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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동지들이여,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나서달라"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 긴급호소, 13일 울산서 전국노동자대회

민주노총이 오는 13일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기로 하고 정규직 노조의 적극 동참을 호소하는 등 박일수씨 분신으로 촉발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민주노총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박일수씨 분신을 계기로 현중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이 읽히는 등,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데 따른 적극대응으로 읽혀 현중 노조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 위원장, “박일수씨 분신은 사회적 타살”**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5일 '박일수열사를 생각하며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편지글을 통해 이후 투쟁 계획을 밝혔다.

이 위원장의 편지글은 박일수씨 분신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사측에서 유포하고 있는 논리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박일수 동지의 분신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중공업과 하청기업의 차별과 탄압이 부른 죽음입니다. 또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공언하면서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문제를 심화시켜온 정부에 의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미명 하에 비정규직을 더욱 더 늘릴려고 하는 노무현 정권이 박일수 동지를 죽인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현대중공업 사측이 여러 가지 의혹을 들며 박일수씨 분신의 원인을 개인신변 비관으로 규정해 온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인 동시에,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직영노조의 이기주의로 한정해 접근하면서 비정규직 양산을 주도해온 정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 "정규직 노동자 연대 촉구"**

이 편지글은 박일수씨 분신 사건 처리를 두고 지역분신대책위와 원청 현중노조간의 심각한 갈등을 의식한 듯, 정규직 노동자들의 적극적 연대를 촉구했다.

“만에 하나 우리의 마음 속에 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상대적 안정감에 안주하려는 기득권이 있었다면, '비정규직과 어느 정도 차별은 당연하다'는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자본이 심어놓은 비인간적 습성에 물들어 있었다면, 박일수 동지의 마지막 절규를 되새기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는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투쟁에 앞장섭시다.”

이 위원장은 이어 향후 투쟁일정과 관련,“당장 단위사업장의 2004년 임단협에서부터 비정규직 관련 임단협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상징적 구호로서가 아니라 중심요구로 관철시키자"며 "임단협 준비에서부터 비정규직의 참여를 보장하고 비정규직과 함께 공동투쟁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또 "지난 2일 민주노총 4기 집행부 들어 첫 중앙위원회의에서 오는 13일 '박일수 열사 정신계승!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울산에서 갖기로 했다"며 또한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에 앞장서는 구체적 실천으로 '연대기금'을 조성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76만6천원 쟁취 투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제도개선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을 결의하였다"고 밝혔다.

***대기업 노조와 민주노총의 각성 필요**

하지만 이 위원장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의도대로 직영 대기업노조가 이에 적극적으로 응할지는 미지수다. 현중 노조만 해도 민주노총의 이러한 지침에 불만을 표시하며 민주노총 탈퇴를 시사하는 등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발한 데에는 현중 노조의 책임이 일차적이나, 그동안 민주노총이 노동계 내부의 갈등을 공론화조차 하지 못하고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대외적으로 노-노 갈등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수세적인 대응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일대 혁신을 위해라도, 현재 대기업 노조의 근원적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투쟁일변도의 대응에서 벗어나 대안 정책 마련과, 적극적 교섭을 표방한 4기 민주노총 지도부가 박일수씨 분신으로 폭발한 비정규직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지에 대해 벌써부터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은 이수호 위원장의 편지글 전문이다.

***이수호 위원장이 노조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한 인간으로서 이 사회에서 하청 비정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인간임을 포기해야하는 것이며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며 기득권 가진 놈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재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차별과 멸시, 박탈감, 착취에서 오는 분노.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박일수 동지의 유서 중에서)

너무도 낯익은 유서를 남기고 또 한 동지가 자신을 불살랐습니다.
배달호 동지! 이현중 동지! 김주익 동지! 이용석 동지! 이해남 동지! 곽재규 동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를 절규하면서 작년 한해 줄줄이 죽어갔던 동지들의 기억이 뼈아픈데 또 다시 우리는 박일수 동지를 빼앗겼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박일수 동지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중공업과 하청기업의 차별과 탄압이 부른 죽음입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언하면서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문제를 심화시켜온 정부에 의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미명 하에 비정규직을 더욱 더 늘리려고 하는 노무현 정권이 박일수 동지를 죽인 것입니다.
비정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무부서이면서도 직원 중 50% 가까이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노동부가 박일수 동지를 죽인 것입니다.
정권과 자본에게 요구합니다.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차별을 철폐하고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것!
비정규직·간접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 제도개선 및 행정조치를 강화할 것!
분신과 폭력에 대해 현대중공업 정몽준 회장의 사죄와 책임자를 처벌할 것!

이제 말로만이 아닌 확실한 실천투쟁에 나섭시다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 여러분!
민주노총은 단호히 투쟁할 것입니다.
34년 전 전태일 동지의 유서와 박일수 동지의 유서가 같은 이 한심한 세상을, 이 부끄러움을 이번에야말로 끝장내기 위해 확실히 투쟁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우리의 마음속에 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상대적 안정감에 안주하려는 기득권이 있었다면, 비정규직과 어느 정도 차별은 당연하다는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자본이 심어놓은 비인간적 습성에 물들어 있었다면 박일수 동지의 마지막 절규를 되새기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는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투쟁에 앞장섭시다.
당장 단위사업장의 2004년 임단협에서부터 비정규 관련 임단협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상징적 구호로서가 아니라 중심요구로 관철시킵시다. 임단협 준비에서부터 비정규직의 참여를 보장하고 비정규직과 함께 공동투쟁을 전개합시다.
3월 2일 민주노총 4기 집행부 들어 첫 중앙위원회의에서는 3월 13일 "박일수 열사 정신계승!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울산에서 갖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에 앞장서는 구체적 실천으로 "연대기금"을 조성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766,000원 쟁취 투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제도개선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 법적 무권리, 노동탄압의 고통에서 절망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를 보았을 때, 2004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격렬한 저항이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박일수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가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조직적 실천에 앞장서주십시오.
더 낮은 곳을 향하여 나아가는 노동운동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2004년 3월 5일

민주노총 위원장 이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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