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한 톨 나무 씨앗 속엔
천 개 나이테를 새길 거목이 들어있다
그래서 스승은 사랑하여 가르치고
아이들은 공경하여 배운다
징용 간 할아버지 따라
일본서 소학교 마친 우리엄마는
밤비 내리는 현해탄
쫓기듯 건너와
부지깽이로 한글 익혔다 했다
60년이 지난 지금
남의 나라 쓰레기 매립장에서도
배움을 놓지 않는 너희들은
조선나무의 어린 씨앗
그 많은 해와 달과 문명은
어디로 갔는지
아직도 우리엄마 어릴 때와 다름없어
내가 미안하구나
아직도 고난이 너희들을 학습하니
내 죄만 같구나
타국에 내렸다고
뿌리가 달라지겠느냐
재목이 달라지겠느냐
절망마라 겁내지 마라
바로 곁에 조국이 있다
우리가 있다
이해리 시인은 경북 칠곡 태어났다. 1998년 계간 <시대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는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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