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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진정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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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진정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고성국의 정치분석ㆍ11> 당심이 아니라 민심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소란스럽다.

어지러운 합종연횡과 배제투표가 난무했던 1인2표의 예비경선에 이어, 친노(親盧)후보의 단일화가 깜짝 이벤트처럼 이뤄지더니 정동영의 초반 역전과 손학규의 TV토론 불참과 칩거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에서는 '숨은 손의 기획' 운운하지만 만약 이 모든 이벤트와 사고가 흥행을 노린 숨은 손의 기획에 따른 것이라면, 참으로 대단한 기획력이라 하겠다. 물론 기획이 잘됐다는 것과 관중이 많이 드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기획은 잘됐지만 흥행에는 참패한 경우가 어디 한 둘인가.

경선룰, 사태 배후에 있는 '숨은 손'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를 별론으로 하고, 전후 맥락에 따라 사실 관계를 추정해 보면 지난 두달여 대통합민주신당이 보여준 각종 사고와 이벤트는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기획된 것 같지가 않다. 예비 경선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는 말 그대로 아마추어리즘의 발로이고, 정동영의 초반 역전은 경선룰을 최대한 활용해 처음부터 머리수만 보고 부지런히 바닥을 누빈 결과다. 정동영이 10% 벽을 돌파해 손학규를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또한 초반 역전에 따른 밴드웨곤 효과이지, 뭐 별거겠는가. 손학규의 TV토론 불참과 칩거가 예상못한 사태이긴 하지만 경선룰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정동영의 조직력에 대해 배수진을 친 정치적 대응이 겹쳐져서 만들어낸 사태 아니겠는가. 기획 냄새가 좀 난다면 친노후보 단일화 정도인데, '이런 식으로 할 거였으면 아예 하지나 말지'할 정도로 조잡해서 이런 것도 정치 기획이라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 이틀간의 칩거를 끝내고 21일 경선 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후보. ⓒ뉴시스

사실을 말하자면, 기획은 커녕 대통령 선거 전반에 대한 전략 방침조차 없이 '어떻게 되겠지' 식으로 경선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참으로 더 할 수 없는 무사안일이요, 정치적 직무유기다.

일련의 사태 배후에 있는 '숨은 손'을 굳이 꼽자면 그것은 '경선룰'이다. 대규모 유령 선거인단 사태도 이른바 조직 동원 논란도 모두 다 선거인단 대리 접수까지 허용한 '완전 개방 국민 경선'이라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룰에서 비롯된 점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어느 룰이나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손해보는 측과 이익보는 측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연륜이 오래되지 않은 우리나라 정당이 때마다 경선룰로 홍역을 치루기는 여나 야나 크게 다르지 않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대과없이 경선룰을 정하면 경선관리는 다 된거나 다름없다고 까지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나라당은 두 가지 점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경선을 관리했다고 평가 해 줄 수 있겠다.

첫째로 경선룰의 쟁점조항들에 대한 각 캠프의 입장과 문제제기가 조기에 선명하게 잘 드러났고, 둘째는 당 지도부가 캠프의 입장은 물론 당 안팎의 의견까지 수렴해 룰을 결정하고 이를 각 캠프가 수용하는 과정을 공개적으로 밟음으로써 경선룰로 인한 후유증을 그때 그때 최소화 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경선룰을 둘러싼 쟁점들을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고, 따라서 이에 대한 각 캠프의 입장이 공론화되지 못한 채 결정·집행됨으로써 불만이 내재화되고 누적되는 악순환을 밟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들 조마조마하게 보아온 대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처음부터 시한폭탄을 안고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심이 민심을 압도하면...

다 아는 얘기지만 씨름은 공식적으로는 심판의 호각소리로 시작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선수가 마주 앉아 샅바를 잡을 때부터 시작된다. 서로 붙잡고 시작하는 스포츠라 한뼘의 샅바는 곧 승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샅바잡기의 공정성을 이끌어내는 심판을 유능한 심판이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대통합민주신당의 지도부야 말로 '샅바싸움은 알아서 해라, 나는 호각이나 불겠다'고 뒷짐지고 있는 꼴 아닌가.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의 아마추어리즘을 또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한나라당 경선 때도 했던 얘기지만, 당심과 민심이 차이가 있을 때는 결국 당심이 민심에 접근하는 법이다. 그것이 본선에서 이길 경쟁력 있는 후보를 가려 뽑는 경선의 본래 취지에 맞기 때문이다. 이런 걸 유권자들의 전략투표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사실 이런건 전략도 아니다. 상식이다. 그런데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초반전은 거꾸로 민심이 당심을 따라가는 듯한 양상이다. 이런 흐름은 적어도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자칫 경선이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드넓은 민심의 바다를 좁은 당심의 호수로 끌어들이는 형국이니 말이다.

손학규의 선택이 다시 한 번 정국의 뇌관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탈당을 '모든 걸 던지는 심정으로 결행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는 탈당을 통해 과연 무엇을 던지고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 그가 정치생명을 던져 얻고자 했던 것은 민심이 아니었을까. 탈당 전후 두차례에 걸쳐 치룬 민심대장정의 궤적이 이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번의 선택지 또한 자명하지 않겠는가. 국민을 믿고 민심의 바다에 다시 한 번 투신하는 것말고 다른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사족 : 씨름이 한참 인기를 끌던 80~90년대에 유독 샅바싸움에 능했던 씨름 선수를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그는 각고의 노력과 신경전 끝에 마침내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관중들이 그를 마음으로부터 챔피언으로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씨름판은 그의 샅바 신경전을 무던하게 참아주고 이겨낸 다른 챔피언들이 이끌었다. 역사는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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