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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지지도, 왜 벌써 비틀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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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지지도, 왜 벌써 비틀거리나

[한귀영의 여론읽기]<1> '열망'이 '실망'으로 변하면…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도가 불안하다. CBS-리얼미터의 1월 29~30일 조사에서 이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 주 전 보다 5.7% 하락해 75.6%를 나타냈다. 이 당선인측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이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가 당선 이후 최고치에서 10% 포인트 가량 빠진 60%로 조사되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직 새 정부가 정식 출범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당선 이후 지지도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 예후가 썩 좋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지지도 하락 흐름 나타나

17대 대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당선인이 국정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70% 중반에서 80%에 이른다. 기대감 70% 중후반대는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명박 당선인에게 표를 주었던 층은 물론 지지하지 않았던 층에서도 과반 이상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출발 자체가 그다지 산뜻하지 않다.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출범 직후 지지도가 89.1%(2002년 12월 26일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로 나타났다. 이러한 높은 기대감은 참여정부 출범 직전 최고조에 이르러 92.2%(2003년 2월 27일 문화일보-TNS)에 이른다. 김대중 정부도 출범 직전 지지도가 90%를 넘었다. 이명박 당선자가 2위 후보와 역대 최대 격차를 벌리면서 압승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출발 지점의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예후가 안 좋은 것은 인수위 출범 한 달 만에 지지도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새 정부 지지도가 당선 직후부터 조금씩 상승하다가 출범 직전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기간은 이른바 '허니문' 기간으로 국민들도 새 정부의 단점보다는 장점 중심으로 봐주려고 한다. 새 정부도 갈등유발적 이슈는 피하고 잘하겠다는 의욕과 화합의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에 화답했다. 그런데 이같은 우호적 관계가 벌써 삐걱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 지지도에 차선이란 없다

대통령 지지도는 후보 지지도와 다르다. 후보 지지도는 최선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을 선택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지지도에서 차선이란 없다. 이런 점에서 후보 지지도가 상대평가라면 대통령 지지도는 절대평가에 가깝다. 또한 후보 지지도가 이미지에 기반한 막연한 태도 지수에 가깝다면 대통령 지지도는 국민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적 이해관계의 틀 속에서 판단하는 냉정한 '사후 평가지수'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 지지도는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일단 하락하기 시작하면 다시 상승하기가 쉽지 않다.

87년 이후 들어선 민주정부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열망에서 실망으로 변화하는 사이클이 그것이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랬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당선이 된 직후에는 지지층의 열망이 강렬히 투영되면서 취임 직전까지 지지도가 상승한다. 그러다가 취임 이후 지지층의 기대에 이반되는 정책들이 나타나면서 열망이 실망감으로 변했다. 그래도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는 지역에 기반한 확고한 지지층이 있었기 때문에 열망이 실망으로 바뀌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 열망과 실망의 변화 주기가 훨씬 빨라졌다. 무슨 일이 일어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줄 신심이 돈독한 지지층이 약하기 때문이다. 약한 지지도는 국정불안으로 이어지기 쉽다. 취임도 하기 전에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도가 흔들리는 것은 열망이 실망으로 변하는 주기가 더 빨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지지층의 측면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층의 관계는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는 '가치결합관계'에 가까웠다. 가치에 기반한 관계가 깨지는 과정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지지층에게도 적잖은 상처를 준다. 비슷한 가치를 공유했다고 믿었기에 열정적으로 지지했던 대통령이 막상 나와 다른 지향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자기 설득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관계가 정리되고 나면 도저히 다시 결합하기 어려운 관계가 된다.

이명박 당선인과 지지층의 관계는 계약관계에 가까워

반면 이명박 당선인과 지지층의 관계는 계약관계에 가깝다. 도덕성 의혹에 시달렸던 이명박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의 상당수는 최선이라기보다는 차선책으로 이명박 후보를 택했다. 여기에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합리적 근거로 작용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미국이 신음하고 중국이 미끄러지는 등 국제경제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환경은 국내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흐름이 확고히 자리를 잡으면서 권력은 이미 정치영역이 아닌 시장으로 넘어갔다. 과거와 비교해 대통령이 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투자를 독려하는 것 정도가 이명박 당선인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였던 반면, 신용불량자 사면. 유류세 인하, 이동통신료 요금 인하와 같이 서민경제에 확실하고 직접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는 공약들이 형해화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조차 하다.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계약의 충실한 이행을 기대했던 지지층 내에서 서서히 불안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직접적 도화선이 된 것은 영어몰입교육 문제다. 교육문제는 계급, 계층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영역인데 '경쟁력'이라는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면서 민감한 부분을 쉽게 건드렸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민층과 중산층 일각에서 반발이 심상치 않다.

계약관계란 기본적으로 정서적 이입이 없는 냉정한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에서 냉소로 쉽게 변할 수 있다. 반면 계약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조짐이 보이면 관계회복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계약 안에 너무 많은 사항이 담겨져 있어 이행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명박 지지층의 구성 매우 이질적

이명박 새 정부의 지지층을 좀 더 세밀히 분석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의 취임 초 지지층과 비교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3김 시대 이후에는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이 약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지도도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기에 지지층의 구성 자체도 이질적이어서 불안정성이 더 고조되었다. 2002년 대선의 가장 큰 축은 반이회창, 반한나라당 정서였고 이번 대선의 가장 핵심적인 축은 반노무현 정서였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층은 이념과 가치에 입각한 지지층(노무현 일관 지지층)과 반한나라당 중도합리적 성향층(정몽준 지지층)이라는 이질적 층으로 구성되었다. 노 대통령의 불안정한 국정운영 스타일에 실망한 중도합리적 성향층이 가장 먼저 이탈하면서 취임 직후부터 지지도가 큰 폭으로 흔들렸다.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층 구성도 이질적이다. 일관되게 한나라당을 지지해왔던 보수성향층과 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성향층이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 또한 박정희식 국가주도 산업화를 꿈꾸는 서민층과 완전한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중상층(상류층과 일부 중산층)도 한 지붕 아래 동거하고 있다. 계층과 이념이 다른 층이 한 지붕 아래 어정쩡하게 동거하는 상황은 오래가기 어렵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중상층을 겨냥한 영어교육정책에 대해 (경제적 여력이 약한) 중산층과 서민층이 반발하면서 지지도 하락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이명박 새 정부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했거나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많은 국민들은 지금도 계약서를 만지작거리면서 이명박 당선인의 국정활동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계약사항이 불이행될 기미가 나타난다면 곧바로 지지도에 투영될 수 있다. 평가는 냉정하고 관용이 들어설 공간은 별로 없다. 확실한 해결책은 계약을 잘 이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적 여건이 잘 받쳐주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절대 우세가 예상되는 오는 4월 총선은 국정운영에 더 큰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만큼 국정에 거는 기대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해도 되지만 국정운영에서는 차선이 없다. 이명박 새 정부가 아직 출범도 하기 전이기만 시간이 별로 없다.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계약이 잘 이행되고 있다는 안심을 심어주기 위한 시간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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