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구민회관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정당이라기보다는 '민주노총당'일 뿐"이라며 민노당 후보는 총투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당선가능한 후보 돕겠다"
한국노총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박인상 위원장 개인이 김대중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지만 조직적 차원의 지지 선언은 아니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뚜렷한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 한국노총은 '정책적 합의 가능성 및 정책의 실현의지와 능력이 있는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통해 대선 승리를 이뤄내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돕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박영삼 대변인은 "정책연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일환임과 동시에 한국노총의 정책적 요구 실현의 수단이기도 하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지지 후보의 결정을 조합원 총투표라는 절차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도 주목된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일단 오는 3월 중으로 정책연대 여부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하고, 10월 경에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총투표를 할 계획이다.
형식적으로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책연대 자체에 대한 총투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남은 관심사는 지지 후보 결정이다.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이같은 대선방침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소수의 상층 지도부에 의해 정치방침이 결정될 경우 그에 따른 위험도 크지만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공정한 정책평가 지표를 개발할 것이며 전체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국노총의 노선과 정책, 요구에 가장 잘 부합하는 대통령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통해 대통령 선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동자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당'일 뿐"
한국노총의 대선 방침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연대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법이나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관련 법이 처리될 때 민노당은 당리 당략에 따라 반노동자적 행태를 보였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국노총은 "민노당은 이념적·조직적 폐쇄성으로 인해 '민주노총당'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뿐 아니라 노동조직의 분열을 조장하고 투쟁일변도의 전투적 조합주의를 온존·강화시킴으로써 노동운동 진영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확대시켰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의원대회 초청 대상에서도 민노당 대표는 제외시켰다. 이날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신낙균 민주당 수석부대표 등 각 정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홍준표 위원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 조성준 노사정위원장, 이동응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전무도 내빈석에서 자리를 지켰다.
손학규 "내가 가는 길과 한국노총이 가는 길 같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후보군들 가운데서는 한나라당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날 대의원대회에 유일하게 참석했다. 손 전 지사는 축사를 통해 "내가 가는 길과 한국노총이 가는 길이 같은 데 대해 무한한 자부심과 영광을 느낀다"며 "우리나라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고, 양극화를 해소하고 이 땅 노동자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데에 한국노총과 함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또 경기지사 시절 한국노총 이화수 경기도본부 의장과 외자 및 첨단기업 유치를 위해 다녔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 의장은 저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기차간에서 자고 비행장에서 김밥을 먹었다"며 "경제건설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이 의장과 한국노총의 굳은 신념, 전폭적인 성원이 있었기에 경기도에서 140억 달러가 넘는 외자와 114개의 첨단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이닉스와 관련해서도 손 전 지사는 "내가 취임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완전히 천덕꾸러기였던 하이닉스가 오늘 2조의 연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같은 성과를) 만들어낸 가장 큰 힘은 하이닉스 노조 조합원들과 노동자들이었다"고 치하했다. 손 전 지사는 "망해가는 공장을 살려낸 하이닉스의 귀중한 경험을 보면서 1970년대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일선에서 피 흘리면서 투쟁했던 동지들을 생각한다"며 "(1970년대는) 똥물을 뒤집어 쓰거나 온 몸을 던져 분신하면서, 옥상에서 투신하면서 노동권익을 지켜왔던 가열찬 노동투쟁이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우리 민주화운동 세력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빈둥빈둥 놀고 있지 않았다. 이 사회 건설을 위해 열심히 투쟁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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