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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예술 공약'을 찾습니다"

[불도저에 깔린 문화②] 예술은 '표밭'이 아니다

"해방 이후 매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언제나 권력은 대중문화 예술인들을 앞세워 표몰이의 도구로 활용했고 몇몇 대중문화 예술인들은 개인적 친분에 못 이겨 얼굴마담을 하다 선거가 끝나면 버려지기 일쑤였다."

지난 6일 최수종, 최불암, 김건모, 이순재, 소유진 등 30여 명의 유명 연예인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면서 지적한 내용이다.

하지만 '동원된 지지'가 아닌 나름의 기준을 갖고 판단했다는 이들의 공개 지지 역시 논란을 낳고 있다.

명단 발표 이후 '동의하지 않았다'며 일부 연예인들이 철회 의사를 밝혀 '위장 지지' 논란이 일었으며, 검찰의 BBK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유명 연예인들이 집단 지지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정책선거'가 실종된 가운데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주요 후보들이 예술정책과 관련된 최소한의 정책틀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이들의 지지 선언은 큰 설득력이 없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유명 연예인들의 '줄서기' 차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문화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프레시안>과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기획 [불도저에 깔린 문화]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두 번째 글로 각 후보의 예술분야 공약을 살펴봤다. <편집자>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모든 후보들이 하는 말이다. 정확하게 '딱!' 그것만, 거기까지만 말한다. 뻔한, 이미 다 아는 정책과 몇 개의 아이디어성 공약을 조금 덧붙일 뿐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경쟁력으로, 권력관계로 환산하시는 분들께 예술의 사회적 의미, 국정운용의 구성 요소로서 예술정책, 예술가와 예술을 둘러 싼 국민의 권리, 예술의 경제 및 정치적 가치 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기대다.

그래서 화려한 수사와 친한 척(?)을 제외하면 앞의 한 문장이 예술분야 공약의 전부이다. 예술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공약과 정책조차 실종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좀 더 심각하다. 언제나 그러하듯 예술정책은 예술인들의 지지선언, 구색 맞추기로서의 예술분야 공약 등 하나의 '표밭'으로 취급받고 있다.

'표밭' 취급받는 예술
▲ 예술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 현황, 체계, 전문성 등도 확보하지 못한 선심성 부실 공약만 떠다니고 있다. "예술진흥 체계 및 재원", "예술가(또는 예술노동자) 복지", "창작환경", "예술교육", "예술을 둘러 싼 국민의 향유권", "지역예술 진흥" 등 예술정책의 구성 요소와 체계를 이해하고 공약을 제시한 경우는 권영길 후보가 유일하다. ⓒ연합뉴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공개된 예술분야 공약들을 검토해보면 대다수의 후보들이 예술분야 공약을 '예술가 지원 정책'과 동일시하고 있다. 예술은 예술가는 물론 모든 국민의 감수성과 표현, 사회적 창의성 등과 관련된 영역이지만,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은 표밭을 관리하기 위한 이해당사자 중심의 정책 범주로 예술을 가두고 있다. 당연히 예술정책의 정체성과 위상은 심각하게 왜곡·축소되고 있으며, 국가정책으로서의 통합성은 실종된 지 오래이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공개된 예술분야 공약을 전체적으로 평가해보면 권영길 후보를 제외하고는 예술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 현황, 체계, 전문성 등도 확보하지 못한 선심성 부실 공약만 떠다니고 있다. "예술진흥 체계 및 재원", "예술가(또는 예술노동자) 복지", "창작환경", "예술교육", "예술을 둘러 싼 국민의 향유권", "지역예술 진흥" 등 예술정책의 구성 요소와 체계를 이해하고 공약을 제시한 경우는 권영길 후보가 유일하다. 다른 후보들은 예술분야 공약에 있어 최소한의 구조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동영…여권 후보 맞아? 추상에만 머문 공약

대통령 후보 각각의 예술분야 공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정동영 후보의 예술분야 핵심 공약은 "(가칭)복합문화예술센터 1000곳 조성", "(가칭)복합문화예술단지 8곳 이상 조성" 등이다. 하지만 두 공약 모두 기존 공공문화기반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정책 부재, 공공문화기반시설 관련 재원 확충 계획 부재, 지나치게 추상적인 조성 계획 등 선심성·아이디어성 공약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문화관광분야 정부예산을 2012년까지 1.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제시됐지만,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비롯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예술 진흥 재원 마련 및 진흥 체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기반 확대, 지원 확대만이 반복될 뿐 실질적인 창작 환경 인프라, 창작 지원 제도, 예술인 사회복지, 지역문화예술 진흥 체계 등에 대한 공약이 없어 막연하고 추상적인 지원정책만이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형식적인 무게 중심에 있어서도 문화 향수권, 생활문화, 문화분권 등에 대한 관심에 비해 예술의 사회적 창조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 비전 자체가 매우 빈약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여권 후보로써 그간 추진되어 온 예술정책들에 대한 성과와 비판을 전제로 심화(또는 개혁)되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당위적인 공약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이명박…공식 예술공약은 실종되고, '산업'과 '개발'뿐

