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노동부가 발표한 조선업종 하도급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노총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관점으로 실태조사를 임해, 불법파견과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실상이 왜곡-축소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공정성과 객관적인 하도급실태조사를 위해 노동계, 시민사회 단체 등 민간이 참여한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민주노총, "불법파견업체가 단지 1곳뿐이라니..."**
민주노총이 우선적으로 지적한 것은 불법파견업체가 단 1곳 뿐이라는 점이다.
노동부는 조사대상 1백15개 업체 중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업체는 1개 업체라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조선업종의 업무특성상 단계적으로 독립된 작업공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하도급작업 수행과정에서 원청업체의 통제가 크게 요구되지 않음'으로서 불법파견 소지가 없다"고 밝혔었다.
민주노총은 이런 결과에 대해 노동부가 지나치게 협소한 기준으로 파견법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즉 불법파견은 작업수행 과정에서의 노무관리의 독립성과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작업과정에서의 형식적인 관계만을 협소하게 적용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이유로 이번 노동부 발표가 "불법파견을 용인하고 합법도급이라는 면죄부만 주는 격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고시, 하도급업체 노무-인사-작업 모두 독립성 갖춰야**
불법파견 여부를 가리는 기준은 1998년 7월1일자 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자파견사업과 도급등에의한사업의 구별기준에 관한 고시>(이하 노동부 고시)에 제시돼 있다. 이 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도급이란 "민법상 도급, 위임 기타 이와 유사한 무명계약으로서 수급인 또는 수임인이 사업주로서의 독립성을 가지고 사업을 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노동부 고시는 세부 항에서 "도급업체는 업무수행, 근로시간, 인사,징계 등과 관련해 고용된 노동자를 직접 지시하고 관리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하도급업체가 원청과 계약서 상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시간, 인사, 징계 등에 있어 원청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근로자파견사업'을 한 것이 된다. 조선업종은 파견법 상 근로자파견사업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하도급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하도급업체는 불법파견업체가 된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박일수씨의 분신사건에서도 불법파견과 합법 하도급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박일수씨가 근무했던 인터기업에 대해 회사측은 "인터기업은 합법적 하도급업체이기 때문에 박씨는 정규직노동자이고, 분신사건처리에 있어 원청인 현대중공업은 어떠한 개입의 지점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는 "인터기업이 불법파견업체인 만큼 박 씨 분신사건 해결에 현대중공업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당시 진상조사에 나섰던 민변의 김장식변호사는 "노무-인사관리에서 원청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고, 작업관리에서도 원청의 직접적 지시를 받은 만큼 불법파견을 판단하는‘노동부고시'에 의거 인터기업은 분명히 불법파견업체"라고 의견을 밝혔었다.
***"원-하청 노동자간 처우 격차, 단순 근속년수 비교로 왜곡돼", "민관공동조사단 구성하자"**
한편 민주노총은 원청 노동자와 하청노동자 간의 처우 차이를 단순 비교를 통해 열악한 하청노동자의 처우가 왜곡-축소됐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근속 2년차를 기준으로 근로소득 원천징수액 기준으로 급여수준을 원청업체 대비 83.8%라고 발표했다. 또 이를 근거로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격차보다 원-하청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근속연수, 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근속 2년차를 단순하게 비교함으로써 각 종 격차가 축소됐다"는 입장이다. 즉 하청의 경우 빈번한 이직 등으로 근속연수는 짧지만, 전체 노동연수, 연령은 원청 2년차 보다 10년 이상 높은 현실을 간과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노동부 조사결과에 대해 이런 의문을 제시하면서, 전면 재조사를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법률단체가 등 민간부문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을 요구하며 조사 기준도 공동으로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또 노동부가 27일 밝힌 조선업종에 이어 자동차, 기계 등의 부문에 대한 하도급 실태조사에서도 민관공동조사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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