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정책연대에 대한 이 같은 세간의 의혹을 씻으려는 듯 이날 만남에서 "이 후보의 노동관이 우려된다"며 작정하고 이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명박 후보는 "한국노총의 변화와 개혁 의지는 우리 사회 어떤 분야보다 앞서 있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한국노총의 고민 '이명박 지지하려는 것 아닌데…'
오는 11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지지 후보를 결정할 계획인 한국노총의 요즘 최대 고민은 '이명박'이다. 특정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통해 노동운동 진영의 정치세력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대선 자체가 이명박의 독주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매일노동뉴스>에서 실시한 한국노총 대의원 조사 결과도 이명박 후보가 선호도에서 1위를 했다. 물론 제일 싫어하는 정치인으로도 이명박이 꼽히긴 했지만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50%를 웃도는 현실 속에 총투표라는 방식으로 치러질 정책연대가 "당연히 이명박으로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용득 위원장이 이날 이 후보와의 간담회에서 "채찍만 갖고 노조 길들이던 시절을 70~80년대에나 가능했다"며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이 후보의 노동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런 배경 속에 나온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 후보가 오늘 오시는 것도 두 번 세 번 일정을 어그러뜨려가면서 왔다"며 "한국노총 위원장도 바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말한 '법과 원칙, 해고의 자유 확대, 불법파업 강성노조 없애겠다, 자부심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노동자로 규정짓는다' 등의 발언에 대해 속 시원히 명쾌하게 풀어달라"고도 요구했다.
'적지 않은' 50만 표, 이명박도 '눈치 보이네'
이용득 위원장이 "한나라당과 대화 창구도 없다"고 할 만큼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한국노총에 대해 '소흘했던' 이명박 후보지만 50만 표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이날 적극적으로 한국노총을 추켜세웠다. "한국노총이 지향하는 것과 (내 생각이) 같다"고 '정책적 동질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는 "사회개혁적 노조주의를 바탕으로 한 변화와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노총의 방침과 정책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며 "어찌보면 우리 사회의 다른 모든 분야에 비해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노동 문제 발언에 대한 이 위원장의 '공격'에 "법질서를 강조한 것은 특별히 노동분야에서만 한 것이 아니다", "노사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차선책이며 최선은 노사 당사자간 푸는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언론이 제대로 써줬으면 좋겠다"
한편 '마사지 걸' 파문, '안창호씨' 발언 등으로 각종 구설수에 휘말려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이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 후보는 "말실수가 많았는데 소신인지 왜곡된 기사인지 알고 싶다"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존경하는 사람을 '안창호씨'라고 답해 십자포화를 맞은 것을 두고 이 후보는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분위기를 잘 모른다"면서 "그 말만 잘라서 나오니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지 걸'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내가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40년 전 신입사원 때 우리 선배가 한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게 잘못 퍼져 그렇게 된 것"이라고 기존의 해명을 되풀이했다.
그동안 노동유연성의 확대와 함께 "법질서를 바로 세워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해 노동계의 반발을 산 점에 대해서도 "발언과 다른 보도가 많이 돼 불만이 많다"면서 "제대로 써 줬으면 좋겠다"고 언론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날 이 위원장과 이 후보의 만남은 이렇게 끝났다.
이용득 : 후보들 중에 제일 늦게 방문해 주셨던 만큼 대통령 되신 이후에도 많이 얘기할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명박 : 대통령 되기 전에도 많이 기회를 갖겠습니다. 그래야 표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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