이명박 후보의 경우 예술분야 공약을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각종 선거활동 과정에서 문화예술인들에게 선심성 제안을 남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공식 홈페이지 및 보도자료 등을 통해 예술분야 공약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선거 과정에서 노출된 내용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이 후보는 "기초예술을 살립시다"는 구호 아래 예술진흥 재원 다변화를 위한 사회적 협력 시스템 구축, 예술고등학교·대학교 장학금 수여 및 인턴제 지원, 예술의 산업적 활용을 제시했다.

이명박 후보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위기의 문제를 현안으로 인식하고는 있으나 기업도시 조세 지원과는 대조적으로 예술 분야에서는 '기업 지원 등 사회적 지원 시스템 다양화' 를 제안하는 정도의 소극적 지원만 언급했다. 또 예술인 사회복지, 창작기반시설 등 공공지원 과제는 공약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의 예술공약은 예술의 공공성, 다양성, 자율성 등에 기초한 가치보다는 철저하게 사적 소유나 경제적 우선주의에 기초한 산업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권영길…예술 복지와 공공성, 다양성 고민 엿보여

권영길 후보의 경우 예술분야 공약이 문화공약의 전체적인 체계, 통합성, 상호보완성 속에 배치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후보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세부 공약에 대한 평가 이전에 국가정책으로서 예술공약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이 담보된 유일한 공약이라 할 수 있다.

권영길 후보는 창작스튜디오 설치 등 예술 창작환경 개선, 실업급여제도 등 예술인복지제도 도입, 공공미술제도의 전면 실시, 공연예술 유통망 활성화 등 복지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예술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 예술정책에 대해서는 공공미술제도, 문화예술교육, 창작 스튜디오 등 전문성이 엿보이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예술인 실업급여제도 도입, 문화예술인 복지기금 설치, 국공립 창작 작업실 네트워크 설치 등 예술창작 환경을 사회 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예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공약들이 높이 평가될 만하다.

문국현…지역문화 속에 박혀버린 예술공약

문국현 후보의 경우 예술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과 고민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국현 후보의 예술분야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간략하게 언급된 "지역별 문화예술 창조밸리 조성", "지역문화예술위원회 설립", "지역문화재단 설립", "남북문화예술 교류" 등이 전부라 할 수 있다.

문국현 후보의 공약은 지역문화예술위원회 설립과 지역문화재단 설립의 경우 지역문화진흥체계 자체에 대한 공약이 없는 상태에서 제출되었다는 점에서, 이해가 부족하거나 형식적인 언급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역별 문화예술 창조밸리 조성"의 경우 전형적인 문화 클러스터 구축 사업으로 보이며 이는 또 다른 개발사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공약의 구체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선심성 공약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문국현 후보는 예술분야 공약이 지역문화 관련 공약 속에 일방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등 공약 자체가 가지는 최소한의 정책적 형식, 현안 파악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예술의 기본도 모르는 그들과 함께할 미래가 걱정된다

대통령 선거에 제시된 예술분야의 공약들을 살펴보면 정동영, 이명박, 문국현 후보의 경우 예술을 '경제적 가치를 확장하기 위한 도구', 그리고 이를 위해 '보살펴줘야 할 예술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의 선거 풍토를 비롯해 낡은 정치문화에서 예술은 부차적인 영역이지만, 경쟁력과 생산력을 위한 상징체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예술이야말로 경제 권력으로 구조화된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와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는 영역이다. 이런 맥락에서 심지어 서구의 발달된 자본주의 국가들조차 자본의 이윤율 유지, 국가의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예술에 주목해왔다. 사실 예술을 도구로 간주하고 모든 것을 경제 중심으로 생각하는 관점에서조차도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예술은 인간의 삶이 존중되는 곳, 삶을 둘러 싼 상상력과 꿈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존재이다. 예술정책을 둘러 싼 사회적 관심과 변화는 예술가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 모두의 삶의 질과 연결되어 있다.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모르는, 예술을 아직도 '교양'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에게 맡겨질 앞으로의 5년이 또 다시 걱정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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