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이 30일 오전 공무원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정치활동 보장’과 ‘민주노동당 공개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국민 모두에게 정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비춰 공무원 정치 활동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정치적 중립은 업무에 국한"**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23일 공무원노조의 지지입장 발표에 따른 정부의 징계 방침과 사회적 논란에 대해 공무원 노조의 입장을 재천명하는 자리였다.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먼저 “우리는 지난 50여년 동안 독재권력에 맞서 진정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저항하지 못하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엄정한 중립이 요구되는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내지 못한 부끄러운 과거를 지니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며 공무원들의 지난 날의 과오를 자성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고백은 역대정권의 정치적 주문에 대해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정치적 중립’의 올바른 의미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업무상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나,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사상과 신념의 자유까지 부정하는 ‘정치적 중립’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이 업무에 국한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정진 민주노동당 법률지원변호사도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보장’의 의미는 헌법이 공무원들의 정치적 활동을 제약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권력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의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변호사는 “이런 헌법 취지를 고려하면, 공무원 정치활동 일체를 제약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선거법 등은 위헌 소지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악법에 따른 불이익 감수할 생각"**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징계 방침에도 불구하고 기존 입장을 재천명함에 따라 정부와 공무원노조간의 갈등은 해소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영등포 경찰서는 공무원노조 간부들에게 이날 오후2시까지 출두요구를 하는 등 공무원노조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김영길 위원장은 '현행법상 불법임이 분명하고 이에 따른 징계나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게 보인다'는 질문에 대해 “현행법이 악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에 따른 불이익은 감수할 생각”이라며 “악법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해, 정부의 징계방침에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와 관련 성명을 내고 "국민은 그 누구든지 정치적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모든 권력자들이 유무형의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정책적 결정권자도 아닌 하위직급 공무원 노동자들이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금지돼야 할 이유는 단 한가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부패정치 청산의 주역으로, 민중의 희망으로
-진보정치의 희망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면서-**
우리는 지난 50여년 동안 독재권력에 맞서 진정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저항하지 못하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권력의 심부름꾼으로, 엄정한 중립이 요구되는 선거에서는 중립을 지켜내지 못한 부끄러운 과거를 지니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이러한 성찰은 이제 더 이상 잘못된 과오를 저지르지 않고, 나라와 민족 그리고 역사 앞에 당당한 공무원 노동자로서 거듭나고자 하는 우국충정의 발현임을 밝힌다.
과거정권은 이 나라 국민이면 당연히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를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적으로 빼앗아, 군사독재권력의 기반을 강화하는데 사용하여 왔다는 사실은 모든 국민들이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의 선언은 구너력의 힘에 굴복하여 빼앗겼던 천부의 권리를 되찾고자 함이며,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권력에 대한 국민 한사람으로서 저항이며, 과거의 잘못된 오명을 벗어던지고 바로 서고자 하는 공무원 노동자의 당당한 외침이다.
전국의 공무원 노동자들은 "누구든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 사회,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정신에 의하여 시대와 민중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
우리는 정부의 어떠한 탄압에도 당당하게 맞서 나갈 것이며, 과거 공무원노조의 탄생을 막아내려 자행했던 정부의 무지막지한 탄압이 오히려 더욱 강건한 노동조합의 탄생에 기여 하였다는 사실을 정부는 되새겨야 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업무상 정치적 중립은 철저히 준수할 것이나,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사상과 신념의 자유까지 부정하는 "정치적 중립"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온 몸으로 저항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 땅의 썩어빠진 정치권력으로부터 나라와 민중을 구한다는 일념으로 이 나라 유일의 진보정당, 서민과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당, 노동자, 농민 그리고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바탕으로 의회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지지를 통해 한국사회 민주화릐 완성을 도모하며, 국가와 민족을 구하라는 시대의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공무원 정치활동 회복 선언은 단지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현장 실천 투쟁을 통하여 반드시 우리들의 선언을 현실로 이루어 낼 것이며, 오욕과 굴종으로 얼룩진 공무원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 세우는 대 장정의 길에 13만 조합원 모두가 함께 복무하여 나갈 것이다.
2004.3.30
전국공무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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