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다다다딴따다~딴따다다다딴따다~.
자명종 시계가 일어나야 할 시간을 알려주었어. 시끄럽게 울어대는 자명종을 끄고 난 뒤에도 엄마는 침대에 조금 더 누워 있었단다. 벌써 몇 달째 계속되는 일이야. 일어나기 싫어서 그런 거냐고?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엄마는 몇 달 전부터 아침마다 기초 체온을 재고 있었거든. 오늘도 엄마는 자기 전에 머리맡에 두었던 체온계를 꺼내 혀 밑에 밀어 넣었어. 매일같이 하는 일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어. 요즘 고온기가 계속되고 있었거든. 오늘까지 계속된다면 별이가 엄마를 만나러 와 주었다는 표시일 거야. 그래서 엄마는 떨리는 마음으로 체온계가 데워지길 기다리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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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말했듯이 인간 여성에게는 배란이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언제쯤 배란이 일어나는지 알기가 힘들어. 배란이란 여성의 난소에서 성숙된 난자가 배출되는 것을 말하는데, 여성의 난자는 수정되지 못하면 배란 이후 24시간 정도 밖에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란 시기를 정확히 아는 것이 임신에 도움이 되지.
그럼 배란의 순간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볼까? 남성의 정자가 매 순간 새로 만들어지는 것과는 달리 여성의 난자는 그녀가 태아였을 때 앞으로 평생 쓸 난자들을 모두 만들어 보관한단다. 태어난 이후에도 10여 년을 난소 속에서 잠자던 미성숙 난자들은 사춘기가 되면 매 생리 주기마다 한 개의 난자가 성숙하여 배란되지. 난자는 매우 귀한 세포라서 그런지, 난소 안에는 난자를 둘러싸고 보호해주는 난포(卵胞·follicle, 여포(濾布)라고도 불린다)라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구에 둘러싸여 있지. 사춘기가 되면 뇌하수체라는 부분에서 난포자극호르몬(follicle-stimulating hormone·FSH)이 분비되어 난포 속의 난자를 발달시키지.
배란의 순간. 난자는 배란 이후 24시간이 지나면 퇴화되기 때문에 그 전에 정자를 만나야 수정란으로 발달이 가능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 생리주기마다 FSH가 분비되지만, 항상 그에 반응하는 난포는 하나 뿐이야. 간혹 둘 이상의 난자가 배란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이란성 쌍둥이가 태어날 수 있단다(쌍둥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게. 별이도 잠깐 동안은 쌍둥이였으니까.) 임신과 완전 모유 수유 기간 중에는 배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산업사회 이전의 여성들은 평생 100~200개 정도의 난자가 배란되는데 비해, 아이를 적게 낳는 현대 여성은 평생 약 300~400개의 난자를 배란시킨단다. 그래서 여성의 몸이 과거에 비해 여성호르몬들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유방암 같은 여성암의 발생률이 높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학자들도 있어.
과거에 비해 배란되는 난자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평생을 배출해도 여성의 난소 속에는 아직도 수천여 개의 배란되지 못한 난자가 남아 있지. 남은 난자들은 완경기가 지나면 모두 퇴화해서 더 이상 기능하지 않게 된단다.
