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는 이번 사건이 '개인적인 돌출행위'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언론계 내에서는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지닌 언론관의 연장선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려는 차기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전국 5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15일 서울 종로 삼청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정치사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방송인총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도 각각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인수위의 책임있는 규명와 사과를 요구했다.
"구조적인 언론통제의 한 단초"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지금 인수위가 코미디를 벌이고 있다"며 "전문위원이 졸다가 '성향'이라는 단어를 썼다, 인수위 자문위원을 추천하기 위해 언론사 편집국장과 광고주를 조사했다는 등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더군다나 광고주까지 분석을 시도한 것은 문화부의 일선 국장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인수위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똑똑이 알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노동조합 박성제 위원장은 "한나라당은 이미 2~3년 전부터 방송계의 새판을 짜야 한다는 발언을 사석과 공석에서 공공연해 해왔다"며 "KBS2, EBS 길들이기, MBC 민영화, 매체 겸영 완화 등 야욕과 음모의 첫단추로 이번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태섭 민언련 대표는 "이번 사건에는 필연적 측면이 있다"며 "소수 엘리트가 잘 해서 다수를 먹여살리면 된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런 일도 무감각하게 벌이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태섭 대표는 "특히 이번 사건을 '일탈적 행동'이라고 중계 보도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SBS 등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군사정권 시절 언론사찰은 언론과 정권이 야합해서 일어났던 일인데 이미 이들 매체는 야합할 준비가 다 돼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 김경호 회장도 "우리는 이를 구조적인 언론통제의 한 단초라고 규정한다"며 "기자협회 회원의 역량을 모아 총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권 유지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제야 이명박 차기 정부의 장막이 서서히 벗겨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진실을 규명하려는 비판 언론을 광고 재원으로 통제하면서 굴복시키겠다는 것임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자신들만의 정권 유지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차기정부는 방송과 통신 정책을 신설하는 문화미디어부에 맡길 계획"이라며 "문화미디어부가 문화관광부를 확대발전한 것이라고 볼 때 이번 '언론 사찰'은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그리고 장기간 준비되어온 전략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0년 동안 목마르게 갈구했던 것이 언론 통제와 사찰이었단 말인가"라며 "게다가 인수위 내부 공모 가능 보도를 인용하는 언론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협박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조계에서는 이번 '언론 사찰'이 형법상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며 "인수위는 진실 규명을 위해 서둘러 검찰에 당사자를 고발하고 공모 등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이경숙 위원장은 이번 언론 사찰은 물론 광주 시민 학살을 자행한 군사 독재 5공 정권에 협력했던 전력 등을 참회하고 즉각 모든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인수위 사무실 정문 앞에서 30여 명의 언론단체 대표 및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또 인수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검찰 고발과 함께 독자적인 진상규명 기구를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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