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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복 하나는 지지리도 없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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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 복 하나는 지지리도 없는 국민"

[불도저에 깔린 문화④] '한 장짜리' 체육정책

체육은 건강에 대한 우리의 욕망, 그리고 무병장수를 향한 끝없는 갈구를 충족시켜 줄 최고의 수단이다. 당연히 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인생 끝 몇 년은 '쓰러져' 보내야 하는 이 땅의 남성에게는 구원의 빛과도 같은 것이 바로 운동이다. 잘 생각해 보시라. 나이 들어 병원에 가 진찰한 후 의사가 내리는 처방이란 무엇인가. 사실 '약발'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약 좀 지어 주며 꼭 한마디 하지 않는가. "운동 하세요."

'열광'만 있고 '관심'은 없는 체육 분야

살만한 나라에서 체육은 국가정책이다. 미국은 대통령 밑에 '스포츠무슨위원회'도 있고(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유럽지역에서는 체육부를 둬 장관이 그 수장을 맡고 있다. 삶의 질을 높여줄 뿐 아니라 잘 사는 나라일수록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료재정을 경감시켜 준다. 국가와 도시를 통합해 줄 뿐 아니라 작은 지역사회를 '우리 동네'답게 만들어 주고 또 건강이 절박한 노인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벗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형편은 어떤가. 체육이 커지고는 있지만 실제로 그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다. 즉 양극화현상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지금도 태국의 어느 골프장에 가면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 한다. 국내에서도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이들은 중산층 이상이다. 먹고 살만해지면서 상위계층의 체육활동 참여는 늘어가지만 저소득계층은 시설에 대한 접근조차 어렵다. 도시와 농촌간 격차가 심해지는 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요즘 청소년비만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비만은 일종의 계급질환이다. 미국의 비만인구가 저소득계층에 몰려있듯 사회상위계층의 자녀들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질환이다. 이렇듯 체육분야에서 나타나는 제한적이면서도 불균등한 기회 제공은 결국 건강의 양극화로 연결된다.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문국현 후보의 체육정책 관련 공약을 들여다 봤다. 한 마디로 천차만별이다. 이들 중 체육분야에서 가장 준비된 후보는 단연 권영길이다. 생활체육 문제에서부터 학교체육 정상화, 국제대회 유치의 문제, 그리고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 간 기구 통합문제에 이르기까지 체육계의 현안과 과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해도 무방할 듯하다.

권영길…'압도적 우위'
▲ 살만한 나라에서 체육은 국가정책이다. 국가와 도시를 통합해 줄 뿐 아니라 작은 지역사회를 '우리 동네'답게 만들어 주고 또 건강이 절박한 노인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벗이 되기도 한다. ⓒ연합뉴스

권 후보의 공약은 체육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부적 안에서도 돋보인다. 생활친화적 체육환경 조성을 위해 전국의 3500개 주민센터를 활용한다는 공약이나 체육프로그램에도 바우처제도를 시도하겠다는 제안은 체육계에서도 오랜 기간 제기되어 온 균형체육, 생활 속 체육, 건강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만한 아이디어다.

그 외에도 어린이 놀이터 옆에 어른 놀이터(운동시설) 병행 설치, 500세대 이상 아파트단지 내 조깅트랙 설치 의무화, 자전거도로 5000㎞ 확보, 학교 운동부 코치의 안정된 근무환경 제공 등은 그(또는 그의 캠프)가 가지고 있는 체육정책에 대한 관심의 깊이와 폭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또 (최근 스포츠중계가 촉발했던 문제를 염두에 둔 듯) 스포츠미디어의 과열을 차단하고 공공성에 입각한 국제대회 보도준칙 마련을 제시한 것이나 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금·은·동 메달 수상자에 대한 연금을 장애인선수 포함하여 균일하게 지급하도록 재조정하겠다는 제안 등은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이 이제까지 체육분야의 현안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을 반영한다.

아쉬운 점은 참여정부 이후 문제가 된 골프장난개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과 학원체육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4강입상제도 폐지나 합숙금지 등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민노당 후보답지 않게 환경문제와 농민의 생존권 문제, 그리고 어린 선수들의 인권과 수업권 문제를 간과한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그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그의 구호에 걸맞게 적극적이고 세부적이다.

