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다가와 조선학교와 그 아이들에게
-김 윤 곤
가장 아프게 핀 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면
그들은 찢긴 몸 가득 번져 핀 피꽃이다.
남의 땅 끌려간 쓰레기매립장 위에서
제 땅 잃은 설움과
제 허리 잘린 아픔을
고스란히 머금고
아직도 아프게 피어서
아직도 아름다운 피꽃들아,
제 땅에 피어서도
제 허리 잇지 못하고
소중한 제것들,
일테면
서로 아끼고 보듬고
대신 눈물 흘리며
서로 가슴 미어지도록 그리운 가슴들
제 말과 역사를 지키는 끼끗한 정신들
제대로 지키지 못한 우리의 가슴 찌르는
피꽃 가시들아,
수중한 제것들 고스란히 지키며 핀 아이들아.
우리가 어찌 너희를 지킨다 말하랴.
너희가 우리를 지키고 돌아보게 하는 것을…
이대로 지고 말면
결코 씻을 수 없는 역사의 가슴에 피멍 꺼멀,
가장 아프게 피어
아직도 아름다운 어린 피꽃들아.
지금은 울지만
아문 살 위에서 고운 목젖까지 환히 웃고야 말 아이들아,
내 눈 어둔 가슴에 이제야 뚝뚝 피는 피꽃들아.
김윤곤 시인은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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