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 '제발' 올림픽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 '제발' 올림픽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정희준의 어퍼컷⑪] 올림픽으로 '쪽박' 찬 사람을 아십니까?

올림픽을 향해 뛰어라

88년 올림픽 서울 유치의 일등 공신은? 바로 현대 정주영을 위시한 재벌 소유주들이다. 물론 1981년은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인 데다 전두환의 직접 지시였으니 달리 방도가 없긴 했지만 이들은 해외 지사망을 총동원해 고작 열 달을 준비하고도 5년을 준비한 일본의 나고야를 눌렀다.

역대 최고의 경제총리로 꼽히는 남덕우 당시 총리는 '올림픽 망국론자'였기에 올림픽에 극력 반대했고 유치하게 되면 개최 준비를 떠맡아야 했던 서울 시장 등 공무원도 내놓고 반대를 못했을 뿐이지 대부분 못마땅해 했다. 김택수 당시 IOC 위원도 바덴바덴에서의 유치활동 기간 "서울시는 세 표밖에 안 나온다. 한 표는 내 거고, 한 표는 미국 거고, 한 표는 대만 거"라고 떠들고 다녀 사실상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주영과 대우의 김우중, 동아의 최원석, 한진 조중훈, 한양주택의 배종렬 등은 자사 직원까지 차출해 뛰고 또 뛰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건설사를 끼고 있는 재벌이라는 점이다. 뭐 꼭 '음모론' 차원으로 포장하진 않더라도 참 공교로운 것은 사실이다.

1970년대 중동건설 붐으로 떼돈을 번 이들은 1980년대 들어 중동경기의 쇠퇴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경제개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했고 물가는 50% 가량 뛰었을 뿐 아니라 실업률은 20%에 육박했다. 또 중동경기가 한창일 때 사들인 중장비와 그때 고용한 인력이 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림픽 유치는 건설재벌의 구세주였다.

군사정권은 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재벌들에게 사회 간접 부분 사업, 올림픽 경기장 건설, 도로 건설, 한강 개발, 재개발, 아파트 건설 등 이른바 '올림픽 특수'는 돈다발을 듬뿍 안겨 줬다. 이때가 바로 개발국가, 토건국가의 본격 출발이었고 그 덕에 21세기에 들어선 지 한참 된 지금도 국가경제에서 토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전경. ⓒ연합뉴스

도시 빈민 운동'도' 함께 출발

올림픽을 유치하고 나니, 서울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었다. 수조 원에 달하는 돈을 마련할 방도를 찾아야 했다.

가장 손쉽게 돈을 만드는 방법은 결국 (재)개발이었다. 상계동, 목동, 신정동의 거대한 아파트단지는 모두 이때 만들어졌다.

당시 70만 명이 넘는 서울 시민을 강제 퇴거 시키면서 서울시가 세계적으로도 악명 높은 '철거도시'가 됐지만 사실 이는 엄청난 돈벌이였다. 당시 평당 2000원 하는 땅에 아파트를 지어 200만 원에 팔았으니 1000배 장사였다.

그리고 이들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판자집과 부실한 가옥을 철거하고 빈민도 몰아낼 수 있으니 서울시로선 '딱'이었다. 사실상의 '계급청소.' 어쨌든 재개발, 재원마련, 환경미화의 일석삼조였다. 그리고 철거깡패로 무장한 건설사들은 다시 한번 '떼돈벼락'을 맞는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조지 몬비오가 지적했듯 올림픽 개최권은 사실상의 '토지 강탈 면허증'이다. 그리고 빈곤층을 철저하게 유린한다.(☞관련 기사 : 올림픽 좋아하는 나라, 올림픽으로 먹칠할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역대 모든 올림픽 개최지는 주민 퇴거와 철거 문제를 안고 있다. 1988년 올림픽 이후엔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이 가장 악명 높았다. '인종청소'란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개최 준비 중인 도시도 마찬가지다. 2008년 올림픽을 위해 중국은 이미 125만 명의 베이징 주민을 퇴거시켰고 이보다 숫자는 작아도 2010년 밴쿠버와 2012년 런던에서도 마찬가지의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다.

평창 올림픽, 그들에게 자꾸 눈이 간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활동을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함께 진두지휘했던 윤세영 강원도민회장에 자꾸 눈이 간다. 올림픽 유치에 유난히 열심이었던 SBS 방송사가 그의 소유라는 점이야 뭐 별로 이상할 것 없다. 대통령까지 나섰던 국책사업이니 방송사가 이를 많이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SBS가 작년 방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싹쓸이'의 주인공이란 점에 생각이 닿게 되면 절로 '아~' 하게 된다(☞관련 기사: SBS가 평창올림픽에 '올인'하는 이유). 큰 대회의 중계권 협상을 위해 지상파 3사로 구성된 코리아풀에 참여하는 척 하면서 계열사인 SBS인터내셔널을 통해 도둑계약을 하는 바람에 서로 간판 뉴스까지 동원해서 낯 뜨거운 비난전을 벌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SBS는 2014년 동계 올림픽 중계권까지 사들였기 때문에 만약 이번에 평창이 유치했다면 SBS가 올림픽 유치의 최대 수혜자가 될 뻔 했다. SBS는 2014년 이후의 올림픽 중계권도 우선 협상자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평창의 재도전에 계속 관심을 보일 것이다.

