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 문제는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 검증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있는지 되짚어볼 만한 중차대한 사안이며, 형사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소위 보수언론 뿐 아니라 KBS, MBC, SBS 등 방송 3사도 이 사안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는 등 국민의 알권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조인스> '풍향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이 후보의 탈세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되는 데 문제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강기정 의원은 지난 9일 이명박 후보가 자신이 소유한 빌딩 관리업체에 큰 딸과 아들을 위장채용하고 급여 8800만 원을 지급해 증여세 등을 탈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이를 둘러싼 논란과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13일 미납세금 4300여만 원을 일괄납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 탈세는 의혹이 아니라 사실"
이들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거대 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는커녕 비도덕적이고 편법·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며 "특히 아버지 회사에 자녀를 위장 취업시켜 '딸에게 생활비에 보태라고 매달 120만 원을, 아들에게 용돈으로 매달 250만 원의 돈을 지급했다'는 이 후보의 가정사는 실업과 비정규직의 심화 등으로 경제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서민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이 후보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딸과 아들의 위장채용과 관련된 탈세 혐의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큰 딸은 2003년부터 미국에 있던 1년 동안, 또 아들은 국제금융센터에서 일한 올해 3월부터 5개월 동안은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후보 측도 시인했으므로, 이 기간 동안 지급된 월급에 대한 탈세는 '사실'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신당이나 KBS 측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자녀들이 실제 근무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갖가지 세금 탈루 방법을 동원한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 탈세 의혹 역시 적은 봉급과 수입이라도 성실하게 납세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기만하는 용서받기 힘든 행위"라면서 "그럼에도 이명박 후보는 '본인의 불찰이다. 꼼꼼히 챙기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치 '실수'로 벌어진 일인 양 호도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미납세금을 낸 것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이 후보의 태도에 대해서도 "돈만 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뒷수습'을 하고 있다"면서 "논란에 못 이겨 세금을 냈을 뿐 이 후보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후보가 자신의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기는커녕 구질구질한 변명을 일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며 "이번 '자녀 유령직원 채용'과 '탈세' 건을 관계기관인 검찰과 국세청이 철저하게 수사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KBS 3건, MBC 3건, SBS 2건만 보도
이들 단체는 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난 9일 이후 언론 보도를 살펴본 결과,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 뿐 아니라 방송 3사도 이 사안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이 사안에 대해 <조선> 1꼭지, <중앙> 2꼭지, <동아> 1꼭지를 보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한겨레>는 5꼭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또 민언련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KBS는 3건, MBC는 3건, SBS는 2건의 보도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 사안은 유력 후보가 자녀들을 위장취업 시키고 세금 탈루까지 자행한 일"이라면서 "언론은 '후보검증' 차원에라도 이 후보의 '범법 행위'에 대해 명백하게 밝히고, 유권자에게 사실을 그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선거보도는 중단되야 한다"며 "방송 3사는 해소되지 않고 묻혀 있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당한 검증에 앞장서 보도함으로써 실질적 공정성을 확보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문제 있다"
한편 <조인스>와 <미디어 다음>·R&R이 공동조사하는 여론조사인 '풍향계'에 따르면, 이 후보의 위장채용 및 탈세 의혹와 관련해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문제가 된다"는 응답이 61.3%로 조사됐다. 이 중 "매우 문제가 된다"는 응답은 23.2%, "어느정도 문제가 된다"는 38.1%였다.
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 29.3%(별로 23.7% + 전혀 5.6%)에 그쳐, 이 사안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임을 보여준다.
특히 위장채용 문제 등이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층에 민감한 사안인 만큼 '문제가 된다'는 응답은 연령별로는 19∼29세(68.8%)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직업별로는 사무직 종사자(72.2%), 학생(75.7%) 등에서 많았다.
이 조사는 지난 14일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것이며, 오차 한계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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