한 맨유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그 자랑스러운 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때로는 그라운드의 성격파 배우가 될 필요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박지성은 센데로스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낭중지추'라는 얘기도 있지만 프리미어리그 정글은 송곳이 주머니를 뚫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스스로 힘을 줘서 뚫어야 한다.

기자가 만났던 거의 모든 영국 축구팬들은 기본적으로 박지성의 실력은 인정하는 편. 하지만 그와 관련해 아는 게 많지 않았다. 박지성 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을 기억하는 팬들도 거의 없었다.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의 플레이에 대해 "수비가담이 좋고, 민첩하기는 하지만 폭발력이 없다. 너무 얌전하게 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들의 눈초리는 무섭다. 때로는 감독이 보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도 잘 끄집어 낸다. 그들의 기억 속에 없는 선수가 맨유에서 살아 남은 적은 없었다. 박지성에게 이번 시즌 막바지까지 계속될 선두 경쟁은 의미가 크다. 영국 팬들의 뇌리에 남을 수 있는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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