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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 전봇대만 뽑지 말고 이것도 좀…"

[기고] 인수위는 광우병 '위험'도 인수하려는가?

흉흉한 인간광우병 소문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가축을 선물 거래하는 딜러들은 지난주부터 캔자스 주의 도축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vCJD)으로 사망했다는 소문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들이 술렁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의 밥줄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물 거래는 예측이 이윤을 좌지우지한다. 만일 인간광우병 발생이 확인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 가격은 폭락할 것이다.

문제는 이 소문이 단순한 악성 루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1월 11일 미국 캔자스 주의 쇠고기 작업장에서 근무하던 51세의 남성 노동자가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으로 사망했다. 현재 캔자스 주 보건당국은 인간광우병(vCJD)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망 환자의 뇌 조직 샘플을 미국 국립 프리온 질병 병리 감시 센터(the National Prion Disease Pathology Surveillance Center)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으로 사망한 남성은 쇠고기 작업장에서 수년간 근무했으며, 엘크 사슴을 사냥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 남성이 광우병 쇠고기에 의한 인간광우병 감염이 아니라면, 사슴광우병이라 불리는 만성소모성질환(CWD)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 광우병 위험을 인수할 작정인가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 중인 한국에서는 미국에서의 인간광우병 논란이 마치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린다.

외교통상부는 1월 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법안의 미국 의회 제출이 불가능하다"며 "미국 측의 한미 FTA 비준을 촉진하고자 쇠고기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되 이를 한미 FTA 이행법안의 미국 의회 제출과 연계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곧 인수위는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쇠고기 문제의 해결을 위해 11일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보고하라"고 외교통상부에 요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거짓말을 하던 외교통상부, 농림부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한미 FTA의 전제조건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앞뒤 안 맞는 처신에도 불구하고 인수위는 질타는커녕 한 술 더 뜨고 있다. 인수위는 현재의 수입 위생 조건 기준을 완화해 30개월 이상의 나이 든 쇠고기도 수입하고,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갈비, 등뼈까지 모두 수입해 아예 광우병 검역을 포기하겠다는 과욕을 드러내고 있다.

갈비통뼈 9회, 등뼈 2회 적발이 모두 인간적 실수?
▲ 시민단체 회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 2006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미국 측이 수입 위생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례는 갈비통뼈 적발 9회, 등뼈 적발 2회, 다이옥신 검출 1회 등 모두 12회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위반 작업장은 카길 소속 4곳, 스위프트 소속 3곳으로 미국의 대형 육가공업체의 쇠고기 수출 작업장이다. 카길은 5곳의 승인 받은 쇠고기 수출 작업장 중 4곳에서 갈비통뼈와 등뼈가 적발되었다. 스위프트는 4곳의 수출 승인 작업장 중에서 3곳에서 중대한 위반 사례가 적발되었다.

동일한 작업장에서 반복해서 등뼈, 갈비뼈가 검출되고 동일한 회사 소속 작업장에서 등뼈, 갈비뼈가 계속해서 검출된 것은 2006년 1월 13일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체결한 수입 위생 조건 21조 다항의 "수입 위생 조건의 위반 사례가 반복하여 발생"된 사례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조항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했어야 마땅하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척 코너 미 농무부 장관 직무대행, 카를로스 쿠티에레즈 미 상무부 장관, 슈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은 "한국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은 한미 FTA 비준의 선결 요건"이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압박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 전봇대만 뽑지 말고…

최근 인수위, 외교통상부, 농림부도 미국의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국민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누누이 강조해왔으나, 이젠 노골적으로 '한미 FTA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내팽개치고 광우병 위험 우려가 높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신뢰가 땅으로 떨어질 것임을 경고한다. 이명박 당선인은 단박에 전봇대를 뽑아 버리는 힘(?)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걸린 광우병 문제에도 공평하게 적용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중단시키는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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