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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역전은 이대로 불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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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역전은 이대로 불가능한 것인가"

<고성국의 정치분석ㆍ13> 역전의 조건

여야가 가파르게 교차하고 있다.

더 떨어질 것도 없어 보였던 여권은 파행 경선 사태로 끝모를 바닥을 향해 연일 추락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만으로 부족했던지 민주당까지 여기에 가세했는데 험악하기가 사생결단의 드잡이 수준이라 수습도 쉽지 않고 수습해도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것 같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외형상 대권 가도를 순항하고 있다. 선대위 구성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것이나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명박-부시 면담 무산 해프닝, 경선 공약에 대한 보완과정의 잡음 등 신경 쓰이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개천절 태극기 달기 캠페인이나 잦은 말실수를 줄이는 등 후보 관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는 데에 이르면 이명박호가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주마가편'이라고 한나라당의 순항 분위기는 "죽을 각오로 뛰겠다. 새벽 1시고 2시고 필요하면 깨워라"는 이명박식 결기에 힘입어 앞으로도 계속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막판 뒤집기…97·02 대선의 '학습효과'

범여권의 누구와 붙어도 3배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이긴다는 여론조사를 굳이 갖다 대지 않더라도 이쯤 되면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해도 좋을 그런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측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고 범여권은 아직도 '한방이면 역전' 분위기이니 이번 대선이야 말로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선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이 모든 이상한 현상은 지난 대통령 선거의 학습효과에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던 이회창은 몇 번의 네거티브 공세에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고 도저히 될 것 같지 않던 김대중, 노무현은 DJP연합과 후보 단일화 같은 정치 연합 이벤트로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이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아무리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세라고 해도 이번 대선 또한 막판 역전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이 두 가지 대목에 집중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엄밀히 얘기하자면 네거티브 부분은 과학적 논의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네거티브의 돌발적, 음모적 속성상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네거티브가 출현한 후 어떻게 발전, 소멸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분석이 가능하겠으나 이 또한 네거티브의 이중적 성격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도 덧붙여 두는 것이 좋겠다. 예컨대 92년 대선 막판에 터졌던 '부산 초원복집 사건'은 분명 YS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였으나 YS특유의 되치기에 보기 좋게 당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네거티브를 잘못 쓰면 부메랑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 현재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과연 반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사진은 신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지지자들과 당직자들의 몸싸움 장면. ⓒ뉴시스

이와 같은 이유를 근거로 일단 네거티브 포인트를 제쳐놓고 보면 우리가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분석 포인트는 역전 가능성과 관련된 범여권의 정치 과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범여권의 가파른 추락에도 짚어 볼 대목이 두 군데는 있다. 첫 번째 대목은 지금의 추락이 반등을 준비하고 있는지의 여부이고 두 번째 대목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추락이 문국현과의 단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부터 보면 범여권의 추락이 어떤 형태로든 지지자들과 국민들의 더 큰 실망과 좌절을 가져오면 가져왔지 새로운 반등을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지도부가 남은 경선 일정을 모두 중단 시키고 '원-샷 경선'이라는 막판 처방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 정도 처방으로 범여권의 무능과 편법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치유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추락이 반등을 위한 자체동력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포인트는 단일화에 대한 영향이다.

이 문제에 대해 문국현은 "더 이상 국민을 좌절과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지 말고 경선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 동안 정치에 관한한 완곡어법을 구사해왔던 문국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단호하고 대담한 발언을 한 셈이다. 이번 발언의 정치적 함의는 문국현이 범여권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문국현이 범여권을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한나라당 대 범여권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을 넘어 반한나라 비여권의 제3지대를 구체적으로 구축하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 지루하고 따분하게 진행되어왔던 범여권의 경선 구도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조연'들이 키를 쥐고 있는 2007 대선

사실 이번 대선의 키를 조연들이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한나라당에는 박근혜라는 주연 못지않은 조연이 버티고 있는 만큼 조연의 파괴력과 중요성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고만고만한 10여 명의 조연들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는 범여권인데 또 다른 의미에서 주연 못지않은 조연들인 이들이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마음 비움"과 "헌신과 열정"을 보여주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도 범여권이 한나라당에 비해 턱없이 불리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그 많은 조연들이 짜여진 각본도 없이 사고나 일탈을 피해 가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동시에 그 모든 성과를 주연에게 몰아주어야 하니 말이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범여권에게는 너무 가혹한 주문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만이 승부가 가능한 유일한 길인 것을. 한 길 밖에 없을 때 예술구가 나온다고 했다. 범여권이 이 길을 유일한 길이라고 인식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드라마는 시작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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