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다가와 아이들에게
-조정
새벽 어스름에 동쪽 바닷가에 섰다
넓게 팔 벌려
바다를 막고 있던 겹겹 수평선이
달려왔다
흰 말처럼 푸른 말처럼 귀에 익은 음성처럼
우리 여기 있어요
우리 여기 있어요
우리 여기 있어요
쉴 새 없이 도착하는 말발굽 소리를
풀어보았다
난초 같은 옷고름 날리며
쏟아져 내리는
그립다는 말
젖은 신발 속에는 지천(枝川)*에서 온
모래가 가득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남의집살이 간 피붙이를 거기 둔 채
나는 꿈도 꾸지 않고
잠만 잤다
(*에다가와의 한자 표기)
조정 시인은 1956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다.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당선했으며, 시집으로 <이발소 그림처럼>(실천문학사)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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