유치 실패 직후 많은 이들이 서로를 달래고 위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SBS가 평창의 재도전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유치 실패 1주일도 안 돼 아닌 밤 중에 홍두깨 식으로 호들갑스럽게 보도한 것도 참 이상했다. 알고 보니 SBS의 형님(?)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

SBS의 최대 주주인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강원도의 초특급 리조트 알펜시아 사업이 유치 실패로 인해 사업 축소는 물론 부도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VIP'도 아닌 'VVIP'를 대상으로 한다는 알펜시아 프로젝트는 빌라 한 채가 골프장 회원권까지 포함해 17억 원에서 44억 원에 이르고 총예산이 1조 4000억 원짜리 사업인데 분양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로선 재도전 선언만이 알펜시아를 살릴 수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위기에 빠진 형님을 위해 동생이 구출작전에 나선 꼴이다. 현재 재도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윤세영 회장의 고향이 강원도라니 고향 위한 충심으로 봐야겠지만 뭐랄까, 참으로 공교로울 뿐이다.
▲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가 실패하면서 알펜시아 리조트는 사업 축소를 비롯해 분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유치성공의 다음 단계는 대권도전?

올림픽은 전통적으로는 토건자본에, 최근에는 미디어에까지도 대박을 안겨 준다. 그런데 매우 '대한민국적'인 현상이지만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또다른 '대박'을 노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대권 도전.

1988년 올림픽 유치의 일등 공신은? 정주영. 그러면 2002년 월드컵 유치의 일등 공신은? 정몽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둘 다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공동 개최였지만 사실상 정몽준 회장도) 거뒀다. 둘 다 4, 5년 먼저 치밀하게 준비를 시작한 일본에 통쾌한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공통점. 둘 다 대권 도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 과정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올림픽과 월드컵 유치를 자신의 대표적 업적으로 내세웠고 이를 통해 자신의 국가관을 증명했다.

그런데 강원도에서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번 올림픽 유치의 선봉장이었던 도지사가 유치활동을 하면서 '용꿈'을 꿨다고 한다. 주변에서 부추겼을 수도 있다. 또 사실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물어 본 사람들 모두가 확인해 준 '소문'이다. 이른바 '바람'으로 상징되는 '노무현 학습 효과'가 참으로 광범위하게 작동하는가보다.

올림픽 유치, 사실상의 '투기 행정'

사실 용꿈을 꾸든 말든 일만 잘하면 된다. 자고로 욕심이 좀 있어야 일도 잘 하는 법이니까. 또 자기 회사의 이익과 상관 없이 고향을 위해 봉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도민' 위해, '주민' 위해, '여러분' 위해 일한다면서, 또 '강원도'의 미래를 위해 두번이나 도전을 하는(했던?) 거라면서 여기에 개인의 이해관계가 '낑겨' 들어간 사실 역시 매우 공교로울 뿐 아니라 사실 보기에 그리 좋지는 않다.

1990년대 이후 대도시들의 올림픽 유치 경쟁은 이들 도시들이 생산 기반의 근대 도시에서 소비 기반의 탈근대 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유효한 수단으로 선택된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은 도시가 전통적 '관리 기능(managerial function)'을 점차 등한시 하고 '흥행 기능(entrepreneur function)'에 치중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지자체장이 점차 정치인의 모양을 닮게 되면서 바람몰이가 가능하고 투기성 강한 단발 스포츠이벤트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스포츠 민족주의의 토양이 우수한 한국에서 스포츠 이벤트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최고의 메뉴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유치에 '올인' 하게 되면서 지역 개발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후순위로 밀리고 중앙을 상대로 한 '로비'에만 올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말 무서워해야 할 사안이다. 벌써 강원도에서는 3선인 현 지사가 올림픽 유치 운동 외에 지역을 위한 어떤 업적이 있냐는 비판이 일면서 '잃어버린 12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강원도에 한 가지 부탁 좀 했으면 한다. 오는 16일 평창 올림픽 재도전에 관한 토론회를 한국체육학회에서 주최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정을 알고 보니 강원도가 주문한 '맞춤형 토론회'다. 재도전 선언 전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체육학회는 바로 다음 주에 연중 가장 큰 행사인 국제학술대회 준비만도 벅차 이를 거절했는데 강원도가 자꾸 졸라 어쩔 수 없이 하기로 했단다. 바쁜 사람 그만 좀 괴롭히시라.

겁 없이 나서는 부산시…공부는 좀 했나?

도시공학이나 경제학 분야의 외국 학자들 대부분은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메가이벤트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상관관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 설사 있다 해도 매우 제한적이고 상황적 요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그래서 최근엔 세계적인 초거대 도시가 아니면 대부분 유치를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상식이 아예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논의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평창에 골몰하는 사이 허를 찔렸다. 내가 사는 고장 부산 시장이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공식화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2018년을 노리는 평창과 2020년에 도전하는 부산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먼저 유치 신청의 깃발을 치켜들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 이미 150여 개 시민단체가 유치 지원 협의체를 만들어 공식화 하기 시작했다. 참 곤혹스럽다. 외국은 시민단체부터 반대하고 나선다는데 말이다.

부산도 역시 평창과 아시안게임 유치한 인천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공청회 한 번 없었다. 그렇다. 올림픽은 여론 수렴, 민의의 반영, 절차적 민주주의, 투명한 행정 같은 것은 콧방귀를 뀌며 걷어차 버린다. 부산 시정 챙기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부산 시장은 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이런 무모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인가.

그렇지. 일단 올림픽 깃발만 들면 연임은 따 놓은 당상이고. 혹시…부산시장이 강원도지사랑 훗날 서로 올림픽 붙들고 대권경쟁을 할 것인가 상상을 해 본다. 에이~ 설마. 아~ 이 참을 수 없는 '갑갑함.' 나는 올림픽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