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임박해 만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지지하겠다고 밝힌 '유능한 후보'가 누구를 뜻하는 지를 놓고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YS-DJ "유능한 후보 선출돼야"
<연합뉴스>에 따르면, YS와 JP는 한나라당 경선을 이틀 앞둔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이번 대선에 한반도 평화와 한미 동맹의 복원, 국민 통합과 경제 살리기를 할 수 있는 유능한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이들은 또 "노무현 정권은 중립 내각 구성으로 선거를 공정 관리해야 함에도 검찰권을 동원해 한나라당 경선에 개입해서 혼란을 조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로서, 결국 이런 행위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처럼 '애매한 합의'를 놓고 두 후보 진영에선 해석이 엇갈렸다. 이미 두 사람의 회동 전에도 두 사람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박 후보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한 차례 신경전이 일었었다. 박 후보에게 JP는 사촌형부이기 때문.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경제살리기란 표현이 들어가고,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은 실질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 이혜훈 대변인은 "경선을 통해 선출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지 경선 이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며 "유능한 후보란 표현은 박 후보를 지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DJ 나서는데 우리도?
한나라당 경선을 이틀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두 사람이 회동을 가진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이달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3김'이 '훈수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
이런 의혹은 YS와 JP가 이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도 밝힘에 따라 더욱 짙어졌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에게 핵 폐기를 강력하고 분명하게 촉구해야 한다"면서 "특히 북방한계선(NLL) 양보는 영토를 넘겨주는 것같은 이적행위이므로 어떠한 양보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국민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과다한 경제협력은 김정일 정권의 통치기반을 확대하는 것으로 국민의 걷잡을 수 없는 무서운 저항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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