정동영…구색만 맞추다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외치는 정동영 후보는 적어도 체육정책에서만큼은 고령자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사실 체육공약의 분량에서 권영길 후보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깊이에서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적당히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체육공약을 만든 듯한데 체육계의 현안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생활체육시설의 균형적 배치와 활용도 제고'라는, 체육전공자라면 수도 없이 들었을 '학문적' 레토릭을 전면에 내세우는 그의 공약의 초점은 건강이다. 그러나 2012년까지 전 국민 '맞춤 운동처방'을 실시해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공약은 의욕은 넘치면서도 현실은 잘 모르는 운동처방 전공 대학원생의 아이디어를 차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 외에는 노인을 위한 생활체육시설 확대, 장애인 전문 체육지도자 양성, 직장생활체육시설 확대 등 참으로 원론적 수준의 공약만 제시하고 있다. 집권당 후보라면 차라리 '체육예산 ○ % 확보' 식으로 나아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후보에게서 볼 수 없는 공약이 있다면 체육을 '남북교류'에 활용하겠다는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역시 세부적 내용은 없다. 하긴 그건 여태까지도 '되는 대로' 해왔으니까.

문국현…'없다'

사실 없진 않다. 그러나 차라리 없다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문국현 후보의 공약은 문화분야 전반에 걸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체육분야에서는 더 심하다.

그래도 몇 마디 해보자면 우선 그는 기존 사회체육시설의 활용과 네트워크화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그가 체육분야 새로운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문 후보 체육공약의 특성은 체육정책이 노인정책과 맞닿아 있다는 점인데 문 후보의 체육은 노인건강과 요양을 위한 것에서 멈취져 있다. 그나마 몇 줄 되지도 않지만.

문 후보는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고 또 그의 조직 규모를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염려스럽다.

이명박…달랑 '한 장'

이명박 후보의 경우 문 후보와는 다른 차원에서 실망스러웠다. 그가 거느린 조직을 보라. 저 먼 옛날 공화당에서부터 이어져 온 전통에 빛나는 한나라당 아닌가. 또 짜깁기 하듯 긁어모은 대통합민주신당과는 달리 하나로 똘똘 뭉친 한나라당 아닌가.

그런 거대한 조직을 등에 업은 대선 후보의 정책 치곤 너무 보잘 것 없다. 그 두꺼운 한나라당 대선공약집 '일류국가·희망공동체 대한민국'에서 체육공약은 달랑 한 장이다. (사실 체육공약의 바로 뒤를 잇는 언론공약도 별 관심이 없는지 역시 달랑 한 장이다.)

이 후보 역시 공공체육시설 개방, 스포츠클럽 육성, 스포츠산업 육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들 역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정책에서 익히 보아오던 것들 뿐이다. 물론 세부적 시행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변화를 모색하려는 공약은 전무하다.

지역사회, 엘리트체육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겠다는데 그게 무얼 뜻하는 건지, 무엇 때문에 그러겠다는 것인지, 그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부연설명이 전혀 없다. 이제까지 나왔던 체육분야 보고서의 중간제목만 따다가 나열한 듯 하다. 전문성에 있어서 심하게 부족하다는 느낌인데 언급했듯 한나라당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더욱 염려스럽다.

한마디로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체육정책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듯 하다. '세계적인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육성하겠다'는 뚱딴지 같은 항목에서는 약간의 코웃음이 나온다. 도대체 누구에게 체육분야를 맡겼는지…

공약집을 보니 앞부분에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 '양극화 해소' 같은 표현을 내세웠던데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적어도 문화분야에서의 양극화는 더 심하게 도지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내용' 아닌 '과시', '정책' 아닌 '로비'만

우리나라 체육엔 정책이 없다. 로비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대한체육회를 위시한 각 경기단체들은 모조리 정치인들을 수장으로 떠받들고 있지 않은가.

2002월드컵 때 16강 오르니 없던 규정 만들어 전광석화의 속도로 선수들을 병역면제 시켰고 작년엔 WBC라는 급조된, 사실상의 초청야구대회에 4강에 오르니 또 '빽' 써서 병역면제 시켰다. 4강에서 지면 분위기 돌아설까봐 4강 경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내버렸다. 병역면제 받곤 결국 졌지 아마? 지자체들도 국제대회 유치를 로비로 해결한다. 문광부에서 아무리 안 된다고 말려도 청와대, 총리실, 국회의원들한테 직접 줄을 넣어 관철시킨다.

스포츠가 이런 식으로 발전(?)하다 보니 결국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됐고 이번에도 정 후보와 이 후보 모두 공약은 생활체육인데 입으론 부산과 평창의 올림픽을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생활체육은 언제나 '문간방' 신세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권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체육분야를 홀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화를 이야기하고 복지를 떠들면서 체육 관련 공약이 이렇게 빈약한 것을 보면 이들은 이른바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국민의 '삶'에 대하여 고민하는 그런 지도자들은 아닌 듯하다. 그저 '돈'만 생각하지.

하여간 대통령 복 하나는 지지리도 없는 우리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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