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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형 쇄신'인가, '반성적 쇄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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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형 쇄신'인가, '반성적 쇄신'인가

<고성국의 정치분석ㆍ26> 여야의 '쇄신론자'들에게

2008년 새해벽두, 여야의 화두는 단연 쇄신이다. 그러나 쇄신을 추동하는 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곧 야권이 될 범여권의 쇄신을 추동하는 힘은 공멸의 위기와 생존전략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 최악의 참패를 당한 범여권은 일종의 집단 패닉 상태로 연말을 보냈다. 대선 패배 후 10여일의 시간이 지났건만 범여권의 움직임 중 유의미한 정치 행보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예정된 패배였다 하더라도 막상 사상 최악의 참패가 현실화되고 그 흐름이 이제 곧 각자의 문 앞까지 밀어닥칠 것이 분명해지자 최소한의 방향감각도, 균형감각도 없이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중에도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쇄신만이 살길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적어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니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반갑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이 수준인가 싶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탈(脫)DJ를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 쇄신위원회나 탈노무현을 내세우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쇄신 흐름이나 모두 이미 아무런 힘도 없는 전·현직 대통령을 쇄신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네거티브 쇄신론 외에 지지자와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을 움직일 포지티브 쇄신론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실망은 단순한 실망에 그치지 않고 작금의 공황상태가 상당히 오래갈 수도 있겠다 싶은 걱정과 우려로 연결된다.

"李 당선인, 정파의 수장으로 격하되지 않기를"

반면 한나라당에서 퍼져 나오는 쇄신론은 훨씬 힘차고 미래지향적이다. 한나라당의 쇄신론은 아직 쇄신론의 형태가 아니라 새정부의 국정운영을 힘 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여당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주장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 후 불과 1달 반 만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의 시기적 특성상, 이번 총선을 통해 새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부합하는 인물들을 대거 여권 핵심세력으로 충원하고 싶은 당선인과 당선인 측근들의 욕구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의 쇄신 흐름은 현재까지는 공천 시점을 둘러싼 논란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조만간 공천을 통한 물갈이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새대통령과 새정부 중심으로 권력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욕구와 어떤 경우에도 자파의원들의 공천 탈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박근혜 전 대표의 방어의지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경선 때와 달리 이번의 경우에는 양측 간 힘의 우열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천을 둘러싸고 양측 간 갈등이 전면화 될 경우, "이명박 당선인이나 박근혜 전대표 모두 공천을 얘기할 입장에 있지 않다. 공천은 당 지도부가 한다"면서 또 한 번 중재의 정치력을 펼쳐 보이려 하는 강재섭 대표의 입지 또한 한순간에 허물어 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의 경우에는 룰이 아니라 게임의 승패가 직접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강재섭 대표와 당 지도부가 당선자가 만들어내고 있는 권력의 흐름에 어떤 식으로든 호응하고 편승해 갈 것 또한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겠다.

다만 한 가지, 이 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특정 정파의 수장으로 격하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 후 공천시점과 관련해 양측의 대리인들이 서로 다른 얘기들을 주고받는 식의 정파 투쟁식 행태가 다시 나타난다면 이는 프래지던시(presidency)를 관리해가야 할 당선인의 행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국정과 정치가 혼재됨으로써 국정의 비효율과 정치의 불건강성이 동시에 발생하는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당 '계파갈등'이나 한나라 '공천갈등'이나

2008년 벽두부터 불붙기 시작한 여야의 쇄신흐름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기도 하고 꼭 필요한 흐름이 때맞춰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쇄신이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의 방향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쇄신의 속성상 네거티브 캠페인을 동반하는 특정인 또는 특정세력에 대한 공격이 때로 불가피할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에 조차 쇄신의 목표는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역으로 이렇듯 쇄신의 궁극적 지향점이 포지티브 캠페인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자기성찰적 네거티브는 차라리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겠다. 쇄신의 추동력이 당장의 어려움을 넘기 위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지난 5년, 10년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통렬하고 처절한 자기 반성으로부터 오는 역사적 추동력일 때 쇄신은 역사적 당위와 정치적 대의명분, 더 나아가 국민적 지지까지 획득함으로써 현실정치의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쇄신이 전당대회에서의 지도부 선출 방식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한나라당의 쇄신이 공천시점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양상으로 전개되는 것 못지않게 자기파괴적이고 소모적이다. 지금이라도 쇄신의 출발점을 다시 돌아보길, 여야의 쇄신론자들에게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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