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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셸 위를 '미운 오리'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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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셸 위를 '미운 오리'로 만들었나?

[정희준의 어퍼컷·16]한국여자골프 '완전정복'<2>

(☞ 1편 바로가기)

올해 18세가 되면서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한 미셸 위는 골프에서는 끝없이 추락했다. 13세 소녀였던 2003년,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선수권대회에서 당당 9위에 오르며 세계를 경악케 했고 스포츠가 아니라 세계를 바꿀 인물로 <타임>지가 주목했던 그는 이제까지 16개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을 못했고 국내대회 한 차례를 빼고는 아직 PGA(미국남자프로골프협회)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적이 없다.

특히 올해 그는 LPGA 8개 대회와 PGA 1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평균 76.7타에 언더파는 딱 두 번, 60대 타수는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고 컷오프 통과는 세차례 뿐이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하면서 나이키, 소니, 오메가와 계약을 하며 약 2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1000만 달러소녀'로 불리던 그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LPG투어 삼성월드챔피언쉽을 앞두고 10월 9일에 열린 기자회견에는 30여 명의 보도진만 참석했다. 2년 전 같은 자리엔 200명이 몰려 북적였었다.

소니는 아직 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올 가을 그의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지만 나이키는 조금 다르다. 그가 나이키와 맺은 광고계약은 5년인데 사실 3년 보장에 2년은 나이키가 결정하는 일종의 옵션계약이었다. 소식통에 의하면 나이키 내부에서는 내년 3년으로 계약을 끝내던지 아니면 액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보다 올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의 내용은 그 '질'이 더 안 좋다. 외국 언론들은 심지어 그를 '양치기소녀,' '미운오리새끼'라고 까지 묘사하는 것이다.

'미운오리' 미셸과 '장사꾼' 부모
▲ 미셸 위와 그의 아버지 위병욱 씨 ⓒ뉴시스

미셸 위의 매니저인 그레그 네어드는 미셸 위가 삼성대회에서 20명 중 19위로 경기를 끝낸 다음날인 지난 10월 15일 '팀 위(Team Wie)'를 떠났다. 딱 일년만이다. 바로 전 매니저였던 로스 벌린도 공교롭게 작년 삼성대회가 끝나자마자 떠나버렸다.

매니저 두명이 일년을 못 넘기고 떠나버린 것이다. 로스 벌린의 경우 2006년 말 미셸 위가 고교 졸업반일 때 경기 스케줄을 놓고 부모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때부터 미셸 위는 급격한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미셸 위는 남자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스위스로 갔다가 그 다음 주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남자대회에 출전했다. 미국 언론은 지금도 그를 'kid(아이)' 또는 'girl(소녀)'로 부르는데, 이런 어린 '아이'가 감당할 스케줄은 아니었다. 그는 두 대회에서 모두 꼴찌를 했다.

미셸 위가 프로에 데뷔했을 때부터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네어드는 정확한 결별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AP>에 보낸 이메일에서 "세계적 선수와 함께 일할 기회를 준 윌리엄 모리스(미셸 위의 매니지먼트사. IMG와 같은 스포츠 매니지먼트사가 아니라 헐리우드의 매니지먼트사다)에 감사한다. (…) 값진 경험이었고 평생 간직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셸 위 측은 "감사하고 (…) 행운을 빈다"고 했으니 외견상 서로 감정 없이 떠난 듯 하다. 그러나 언론은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한 언론은 네어드가 다른 매니저들이 평생 겪을 것을 지난 일년간 겪었을 것이라 비꼬았다.

엎친 데 덮친 격, 미셸 위의 코치였던 데이비드 리드베터도 얼마 전 떠났다. 세계 최고의 골프 코치로 박세리를 지도하기도 했던 그는 "어린 선수에게 좀 더 쉴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남기고 갔다. 미국 언론, 그리고 누리꾼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두가지다.

하나는 그가 학교로 돌아가 학업에 몰두 하고 이제부터라도 혼자만의 생활을 갖고 잃어버린 성장기를 되찾으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부모는 이제 제발 하와이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골프전문가들은 손목부상에서 완쾌되지도 않았는데 대회 출전을 강행하는 그의 부모를 나무라고 있다. 워낙 액수가 큰 계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혹시라도 그렇다면 그건 자식보다 계약(돈)을 챙긴다는 얘기가 된다.

그에게 등돌리는 사람들

미국 언론이 미셸 위에게 등을 돌리는 결정적인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지난 6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열린 긴 트리뷰트 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1라운드에서 16번 홀까지 무려 14오버파(86타)를 치고 결국 기권했다. 손목부상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많은 사람들은 투어카드가 없는 비회원이 대회에서 88타 이상을 치면 시즌 나머지 LPGA대회의 출전을 금지하는 일명 '룰 88' 때문에 아예 경기를 포기했을 것이라 의심했다. 물론 그는 손목부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틀 후 미셸 위가 메이저대회인 맥도날드 LPGA 챔피언쉽에 참가하기 위해 곧바로 대회장소로 가 연습라운드를 한 것이었다. 긴 트리뷰트 대회의 주최자였던 아니카 소렌스탐은 미셸 위가 LPGA와 동료들에 대한 존중(respect)와 선수로서의 품위(grace)를 져버렸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골프계에서는 미셸 위가 올 해 나머지 대회에 출전하지 못 할 경우 스폰서들과의 계약상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을 염려해 그의 부모가 긴 트리뷰트에서의 포기를 강행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역시 문제는 계약인가보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소렌스탐은 미셸 위에게 다시 한 번 일격을 가한다. 지난 10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혼골프장에서 끝난 삼성월드챔피언쉽에서였다. 당시 미셸 위는 초청된 최고수 여자골퍼 20명만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또다시 19위라는 실망스런 성적을 내 과연 재기할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일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출전 과정이었다.

