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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산 팔아 배 채우는 하이에나를 아십니까?"

[정희준의 어퍼컷·14]'먹튀' 단체장과 '관변' 시민단체<下>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10년이 넘었건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상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제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도시에 대한 평가도 도시의 규모나 능력 또는 삶의 질이 아니라 서울과 얼마나 가까운가로 결정된다. 사실 변방일수록 더 힘들어졌다.

지역의 부실한 환경이 만들어내는 문제 중 하나는 과거 개발도상국에서 빈곤이 군사독재 전체주의를 정당화했던 것처럼 현재 열악하기만 한 지역사회의 저발전 상태는 일방적이고도 자기파괴적인 개발주의조차 열렬하게 환영해 마지않는 지역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물론 그 어떤 공론화 과정도 깡그리 무시하고 10년에 걸쳐 밀어 붙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지역주민으로부터 무시무시할 정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리 이상할 것 없다.

그러나 이제 많은 매체가 올림픽의 실체와 득과 실을, 그리고 특히 우리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알려주었기 때문에 강원도 시민단체들의 유치 반대에 많은 강원도민이 동의를 표하고 있다. 평창의 3수 재도전은 김진선 도지사와 일부 관변단체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추진력을 잃은 상태다.

부산의 올림픽 유치, 두꺼워지는 반대 여론

2020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부산은 요즘 유력 대권주자의 대선공약에 부산올림픽 유치를 공약으로 넣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찬성하는 시민도 꽤 많은 듯 하다.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종의 '평창 학습 효과'가 있는 듯 하다. 우선 지역 언론사가 그러하다. 라디오는 반대 의견을 심심찮게 전달하고 있고 텔레비전은 찬반 토론회도 방영했다. <국제신문>은 찬반 칼럼을 나란히 싣더니 요즘엔 인터넷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평창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진군할 때는 물론 3수 도전으로 시끄러울 때에도 반대 의견에는 시큰둥했던 <강원일보>, <도민일보>, KBS 등 강원도내 지역언론과는 확연하게 비교된다.

누리꾼과 시민도 부산시의 행태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지만 체육학과 교수까지 이에 동참할 정도다. 종합적인 검토는 커녕 타당성 조사 등의 연구결과도 없고, 찬반 논의는 물론 공론화 과정조차 생략된 부산시의 여론몰이식 유치운동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번에도 '선거용'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는다. 그래서 <국제신문>이 실시하는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9월 한 달 동안 반대가 40%를 넘고 찬성은 60%를 넘지 못했다. 물론 찬성이 절반을 넘어섰지만 부산의 관제 시민단체들이 애초에 90% 지지를 앞세웠던 점과, 또 강원도의 경우 거의 '백대빵'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변화다.

'관제 시민단체'의 등장
▲ 지난 8월 2020올림픽유치시민지원협의회는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2020하계올림픽 부산유치선언 행사를 가졌다. ⓒ연합뉴스

올림픽 개최엔 장점과 단점이 있고 따라서 찬반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찬성 쪽은 시의 관료들과 지역의 토호세력 그리고 개발업자와 투기자본 주변의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는? 당연히 주민이 될 것이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올림픽은 이제까지 주로 국민이 아닌 국가, 대중이 아닌 정치인, 환경이 아닌 개발업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개최도시들은 올림픽을 도심(재)개발의 기회로 삼기 때문에 준비기간 빈곤층은 초토화되고 경기장 건설 등 수많은 토목공사는 대대적 환경 파괴를 야기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의 일방적 결정에 반기를 들고 올림픽 반대의 목소리를 조직화하여 권력에 항거하기 시작했나? 그게 아니었다.

부산시와 시민단체의 '불륜'

내 살다살다 별 꼴을 다 봐왔지만 이런 해괴한 꼴은 처음 본다. 부산올림픽 유치를 열렬하게, 그리고 유일하게 찬성하고 나선 데가 바로 시민단체다. 더 웃긴 것은 원래 올림픽 유치엔 지역의 경제인들이 먼저 나서야 하는데 부산의 경제가 워낙 안 좋아서인지, 유치운동에 동참하는 경제인은 단 한명도 없이 시민단체만 나섰다는 점이다.

경제인이 꼭꼭 숨어버린 올림픽 유치활동이라면 이건 그야말로 '코미디'고 '애들 장난'이다. 평창이 유치활동에만 6000만 달러를 썼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천문학적이 비용을 어떻게 댈 것인가. 결국 시민단체 때문에 우리 시민의 세금이 대대적으로 털리게 생겼다.

허남식 부산시장의 올림픽 유치 선언을 시민단체가 처음 지지하고 나섰을 때만 해도 몰라서 저러겠지 했다. 그러나 지나면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시민이 원한다면서 부산의 15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2020올림픽유치범시민지원협의회'를 구성하고 100만 서명운동에까지 나선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일부터 벌인 부산시는 올림픽에 대한 비판과 무용론이 곳곳에서 대두되고 있는데도 용역결과가 12월에 나온다며 논쟁은 피하고 있다. (부산시는 올림픽 유치 같은 엄청난 일을 벌이면서 타당성 조사도 없이 유치 선언부터 한 것이다. 이게 부산의 지방정부 수준이다.)

부산시는 논쟁은 피하면서도 이 범시민협의회와는 '환상의 커플'이 되어 짝짜꿍을 맞추고 있다. 9월 19일 범시민협의회가 시청회의실에서 비판론자들은 배제하고 찬성론자들로만 구성된 참으로 '뻔뻔스런' 시민토론회를 열었는데 여기에 시의 고위공직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가 아니라 사실상 '설명회,' '유치결의대회'였다.

