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와
돌담에 핀 나팔꽃은 바랄 것이 없어요
푸른 하늘 흰 나비 함께 살 수 있다면
조선학교 아이들은 바랄 것이 없어요
넓은 운동장 흔들 그네 맘껏 놀 수 있다면
강물은 쉼 없이 메마른 땅에 젖을 물리고
바람은 쉼 없이 농부의 젖은 이마를 식히는데
도와달라고 꼭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은 저렇게 주기만 하는데
사람들은 왜 작은 것 하나 주지 못하나
호수는 말없이 사공에게 물길을 내어주고
숲은 말없이 새들에게 둥지를 내어주는데
사람들은 왜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나
우리 함께 살아요
나팔꽃과 나비가 함께 살 듯
우린 다르지 않아요
마음도 같고
미소도 같잖아요
세상이 우리의 손을 잡아 준다면
돌담에 핀 나팔꽃처럼 바랄 것이 없어요
이기와 시인은 19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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