어쨌든 뇌하수체에서 FSH가 분비되면 그에 자극받은 난포 중 하나가 자라나서 난소 표면으로 서서히 옮겨가. 그래서 난소 표면이 불룩해지지. 난자는 난포가 분비하는 액체에 둥둥 뜬 채 난포 속에 담겨서 난소 표면으로 같이 이동하는데, 이 액체는 난자가 마르지 않게 하고 난자를 성장시키는 영양액의 역할을 하지. 난자가 완전히 성숙하면 난포가 파열되면서 난자가 방출되는데, 그 후로도 난포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냐. 황체형성호르몬(luteinizing hormone·LH)이 분비돼 난포가 황체로 변하도록 지시하거든. 그러면 난자가 빠져나간 난포는 이제 노란색의 황체(黃體·corpus luteum)로 바뀌어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임신에 대비하도록 자궁 내부 환경을 조정한단다.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벽을 두텁고 부드럽게 만들어서 수정란이 자궁벽에 달라붙기 쉽도록 만들어주고, 달라붙은 수정란이 떨어지지 않도록 자궁 근육의 수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야.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후 약 10일 정도 분비되다가 그동안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했다는 신호가 없으면 그 양이 줄어들게 돼.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자궁 내막은 프로게스테론이 줄어들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우르르 쏟아져 내리게 되는데, 그게 바로 월경이란다. 만약 그 2주간 배란된 난자가 정자를 만나 수정이 되고 무사히 자궁벽에 착상하게 되면 프로게스테론의 농도는 떨어지지 않고, 월경도 일어나지 않는단다. 임신의 가장 기본적인 증세는 월경이 사라지는 거지. 왜 드라마에서 보면, 여주인공이 갑자기 일하다 말고 달력을 쳐다보면서 날짜를 세거나, 손가락을 열심히 꼽아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 장면이 등장하곤 하지? 다음 장면은 커튼이 쳐진 진료실과 산부인과 의사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그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월경이 사라져서 임신을 확인하게 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란다.
이처럼 여성은 월경 주기에 맞춰 호르몬이 변화돼. 그 변화 양상은 다음 그림과 같은데, 이 그림에서 맨 윗줄에 있는 것이 난포의 모습이야, 처음에는 작은 크기였던 난포가 난자가 성숙함에 따라 점차 커지다가, 배란 이후에는 황체가 되었다가 찌그러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 두 번째 그래프는 호르몬들의 변화야. 여성의 월경 주기를 조정하는 대표적인 네 가지 호르몬의 농도를 말하는 거지. 그림을 보면 배란기 즈음 FSH와 LH가 갑자기 증가했다가 감소하고 이후,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높아짐을 알 수 있어. 맨 아래 줄은 자궁 내막의 두께를 표시한 건데, 생리 중에 탈락되었던 자궁 내막이 점차 두꺼워지면서 임신을 준비하다가 다시 탈락되는 과정을 반복하지.
여성의 몸에서는 매 월경 주기마다 이런 변화가 반복되어 일어나. 그런데 이 과정은 너무 은밀하게 일어나서 언제 배란이 되었는지 알아채기가 힘들어. 물론 어떤 여성들은 배란시에 배란통이라는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배란혈이라고 하여 약간 피가 나기도 해서 남들은 알지 못해도 본인은 언제쯤 배란이 되는지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많단다. 그래서 배란일을 체크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소변이나 침으로 배란 여부를 알 수 있는 테스터들이 시중에 나와 있단다.
배란 테스터는 비교적 정확하고 간편하긴 하지만 배란일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여러 번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배란 여부만을 알려줄 뿐, 이후 임신이 되었는지의 여부는 알려주지 못해. 그래서 엄마가 선택한 방법은 '기초체온법'이었어. 기초체온법이란 여성의 체온이 생리 주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야.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프로게스테론 때문이야. 프로게스테론은 체온을 약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임신을 한 경우에는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니까 임산부들의 경우 기초체온이 보통 사람에 비해 약간 높은 것이 정상이란다.
별이 너도 알고 있겠지만, 사람은 항상 일정한 체온이 유지되는 항온동물이야. 보통 사람의 체온은 36.5℃ 정도로, 이보다 체온이 높거나 낮으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힘들어 진단다. 그런데 체온은 비교적 일정하긴 하지만, 언제나 36.5도(℃)인 것은 아니야. 보통 체온은 일정한 주기를 따라서 0.5~1도 정도 변화한단다. 체온은 하루를 주기로 조금씩 변해. 예를 들어, 체온은 아침에 자리에서 눈을 뜨고 일어나 활동을 하게 되면 서서히 높아지다가 오후에 최고점에 이르고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점점 낮아져서 새벽녘에는 가장 낮아지지.