그들의 협력은 단연 해외토픽감!
▲ 지난 5일 부산 황령산봉수대에서 열린 2020 하계올림픽 부산유치 기원봉화제. 참석자들이 성화를 들고 봉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또 묵묵무답으로 며칠을 또 보내고 나더니 범시민지원협의회는 지난 5일 부산 중심부 황령산 봉수대에서 '올림픽 부산유치 기원 봉화식'을 가졌다. 이 시민단체의 행사엔 허남식 시장과 조길우 시의회 의장이 참석해 제를 올린다. 다른 지자체가 참으로 부러워 할 모습이다. 시장이 시민단체와 이렇게 친하게 잘 지낼 수 있다니 말이다.

부산시의 입장에서 이렇게 고마운 시민단체가 또 있을까. 경제인들도 안 나서고 평창처럼 시민들 반응이 열렬한 것도 아니고 체육학과 교수들까지 냉소적으로 보는데 스스로 나서서 열심히 유치운동을 해주고 세몰이도 해주는 시민단체가 있으니 말이다. 시 관료와 시민단체가 재정적 준비도 없이 함께 추진하는 올림픽 유치, 해외토픽감이다. '깜찍'하다.

사실 이는 그렇게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니다. 이 협의회의 집행위원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가 주관하는 관제 행사 연단에 꽃 달고 앉았다가 한 말씀하기도 하는 그런 분이다. 시민단체의 대표로서 지역의 기관장들과 헤드테이블에 앉기도 하고 시장이나 상공인들과 참으로 잘도 어울리는, 웃기는 거로는 개그맨 뺨을 쳐버린, 우리나라에서도 독보적인 분이다. 그야말로 '군계일학.'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사실 이 범시민협의회는 범상치 않은 단체다. 위원장은 이제까지 부산에서 각종(!) 시민단체의 대표라 칭하면서 모든 분야의 문제에 끼어드는 다양한 전문성을 보여주고 있고 협의회의 사무처장은 부산아시아드지원협의회 사무국장, APEC범시민협의회 사무국장을 지내는 등 관제 거대 이벤트마다 쫓아다니며 한 자리씩 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모 인사는 또 과거 모 사립대학의 교수로 있다가 박사 학위가 조작된 것이 들통나 쫓겨난 후 부산으로 와 시민단체 일에 일로매진하고 있단다. 이 인사는 국적 논란을 비롯해 부산에서 온갖 구설수에 휘말려 있는 인물이기도 한데, 이참에 꼭 자신이 소문의 진상을 확인해 주면 좋겠다.

또 올림픽 유치운동의 일환으로 내년 부산에서 성대하게 열리는 부산세계사회체육대회의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역시 올림픽 유치에 적극적인 또 다른 인물인데 사실 그는 부산시 고위공직자로 있다가 2004년 업자로부터 1400만 원 뇌물을 수수해 구속돼 형을 받은 부패 공직자이다. 이런 사람이 세금으로 채워질 엄청난 예산을 주무르게 되는 것이다. 부산의 스포츠와 올림픽은 무슨 쓰레기 하치장 아니면 하이에나의 먹잇감 쯤 되는 것인가.

부산의 모든 시민단체가 이런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평창의 3수 재도전 여부를 놓고 강원도가 시끄러울 때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토론회를 준비했다. 주최 측에서는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의 시민단체 간부와 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부산의 대표적 시민단체 사무처장을 토론자로 초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천 쪽은 왔는데 부산 쪽 사람은 거절했다 한다. 그 단체의 대표들이 이미 범시민협의회에 참여하기 때문에 사무처장인 자기가 반대 쪽 목소리를 내기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반대하는 시민은 있는데 시민단체는 묵묵부답

처음엔 판단이 잘 서질 않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명백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아직껏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의 올바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대하는 시민은 있는데 시민단체는 입을 다물고 있는 묘한 형국이다.

외국에서는 시민단체들은 한결같이 올림픽 유치를 반대한다. 1984년 LA올림픽은 시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세금이 올림픽 준비로 빠져나가는 것을 사전에 막아버려 결국 대회 예산을 지역의 경제인들과 대회조직위원회가 전담해야 했다.

2008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캐나다 토론토는 시민단체 '서커스가 아닌 빵을(Bread Not Circuses)'이 주도한 반올림픽시민운동으로 인해 유치신청을 포기했고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역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작년 유치에서 손을 털었다. 미국 덴버는 1976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지만 정작 주민들은 세금이 올림픽 준비에 쓰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버리는 바람에 결국 개최권을 반납하기까지 했다.

연출은 부산시가, 주연은 시민단체가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올림픽 유치나 개최에 저항할 때 그 결과는 다양하다. 끝내 관철시키는 경우, 타협하는 경우, 그리고 설득 당해 무력화 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부산처럼 150여 개의 시민단체가 일부 정체성도 애매한 시민단체가 급조한 협의체에 모여들어 시가 하자는 대로 북치고 장구치며 올림픽 유치에 앞장서는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건 관변도 아닌 관제 시민단체이고 꼭두각시다. 시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시민단체가 총대 매고 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부산. 그것도 자기 총알도 없이 남의 총알(세금!)로 전투를 치르겠다는 저 심보. 씁쓸하면서도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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