'양치기소녀(?)'

<LA타임즈>는 올해 성적도 형편없고 손목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은 그가 스폰서와의 이면계약 때문에 출전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면서 그의 대회 출전은 사실상 '무임승차'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이 대회에 초청받고도 출전을 고사한 소렌스탐의 결정이 미셸 위에게 완벽한 '한방'을 날린 꼴이 됐다.

삼성챔피언쉽은 전년도 챔피언(로레나 오초아), 4대 메이저대회 우승자, 유럽 상금랭킹 1위, 그리고 LPGA 상금랭킹 상위권자로 18명을 초청한다. 여기다 골프명예의 전당에 헌액한 현역선수 1명과 특별초청 1명을 추가해 총 20명이 출전하는 대회로 권위도 있고 상금이 많아 선수들이 꼭 참여하고 싶어 하는 대회다. 당시 주최측은 명예의 전당 선수로 소렌스탐을, 특별초청으로 미셸 위를 초청했다. 논란은 소렌스탐이 이를 사양했음에도 미셸 위가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사실 소렌스탐은 올해 목과 허리부상으로 부진했지만 이 대회 5회 우승자에다가 LPGA 59승 전력을 가진 절대강자다. 그런 그도 올해 성적이 좋지 않은 자신이 출전하면 다른 선수들의 출전기회를 빼앗는 것 같다며 고사했다. 특히 매니저를 통해 "동료선수들과 LPGA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품위' 있게 고사하는 바람에 초청을 덥썩 받아들인 미셸 위만 난처하게 된 것이다.

특히 언론은 올해 평균 타수 76.7타의 미셸 위가 아니었다면 초청됐을 나탈리 걸비스의 실망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걸비스는 올해 에비앙오픈 우승자에 시즌 평균 타수도 70.83타로 LPGA 최상위권이다. 한 누리꾼은 걸비스가 '뺨 맞은 기분'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언론, 애절한 호들갑은 그만하고 취재나 똑바로 해라
▲ 지난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2007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오픈에서 미셸 위가 퍼팅 라이를 살피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에서의 상황은 이럴진대 이번 주 어느 국내 신문 일요일판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일어나 미셸 위, 너의 골프는 지금부터야."

그래서인지 미셸 위가 퍼팅 실패 후 아쉬움에 주저앉아 있는 사진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슬럼프에 빠져들었고 매니저도 떠나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내용을 전하지만 결론은 제목이 암시하듯 '격려성'이 강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모 이야기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모든 언론이 대동소이하다. 미국에선 미셸 위의 부모가 자녀 '학대' 수준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그를 불쌍히 여기는 미국 여론이 있던데 한국의 기자들은 이에 관심 가져 본 적 있는가.

기자만 그런게 아니다. 골프 좋아하시는 분들, 미셸 위가 아버지 발음을 따라서 퍼터를 '빠따'라고 말한다는 기사에 "허허, 그래그래" 하고는 만나는 사람과 '빠따'를 이야기하며 흐뭇하게 웃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딸,' '귀여운 손녀'가 된 미셸 위가 다음에 또 와서 돈을 한보따리 싸가도 (작년에 와서 40억 원 벌어갔다) 우리는 마냥 '오냐오냐'하며 대견해 할 것이다. 혹시라도 미셸 위가 타이거 우즈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면 우리는 이를 '대한민국'의 경사로 여길 것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애국도, 자식사랑도 살살 좀 해라

미국 골프계에서 떠오르는 신조어 중 하나가 바로 골프 대디(golf daddy)다. 이것도 '한류'라고 자랑스러워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번역하면 '바짓바람'쯤 될테니 뭐 그리 자랑스러울 건 없다. 자식을 운동기계로 키워 성공하게 하려는 부모의 욕망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해야할지 아직 애매하지만 사실 문제는 많다.

특히 그 중 몇몇은 자식 가지고 장사하는 부모라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 야구명문고의 야구부장이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부모들, 자식을 돈으로 봐요."

돈에 더해 자식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부모도 있다. 자식 덕에 유명세를 타는 것도 기분은 좋겠지만 부모의 욕망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혹사 당하고 또래와의 시간도 빼앗기는 수 많은 아이들이 있다. 성공할 확률? 안 될 확률이 훨씬 높다. 한명이 성공하기 위해 아홉, 아니 아흔아홉이 좌절하게 마련이다.

미셸 위에 대해 여자골프의 대부 낸시 로페즈가 일침을 놓는다. "여자가 절대 남자투어에서 우승할 수 없다." 대등할 수 없다는 얘기다. 왜? 골프란 남성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골프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는 애시당초 성립될 수 없다. 그래서 수중발레나 리듬체조처럼 여자들은 여자들만의 경기를 만들기도 하지 않나. 남이 신기해 한다고 해서 자식의 어린 시절을 빼앗고 자식을 에이전트들에게 둘러싸인 채 키우는 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모르겠다. 자식 사랑 살살 하자. 숨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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