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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 정치꾼들에게 속았다"

시민사회단체, 비례대표 축소-인터넷실명제 합의 맹성토

지난 9일 국회 정개특위가 비례대표 축소, 인터넷 실명제 도입 등에 잠정합의한 데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즉각 개악을 중단하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비례대표 축소, 신진세력-여성 국회선출을 막으려는 야합”**

정개협등 시민사회단체는 13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정치권의 정치관계법 개악 저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재 국회 정개특위는 의원정수를 현행 2백73명으로 동결하고, 인구 상하선 10만5천~31만5천명으로 선거구를 조정키로 잠정합의한 상태다. 이럴 겨우 비례대표가 현재보다 약 10석 정도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각 정당이 여성의원비율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는 그 의미가 축소되고, 정치권이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려 지역주의정치에 벗어나겠다는 기존 약속을 정면으로 뒤짚는 결과가 된다.

정현백 여성연합대표는 “그동안 각 당이 정개연 안을 대폭수용하겠다는 말을 믿고 두 달이상 끌어온 정개특위를 인내를 가지고 지켜봤지만, 결국 각 당은 당리당략으로 시민사회의 요구를 묵살했다”며 "비례대표수를 줄이고 지역구 의원 정수만을 확대하는 것은 현역의원의 기득권 지키기 다름아니고 지역구 의원 밥그릇챙기기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정책 전문성, 직능 대표성, 여성 및 소외계층의 정치진출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 비율의 확대는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권은 정치개혁이란 대의에 명백히 역행하는 정치개혁안을 잠정합의했다”고 비판했다.

***정개특위, “부재자투표소 설치, 선거연령제한 전향적 검토 요구 묵살”**

정개특위 잠정합의안은 또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늘리기 위해 제안된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신청자 기준으로 2천명으로 확대하되, 선거연령을 만20세로 현행유지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그동안 ‘정치개혁대학생연대’(이하 대학생 연대) 등 시민사회가 제시한 기준에 크게 동떨어진 내용이다.

대학생연대 고영 대표는 “그동안 이재오 정개특위 위원장을 비롯 여러 정치인들이 부재자 투표소 설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신청인 기준 2천명 제한 결정은 충격적이다”며 “민주정치는 보다 많은 사람의 참여를 필수조건으로 전제하는데, 정개특위결정은 이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총장은 “여성의 경우 만 16세면 결혼을 할 수 있고, 소득이 있는 경우 만19세면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설명한 뒤 “한나라당이 민법상 법적책임을 만20세부터 진다는 근거로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반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선거연령 제한뿐 아니라 노동계의 선거시간 확대요구가 거부된 것도 성토대상이 됐다.

신언직 민주노총 정치국장은 이와 관련,“정치인들이 TV토론에 나와서는 앞다투어 정치개혁을 외치더니, 실제 법제정에서는 퇴행적 모습을 보인다”며 “건설일용노동자, 항공사-철도 승무원, 백화점 종사자의 경우 선거일에도 퇴근시간이 늦어 투표할 기회가 봉쇄되고 있다. 선거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선거시간을 늘려야 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투표율이 낮다고 매번 한탄하면서도 정치권은 선거시간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이는 정치권이 낮은 투표율을 은근히 선호하는 것 다름아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을 이해하지 못한 정치권의 무지”,“네티즌을 두려워한 정치권의 모략”**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잇따랐다.

정개특위 잠정합의안은 실명제 적용범위로 인터넷 언론사로 단순히 한정되어있으나, 선거법 제8조 5항에서 ‘인터넷 언론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사에 관한 보도, 논평 및 여론 등을 전파할 목적으로 취재, 편집, 집필할 기사를 인터넷으로 통하여 보도,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경영, 관리하는 자와 이와 유사한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경영, 관리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실명제가 시민단체 사이트는 물론, 정치적 내용을 게재한 개인 홈페이지까지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인테넷은 기존 매체에 비해 일반 시민이 스스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정치권 인터넷실명제는) 그동안 억눌려 왔던 정치의사 표현을 정치권이 제도적으로 제한하려는 음모” 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이 말로만 네티즌 비례대표 도입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네티즌을 단순한 동원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철학자 루소는 선거의 의미에 대해 “오늘날 민주주의는 오직 선거일 하루만 시민들에게 허용될 뿐”이라고 냉소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현 제도에서 가장 유의미한 선거참여활동이다. 정치권이 보다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위해 제시된, 선거연령인하-선거시간연장-대학내부재자투표소설치 등을 외면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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