그런데 여성에게는 1일 주기 외에도 생리 주기를 따라 체온이 변하곤 해. 즉, 여성의 체온은 보통의 체온을 유지하다가 배란 직전에 최저점으로 떨어지고, 배란이 되고 난 뒤에는 배란일에 비해 체온이 1~1.5도 정도 상승하는 고온기가 약 2주간 유지돼. 만약 임신이라면 체온은 오른 채로 유지되지만, 임신이 아니라면 다시 평소의 체온으로 떨어지고 2~3일 후에 생리가 시작된단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체온 사이클이 시작되는 거지. 배란 후 고온기가 3주 정도 지속되면 임신의 가능성이 커진단다.
기초체온법은 상당히 정확한 편이긴 하지만, 체온의 변화 정도가 생각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 써서 측정해야 해. 그리고 사람마다 기초체온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처음 한 달 동안은 자신의 기초체온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둔다는 마음을 재어보는 것이 좋아. 책에 보면 기초체온이 평소-배란일-고온기 동안 36.5도-36.0도-37.0도 정도로 변한다고 예시가 나와 있지만, 실제로 기초체온이 36도 정도로 조금 낮은 사람은 각 시기별로 36.0도-35.5도-36.5도 정도로 변할 수도 있거든. 그러니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평소 체온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해. 엄마가 직접 재어봤더니, 엄마는 평소에는 체온이 36.4~36.7도 정도이다가, 배란일에는 35.9~36.2도, 그리고 배란 이후에는 37.2~37.5도 정도로 나타나더구나. 37도가 넘는 체온이 2주간 지속되다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36.5도 이하로 떨어지면 2~3일 후에는 월경이 시작되었고 말이야.
이렇게 미묘하게 변하는 체온을 재려면 먼저 기초체온을 잴 수 있는 온도계가 필요해. 부인용 수은 체온계나 전자 체온계가 좋은데, 엄마는 부인용 체온계라고 불리는 수은 체온계를 사용했어. 이 체온계는 35~39도 사이만 측정되고 눈금 간격이 넓어서 세밀한 측정이 가능하지. 적외선을 이용하는 귀 체온계도 사용해봤는데, 잴 때마다 값에 조금씩 오차가 생겨서 혼동이 생기더구나. 그리고 체온은 푹 자고 난 뒤, 아침 일찍 측정하는 게 좋아. 그 때는 체온이 하루 주기 중에 가장 낮을 때이고, 수면을 취한 뒤라 체온을 높일만한 다른 일(예를 들어 운동이나 힘든 노동)을 하지 않은 때라 비교적 체온이 안정적이거든. 기초체온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면, 적어도 4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뒤, 아침 6~8시 사이에 이불 속에서 누운 채로 체온을 재는 것이 좋다고 하지. 그래서 엄마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체온을 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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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체온계를 입에 넣은 지 몇 분이 지났어. 지금쯤이면 체온계가 엄마의 체온만큼 데워져 있을 거야. 조심스레 입 속에서 체온계를 꺼내 눈금을 읽기 위해 체온계를 돌려 보았어. 너도 나중에 커서 수은 체온계를 보면 알겠지만, 수은체온계는 체온계를 잘 돌려서 특정한 각도로 맞추지 않으면 눈금이 잘 보이지 않거든. 그렇게 나온 숫자는 36.3도. 체온이 떨어져 있었어. 이번 달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맥이 탁 풀렸어. 왠지 이번에는 꼭 별이를 만날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는데 말이야.
엄마는 체온계를 닦아서 서랍에 넣고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리고는 오늘쯤은 병원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별이를 기다린 지 꽤 오래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별이가 찾아오지 않는 걸 보아 혹시라도 엄마 몸에 무슨 이상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거든. 임신을 위한 피검사는 생리가 시작된 지 2~3일 후에 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해서, 그 때쯤으로 미리 예약을 잡아두려고. 부디 아무 이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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