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일수씨 분신자살로 야기된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간 갈등이 현대중공업 노조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중노조가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편만 들고 있다며 연맹 탈퇴를 시사한 데 대해,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금속산업연맹도 4일 오후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현대중공업노조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 뒤 징계를 위한 진상조사단 파견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갈등의 결과에 따라 종전에 정규직 대형사업장 노조를 중심으로 구성돼온 민주노총의 노동운동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견돼,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중노조, 민주노총 탈퇴 시사**
현중노조 유상구 사무국장은 4일 울산주재 연합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분신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이 소속 단위노조를 배제하고 있는데 대해 극단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며 “상급단체 탈퇴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유 사무국장은 “최근 분신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현중 노조 대의원들이 박일수씨 영안실을 수차례 찾는 등 노력했으나 민주노총과 대책위가 유가족과의 면담조차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유 국장은 또“현중노조는 이번 분신사건이 총선을 앞두고 일어나, 동구 지역 제 정치세력들이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태 수습권을 현중노조에게 넘길 것을 (대책위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민주노총이 묵살하고, 회사와 직접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런 상급단체가 어디있느냐”고 말하면서 민주노총 탈퇴시사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현중노조 이정철 기획부장은 이같은 연합뉴스 보도에 대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현중노조가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해명하면서도, “박일수 씨 분신 사건 해결과정에 현중노조가 배제되는 등 민주노총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민주노총과 현중노조 간 불편한 관계를 시인했다.
현중노조는 연간 5억8천만원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만큼, 민주노총 탈퇴 카드를 민주노총측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대책위 "무슨 소리냐, 사실과 전혀 다르다"**
그러나 현중노조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분신대책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울산지부 이동익 정책국장은 “대책위가 현중노조 참여를 막은 적은 결코 없다. 현중노조가 처음부터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대책위 가입을 거부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국장은 조문 및 유가족 면담 방해 주장에 대해서도 “현중노조 대의원들이 몇 차례에 걸쳐 박일수씨가 안치된 울산대학병원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1백여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대책위 사람들에게 욕설 및 폭력을 일삼아 사실상 조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또 민주노총 탈퇴건에 대해서는 “금속산업연맹에서 현재 징계논의를 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중노조가 탈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징계를 받느니 스스로 탈퇴하겠다는 심산이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금속산업연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현중노조 징계여부 논의**
실제로 금속산업연맹은 4일 오후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현중노조 징계 요청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현중노조 징계요청은 금속산업연맹 울산본부(이하 울산본부)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본부는 현중노조에 대한 징계요청을 두고 외부에 노-노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해, 그동안 징계요청을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본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현중노조가 아무런 이유없이 대책위를 탈퇴하고, 사내에 진상을 왜곡하는 유인물을 배포해, 사실상 처음부터 현중노조 징계요청을 고려했지만 자칫 외부에 노-노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어 보류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중노조가 2월28일부터 연일 박일수 씨가 안치된 울산대학병원에 찾아와 폭력과 욕설을 일삼고, 박일수씨에 대한 근거없는 이야기를 퍼뜨린 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2일 울산본부 전체회의를 갖고 만장일치로 금속연맹에 현중노조 징계 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속산업연맹은 장시간동안 중앙위원회의를 통해, 연맹대표1인-울산본부장1인 등으로 구성한 진상조사단을 꾸려 현중노조 징계사유를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금속산업연맹 관계자는 중앙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진상조사단이 정식 보고서를 연맹 측에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다음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징계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